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사실조사도 없이 '마녀사냥식 졸속 여론재판'으로 현직 대통령 쫓아낸 '답정너 탄핵'
"미르-K재단은 朴대통령이 최순실에 준 뇌물"이라던 국회 주장, 대법원 '삼성 204억 재단출연 무죄'판단으로 깨져
2016년 12월 탄핵안, 사실조사 뒤로하고 "지지율 4% 여론조사" "광화문에 100만 국민" 졸속 여론재판 자인
"朴, '최서원 비선조직' 통해 국가정책 결정, 경제-금융-문화-산업 전반 농단케 했다" 과장왜곡 일삼은 탄핵안
2004년 4월총선 한달 전 발의-가결된 盧탄핵안, 대통령의 노골적 與지지 호소-선거개입 발언만으로도 2달 심리
盧탄핵안, "확인" "밝혀진" 사실로 법리·중대성 논쟁..."확인" 없이 "헌법-법률위반 9가지" 난잡한 朴탄핵안과 대조
朴탄핵안 장담하던 "뇌물 적어도 징역 10년", 입증 불리해지자 헌재 재판부 개입으로 쟁점서 빠져...무단변조 논란
형사법위반 쟁점서 빼고 녹여넣은 '私人 국정개입 허용-대통령 권한남용'에 朴 재임기와 무관한 선입관 적시한 憲栽
前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 "盧탄핵결정문엔 국회 소추의결서 첨부됐는데...朴 파면시킨 결정문은 '고의 누락' 의심"
국회 탄핵소추 3년 지나고도 안 끝난 형사재판...朴대통령 사익추구 입증 없이 '형량 늘리기'용 別件재판 줄이어
채명성 변호사 "경제공동체? 국정농단? '대통령은 최서원 꼭두각시' 프레임 기인한 탄핵...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2016년 겨울 왜 그렇게 분노했고, 거리로 나와 촛불 들었나?"...당시 촛불집회, 反체제-외부세력 개입 묵인 정황도

2016년 12월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 가결 당시 모습.(사진=연합뉴스)

9일은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탄핵소추안)가 통과한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2016년 12월3일 노회찬·우상호·박지원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총 171인의 당시 야당(현 여당) 국회의원들이 서명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은, 단 엿새 만에 적어도 63명 이상의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부화뇌동'해 재적의원 299인 중 234인 찬성·56인 반대·7인 무효·2인 기권으로 가결됐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최종결정했다.

정치권이 '번갯불에 콩 볶듯' 국회에서 통과시켰던 탄핵소추안은 크나큰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발의 단계에서부터 부실·졸속 논란의 여지를 가득 안고 있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소추안 의결에 앞서 같은해 11월30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임명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른바 '최순실(최서원의 개명 전 이름) 국정농단 의혹'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의 길을 열어둔 상황이었지만, 국회는 의혹 관련 '기사 14건'과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차은택 송성각 김영수 김홍탁 김경태 8인에 대한 검찰 공소장' 등만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소추를 강행했다. '국회의원 다수가 원하기만 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재임 중 사실상 쫓아내는 행위는 명백한 사실 관계에 입각해 '헌법 및 법률 위배 여부'라는 고도의 법률적 잣대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사실조사' 자체를 뒤로 하고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의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점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명백해지고 있다. 당시 탄핵주도세력은 "2016. 11.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주 연속 4~5%의 유례없이 낮은 수치로 추락하였다"며 일개(一個) 좌편향 여론조사업체가 발표한 수치를 민의(民意) 그 자체인 듯 치환하는 논리를 폈다. 또한 "2016년 11월 12일 및 같은달 26일 서울 광화문에서만 100만이 넘는 국민들이 촛불집회와 시위를 하며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을 질타하고 더 이상 대통령 직책을 수행하지 말라는 국민들의 의사는 분명하다. 주권자의 뜻은 수많은 국민들이 세대와 이념과 출신지역에 상관없이 평화롭게 행하는 집회와 시위에서 충분히 드러났다"고 규정했다.

