"'히틀러 식 게슈타포' 공수처, 與의원들도 걱정한다" "국민 필요없는 연동형비례제, 나쁜 선거법"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 필리버스터'로 오후 文의장 본회의 거부 유도, 국회 안팎서 연이은 규탄대회
黃 "난 욕도 못하던 사람...文정부 1년반 지나니 '이놈들' 전부 불의-불공정이라 방치할 수 없었다"
오후 7시40분쯤 본회의 개의 포기한 문희상...국회 내 비상대기 완화한 한국당, 14일 주말 장외집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13일 오후 법적 근거 없는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앞서의 정부예산안 날치기에 이어 선거제 개악법-검찰장악법안 등 일괄상정을 시도할 국회 본회의를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 필리버스터로 봉쇄하고 대여(對與) 규탄대회를 연이어 가졌다. 한국당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한 오전 중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4+1집단이 과거 야합한 공수처설치법과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의 본회의 상정에 합의하는 대신, 상정될 안건들에 필리버스터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후 3시 본회의 개의 직전, 한국당은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첫번째 안건으로 처리해야 할 회기 결정의 건에 기습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민주당과 노골적으로 공조해온 문희상 의장은 본회의 개의를 거부하고 3당 원내대표 소집령을 거듭 내렸다. 민주당 측은 임시국회 회기 자체를 며칠로 줄여 잡는 '쪼개기 임시국회'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대응을 차단할 수 있다고 여겨왔지만, 회기 설정을 위해 반드시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함으로써 한국당 측이 허를 찌른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12월13일 오후 국회 본청 입구 로텐더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의 지역구 세습논란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12월13일 오후 국회 본청 입구 로텐더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의 지역구 세습논란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은 본회의에 앞서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대여 규탄의 목소리와 함께 사기를 높여갔다. 뒤이어 본회의장 입구 앞 로텐더홀 연좌농성장에서 의총 겸 규탄대회를 갖고 회기 결정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취소를 종용하는 민주당과 문 의장을 집중 성토했다.

이 자리에서 심재철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단순 찬·반 토론을 약속해놓고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약속을 뒤집었다'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의 주장에 대해 "명시적으로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안 하겠다'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며 "찬반 토론 2명과 필리버스터를 맞바꾸는 멍청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고 공박했다. 

아울러 "지금 국회의장실에서 '회기 결정에 대해 찬반 토론하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얘기하면서 '그때 발언한 게 녹취돼 있다. 속기록을 까겠다'고 한다"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덮어씌우면서 잘못된 패스트트랙 선거법을 합리화하려는 문 의장에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속기록 까시라"고 문 의장에게 쏘아붙이기도 했다.

참성자들 중에선 전희경(당 대변인)·주호영·이종배(예결특위 간사)·임이자·박대출·이은권·김현아(원내대변인)·신보라(청년최고위원) 등 의원들이 문 의장 등 여권(與圈)에 대한 규탄발언을 쏟아냈고, 단체로 구호 제창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지난 10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4+1집단이 독자 심의한 512조원대 예산안 날치기를 도운 문 의장에게 집중 제기됐던 아들 문석균씨(경기 의정부갑 민주당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 '지역구 세습 공천 보은' 의혹이 거듭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자유한국당 유튜브 '오른소리' 생중계 캡처

오후 4시부터는 국회 본관 앞 계단에 당 지도부, 의원들, 사무처 당직자, 의원 보좌진 등 수백명이 집결해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상정 저지 규탄대회'를 1시간 넘게 가졌다. 황교안 당대표는 연설에서 문재인 정권의 '대통령이 처장을 임명하는' 공수처 설치를 두고 "내 말 잘 듣는 '히틀러 식 게슈타포(비밀국가경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공수처는 완전히 민주국가와 배치되는 독재국가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권성동 의원도 "민주당 의원들과 개인적으로 말해 보면 공수처의 모순, 문제점에 대해 걱정한다"며 "왜냐하면 자신들도 정권을 뺏길 수 있기 때문인데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반드시 만들라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와 배워가는 선거법을 왜 바꾸느냐", "국민이 필요 없는 선거법을 이 정권이 왜 개정하려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을 거듭했다. 이어 "자기를 위한 나쁜 목적이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의회를 장악해서 3권분립을 무너뜨리려는 게 연동형 비례제"라고 설명했다.

심 원내대표는 선거법 처리에서의 여야 합의정신 파괴를 두고 "한국당은 170석을 가진 여당일 때도 80석에 불과했던 야당과 선거법을 끝까지 합의했다"며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야합 중대는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이 12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당 지도부-의원들-사무처 당직자들-의원 보좌진 등이 동참한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상정 저지 규탄대회'를 연 가운데, 황교안 당대표(오른쪽)가 당원들을 바라보고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황 대표는 특히 "저는 점잖은 사람이었다. 욕도 못 하는 사람이었다. 마음도 약하고 남 비난도 안 했다"고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직 퇴임 이후 개인사를 거론한 뒤 "(한국당 입당 결정 직전까지) 이 정부 1년 반이 지나니 나라가 완전히 망하게 생겼었다"며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경제가 무너졌다. 안보도 무너지고 있다", "'이놈들'이 공정 정의를 말하는 데 하는 건 전부 불의·불공정이라 그냥 방치할 수가 없었다"면서 "이 정권을 반드시 굴복시키자. 싸워 이기자"고 독려했다.

한국당은 규탄대회를 마친 뒤에는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과 예결위 회의장에 나눠 들어가 비상 대기를 이어갔다. 이후 문 의장이 오후 7시에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를 세번째로 소집했으나 심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불참으로 회동이 무산됐고, 문 의장이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당도 비상 대기를 완화하게 됐다.

심 원내대표는 오후 8시 의총 취소 문자메시지를 당내에 회람하면서 "오늘 국회의장은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늘 예정됐던 20시 의원총회는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대표님 농성조는 계속 농성해 주시고, 내일(14일) 규탄대회(서울 광화문광장서 개최)에도 적극 참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문 의장의 이날 본회의 개의 포기 사실을 당내에 전하면서 "오늘 정말 많은 대부분의 의원님께서 국회 본회의를 위해 대기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늘 본회의는 무산되고 말았다. 의원님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문 의장은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에게 오는 16일 오전 재차 모이라고 통보하면서 "지금으로부터 3일간 마라톤 협상을 진행하라. 의장 집무실이 필요하다면 내 줄 생각"이라며 "밤을 새서라도 합의안을 마련하라"고 야권을 압박했다. 그는 "총선 일정을 감안해 공직선거법이 처리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덧붙여 노골적으로 거듭 민주당의 편을 들었다.

하지만 임시국회 회기 결정이 불발된 채로 16일을 맞는다면, 당초 민주당이 목표로 하던 내년 4·15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17일) 이전 선거법 강행처리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