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모인 지난 6월9일 첫 집회로부터 반년...8일, 80만만 모여 “‘5대 요구사항’ 수용하라” 외쳐
구의원 선거 민주파 압승에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시민 만족감 1997년 이래 최저...홍콩 당국에 가해지는 정치적 압력↑
같은 날 미국 뉴욕에서도 ‘홍콩 시위’ 지지 집회 열려...“홍콩의 자유를 위해 싸우자” 국제 사회에 지원과 관심 호소

홍콩에서 80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가 8일 일어난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든 이들이여, 우리가 그대들과 함께 있소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로이터) 

주최측 추산 8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8일 홍콩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시위에서 “’5대(大) 요구 가운데 하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슬로건을 들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규탄했다. 지난 11월30일에서 1일 사이 있은 시위 이래 1주일만에 또 다시 대규모 시위가 열린 것이다.

홍콩 당국의 ‘범죄인송환법’ 도입 추진으로 촉발돼, 이를 반대하는 이들이 지난 6월9일 100만명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첫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이래 ‘홍콩 민주화 시위’(이하 ‘홍콩 시위’)는 9일로써 꼭 반년을 맞는다. 이번 시위는 오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지난 6월 이후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온 반중(反中) 성향의 민주파 단체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이 주최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바는 ‘5대 요구사항’의 전면 수용이다. ‘5대 요구사항’이란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의 완전한 철회 ▲홍콩 시위대에 대한 폭도 지정 철회 ▲홍콩 경찰의 시위대 무력진압에 대한 정식 사과 및 독립적 조사위원회 설치 ▲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전면 석방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및 홍콩 입법회 보통·평등선거 시행이라는 민주파 홍콩 시민들의 대(對) 홍콩 정부 요구 사항으로써 최초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때부터 시위대 측이 홍콩 당국 측에 제시해온 요구들이다.

이 가운데 캐리 람 홍콩 행정정관이 수용한 사항은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의 완전한 철회 한 가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이래 꾸준히 시위에 참가해 왔다며 자신을 소개한 어느 회사원은 “정부가 요구에 응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표하기 위해 (시위에) 참가했다”며 “정부는 시민을 억압하지 말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섬에 위치한 빅토리아 공원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은 행정기관과 경찰서가 등이 밀집한 홍콩 중심가로 행진했다. 외신들은 “번화가의 간선도로는 수시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며 상황을 전했다.

시위를 감시하는 홍콩 경찰들이 사방에 깔린 가운데 일부 젊은이들은 도로를 봉쇄하기도 하고 재판소에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홍콩 당국은 8일 밤 성명을 통해 “방화는 중대 범죄에 해당하며 종신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홍콩 당국이 ‘홍콩 시위’를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변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당초 홍콩경찰 당국은 시위 개최를 인정하지 않고 단속을 강화할 방침으로 알려졌으나 홍콩 경찰 당국은 8일 시위를 허가한 것이다. 이는 지난 11월24일 민주파 진영이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홍콩민의연구소’가 지난 11월 하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경찰에 대한 시민 만족도 직수가 1997년 홍콩 반환 이래 최저치를 기록함에 따라 홍콩 당국이 상당한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같은 날인 8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 2014년 홍콩에서 ‘우산혁명’을 주도하기도 했던 로관충(羅冠聡) 씨를 필두로 한 200여명은 8일 뉴욕 맨하탄에 모여 “홍콩의 자유를 위해 싸우자”는 구호 등을 외쳤다.

로관충 씨는 “집회를 통해 홍콩의 현실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의 압력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홍콩이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세계 각국의 협력이 불가결하다”고 ‘홍콩 시위’에 지원과 관심을 호소했다.

동부 뉴저지주(州)에 살고 있다는 홍콩 출신 여성은 “홍콩 사람들에게 미국에서도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가 확대되고 있음을 전하고자 시위에 참가했다”며 “홍콩이 진정 자유를 얻게 될 때까지 지지를 호소하고자 한다”고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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