국민 전체의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와 같은 법적 절차에는 근거하지 않은 채 '주권자의 뜻'을 단정한 것이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물리적으로 100만명이 모일 수는 있는지, 불과 1년여 전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폭력집회를 벌인 세력이 이른바 '세대와 이념과 출신지역에 상관 없이 평화롭게 행하는 집회와 시위'의 주축이 아니었는지,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받은 반(反)체제 불복세력이 가담했는지, 국내정치에 손을 대면 안 될 외세(外勢)의 동참 등을 통한 '세 불리기'가 있었는지, 검증이 필요한 의혹은 아무 것도 검증되지 않은 채 강행됐기도 하다.

2016년 11월~2017년 2월 기간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벌어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집회에는 중국어 간체자가 함께 쓰인, 박근혜 정부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여러 차례 동참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 강령 등으로 해산된 구 통합진보당 지지세력이 'RO 내란음모 회합'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석방을 요구하는 모습도 당시 촛불집회에서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사진=한기호 기자, 인터넷신문 미디어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시도라는 점에서 유일한 선례였던, 2004년 4월 총선을 1달 남짓 남기고 개시된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심판만 해도, 대통령이 '총선 직전 드러내놓고 집권여당 지지를 호소한' 발언의 정치중립성 상실 논란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및 삼권분립 파괴 여부와 혐의의 중대성 등을 헌재가 판단하는 데 두 달 이상(총 63일)이 걸렸다. "개헌저지선(재적의원 3분의1 이상)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당해 2월18일 합동기자회견),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당해 2월24일 대통령 기자회견) 등이 발언 내용이었다.

탄핵소추 이전까지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정치세력뿐만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의 '사과' 또는 '정치중립 준수 권고' 요구가 있었지만, 대통령이 정면으로 '거부'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법적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2004년 3월9일 ▲'헌법과 법률 위반에 따른 국법질서 문란'을 핵심 사유로 발의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사흘 뒤(12일) 가결됐으나, 5월14일 헌재가 찬반 현황을 밝히지 않은 채 기각하면서 노 대통령이 63일 만에 직무에 복귀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당시 국회는 노 대통령이 '내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할 것'(2003년 12월14일 청와대-당대표 회동)이라는 발언을 한 뒤 실제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10분의 1을 넘는 불법자금 수수 정황과 측근·참모 부정부패가 잇따라 드러난 것을 논거로 ▲'국정수행의 최소한 법률적·도덕적 정당성 상실' 등을 추가로 탄핵사유로 들었는데, 탄핵소추 이전 검찰 수사로 잇따라 '확인'되고 '밝혀진' 사실에 근거해 소추안이 작성된 점이 눈에 띈다. ▲민생 도탄 책임 을 묻는 것까지 탄핵사유는 큰 틀에서 3가지에 불과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 탄핵소추 사유는 2004년 총선 직전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지를 노골적으로 호소한 대통령 공개발언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및 헌법 위배 여부가 탄핵심판 절차 전반에서 핵심이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2016년 국회의 탄핵소추의 경우 핵심사유의 한축을 이뤘던 특가법상 뇌물죄-직권남용-강요죄-공무상비밀누설죄 등 형사법 위반이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재판부 강일원 주심의 판단으로 미리 배제됐고, 이듬해 3월10일에도 쟁점에서 빠진 채 대통령 파면이 선고됐다.(사진=YTN 보도화면 캡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2004년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 전문(全文)에는 노 전 대통령 관련 사실관계나 법리 해석의 출처와 함께 "확인"됐다는 문구가 다수 확인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2004년 3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 전문(全文)에는 노 전 대통령 관련 사실관계나 법리 해석의 출처와 함께 "확인"됐다는 문구가 다수 확인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2016년 12월 국회 탄핵소추의결서에서는 이같은 서술방식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국정(國政)에 '농단(隴斷·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이라는 거창한 어감의 어휘를 곁들여 발의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헌법 위배행위'에만 5가지(가~마), ▲'법률 위배행위'에는 4가지(가~라) 등 9가지 탄핵사유를 거론했다. ▲'중대성의 문제' 항목은 박 대통령에 대해 "최순실 등 비선조직을 통해 공무원 인사를 포함한 국가정책을 결정하고 이들에게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각종 정책 및 인사자료를 유출하여 최순실 등이 경제, 금융, 문화, 산업 '전반'에서 국정을 농단하게 하고, 이들의 사익추구를 위해서 국가권력이 동원되는 것을 방조하였다"면서 "헌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를 저질렀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수사기관에 의해 "확인"됐거나 "밝혀진" 사실을 논하는 대목이 없다. 발의자들이 십수의 언론 기사와 검찰 공소장 몇건을 토대로 직접 '주장'한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문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3월10일 헌재의 탄핵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심리 기간은 총 90일에 불과했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 따라 소추의결서가 접수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결과를 선고하도록 돼 있지만, 당시 야권의 압박과 탄핵심판 기간 중 퇴임한 박한철 헌재소장의 '2017년 3월13일 이전 선고' 데드라인 제시 등 이례적 행보로 인해 선고를 앞당긴 정황이 뚜렷하다. 

헌재 재판부는 검찰과 특검의 피의(혐의나 의심을 받는)사실만 담긴 조사결과물 등을 넘겨 받으며 주4회 재판을 강행, 결과적으로 대통령 대리인단을 수세로 몰았다.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소추위원단이 줄곧 다툰 대상은 법리보다도, 소추 단계에서부터 부실한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특검 수사라는 관련 형사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탄핵심판 병행이 강행된 것은 '졸속 탄핵'의 증거라는 지적이 많다. 2016년 12월27일 주심인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쟁점 정리'라는 명분으로 개입해, 국회 소추위원단이 주장하던 '난잡한' 9가지의 소추사유를 4가지로 압축시켜주며 사실상의 지원사격을 한 것도 같은 취지의 논란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쳇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의 준말)' 탄핵이 자행됐다는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2016년 12월3일 탄핵소추안 발의 당시 국회는 대기업 모금(총 774억원 규모)을 통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자체를 박근혜 대통령이 최서원씨에게 건넨 뇌물에 해당한다고 규정했지만, 후일 뇌물죄 등 형사법 위반 혐의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쟁점에서 배제된 채 대통령 파면 선고로 이어졌고, 관련 형사재판에서도 최다 출연기업인 삼성전자의 두 재단 출연분(204억원)이 '뇌물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국회의 탄핵소추사유가 근거를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그래픽=연합뉴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16개 그룹이 미르재단에만 총 486억원, K스포츠 재단에 총 288억원 출연한 것을 두고 국회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라고 단정하면서도 출연 과정에 '강요'가 있었다고도 주장하는 모순점을 안고 있던 '뇌물죄 등 형사법 위반' 쟁점은 강일원 주심의 개입 이후 자취를 감췄다. 국회 탄핵소추안은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재단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인사, 조직, 사업에 관한 결정권을 장악하여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며 "만일 재단법인에 대한 지배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단법인에 뇌물을 출연하게 한 것은 형법상의 제3자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 어느 경우든지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라고 뇌물죄를 단언,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죄"라고 규정하기까지 했지만, 이후 쟁점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선고에 이르기까지 헌재가 당초 '기각 대상'으로 설명했어야할 '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법 위반' 부분을 선제적으로 축소·제거했다는 편법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선고 당시 헌재는 ▲사인(私人) 국정 개입과 대통령 권한남용(박 대통령이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을 통해 문건 47건 사전유출을 지시했다는 혐의·재단 설립과 사기업 경영 관여 등으로 최서원의 이권추구를 도왔다는 혐의)만을 인정하면서도, 사안의 '중대성' 관련 국회 탄핵소추안에 없던 "헌법수호의 의지가 없다"는 판단까지 덧붙여 파면을 기정사실화했다. 덧붙여 법률 용어도 아닌 국회발(發) 신조어 '비선(秘選)실세'나 '비선조직' 따위의 어휘를 남발하거나, 대부분 사실관계 확인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 행태도 국회 탄핵소추안에서 헌재 탄핵결정문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헌재는 최씨가 정확히 누구와 '조직'을 이뤘는지를 결정문에서 명확히 밝히지 않기도 했다. 

이외에도 ▲공무원 임면권 남용(최서원·정유라 모녀를 위해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 문책성 인사를 했다는 혐의) ▲언론의 자유 침해(박 대통령의 세계일보 사장 교체 혐의) 여부 ▲생명권 보호 의무 등 위반(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성실의무와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를 방기했다는 혐의) 여부 등이 선고 당시 쟁으로 설명됐다. 다만 이때 헌재가 기각함으로써 박 전 대통령을 세월호 참사의 '가해자'따위로 치부하는 정략적 주장은 근거를 상실했다. 그나마 헌재가 인정한 '미르·K재단 자체를 최씨 이권추구용 뇌물로 박 대통령이 제공했다'는 식의 논리도, 올해 8월29일 대법원이 미르·K재단에 가장 많은 액수를 낸 삼성전자 출연금(총 204억원=미르 125억원 + K재단 79억원)에 대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함으로써 근거를 잃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탄핵심판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이 지난 2016년 12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헌법재판소에 국회의 탄핵 사유에 대한 반박 입장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한 뒤 브리핑에서 이중환 변호사(가운데)를 비롯한 대리인단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탄핵심판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이 지난 2016년 12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헌법재판소에 국회의 탄핵 사유에 대한 반박 입장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한 뒤 브리핑에서 이중환 변호사(가운데)를 비롯한 대리인단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 대리인단에서 활동했던 이중환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재 결정문에 '(2017년) 2월 1일자 준비서면에서 주장한 소추 사유 중 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아니한 소추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부분은 이 사건 판단 범위에서 제외한다'고 적었으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인용한 사실에는 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않은 것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쟁점을 제공한 바 있다.

'사인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 여부' 쟁점에서 '가. 사건의 배경'을 헌재가 거론한 것을 두고 이중환 변호사는 "소추 사유에 이 내용이 전혀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소추 사유는 대통령 재임 기간 중의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결정문에는 피청구인과 최태민(최서원의 선친)의 관계, 대통령 취임 전 비서실 운영 행태까지 기재했다"며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운영에 대한 부분도 탄핵소추의결서에 없는 내용"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과 달리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가 첨부되어 있지 않다"고 짚으며 "저는 헌재가 소추 사유와 실제로 파면을 결정한 사유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누락시켰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탄핵소추의결서가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소추위원단에 불리한 논거를 배제하기 위해 변조됐고, 대리인단의 증인·증거요청 대부분이 묵살당했으며, 최종적으로 탄핵 선고 단계에선 결정문에 '첨부'조차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졸속·답정너' 탄핵이 재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중에서도 대리인단의 추가 증인 요청 대상으로 한때 최씨와 매우 가까웠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거론됐던 것이 눈길을 끈다. 고영태 전 이사를 매개로 뭉쳤던 '안산파' 일당이, 자신들이 '비선실세로 착각'하고 있던 최씨를 이용한 미르·K스포츠재단 이권 농단(사업 따내기 등)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자, '박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죽이고 다른 정치세력과 결탁하자'는 식의 '국정농단 게이트를 모의'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2000여건을, 검찰이 확보해놓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었음을 대리인단이 포착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는 '만들어진 국정농단 의혹'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추후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항으로 거론된다. 

3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박 전 대통령이 농단이라는 표현대로 어떤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했는지, 단 돈 한푼의 사익(私益)이라도 취했는지'가 국회의 탄핵소추안, 헌재의 탄핵심판, 끝나지 않은 형사재판 과정에서도 증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답정너 탄핵이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좌파 코드인사'로 다져진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이 별건(別件)으로 직·간접 뇌물 혐의 액수를 늘리려는 시도는 지속되고 있지만, 대통령 탄핵까지 강행된 사건의 본질에서 이미 한참 벗어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법은 지난달 28일 박근혜 정부에서 3대(代) 국가정보원장이 청와대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지원한 사건 관련 상고심에서, 2심까지 특활비 수수분에 대해 적용되지 않던 '뇌물죄'를 적용하라는 취지로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보다 앞서 미르·K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간주하지 않은 8월29일 박 전 대통령 상고심에서도, 2심까지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34억원어치의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뇌물로 인정하라며 파기환송하는 등 뇌물 혐의 액수를 기존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린 바도 있다. 이는 모두 탄핵소추 및 심판 단계와 무관한 혐의를 토대로 한 재판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 대리인단을 지낸 채명성 변호사는 2019년 12월 현재 탄핵심판기 당시 상황과 헌법-법률적 판단, 문재인 현 대통령 탄핵 필요성을 다룬 '지나간 탄핵, 다가올 탄핵' 저서를 출간했다. 이는 앞서 출간한 '탄핵 인사이드 아웃'의 후속편 격이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 대리인단을 지낸 채명성 변호사는 2019년 12월 현재 탄핵심판기 당시 상황과 헌법-법률적 판단, 문재인 현 대통령 탄핵 필요성을 다룬 '지나간 탄핵, 다가올 탄핵' 저서를 출간했다. 이는 앞서 출간한 '탄핵 인사이드 아웃'의 후속편 격이다.(사진=연합뉴스)
채명성 변호사의 저서 '지나간 탄핵, 다가올 탄핵' 일부 페이지
채명성 변호사의 저서 '지나간 탄핵, 다가올 탄핵' 중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내용과 탄핵심판 과정의 졸속성을 지적한 도표를 삽입한 페이지.

대통령 대리인단 당시 경험 등을 토대로 <탄핵 인사이드 아웃>에 이어 <지나간 탄핵, 다가올 탄핵>을 출간한 채명성 변호사는 "대통령은 최서원과 공모하거나 최서원을 통해 사익을 취한 사실이 없다"며 "대통령이 단돈 1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은 검찰과 특검의 수사,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통해서도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런 대통령을 최서원과 공모했다거나 '경제공동체'라는 논리로 처벌해야 한다면, 형제 자녀 배우자 등의 비리야말로 더더욱 공모 관계나 '경제공동체'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친형 노건평씨, 이명박 대통령 재임시절 친형 이상득 전 의원, 故 김대중 대통령 집권기 두 아들(김홍업·김홍걸씨), 故 김영삼 대통령 재임 중 차남 김현철씨 등 '살아있는 권력'의 혈육들이 거액 수뢰 등 비위혐의로 사법처리까지 당한 사례에 비하면 박 전 대통령을 전에 없던 '경제공동체' 논리까지 만들어 탄핵할 근거는 부족했다는 취지다.

거꾸로는 이른바 '경제공동체' 논리를 선례로 삼아, 현직은 물론 이후 대통령들에 대해서도 가족 비리 공모·방조·은폐사실이 확인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헌재의 정치판결이 만든 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 소추위원단과 헌재 재판부가 최소한의 물증도 없이 설정한 이른바 경제공동체 즉 '최씨의 이익이 곧 박 전 대통령의 이익'이라는 식의 전제는, 동시에 두 인물간 '제3자 뇌물공여'가 성립된다고 단정한 것과 상식적으로 상충되는 등, 정호성 전 비서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최씨에게 대통령 말씀자료 초안 등이 전달된 것을 국정농단이라고 규정한 것과 함께 논리비약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채명성 변호사는 "문건 유출을 탄핵 사유로 삼은 것은 대통령이 '최서원의 꼭두각시'라는 프레임에 기인한 측면이 큰 듯 하다"고 저서에서 지적했다.

그는 또한 "문건 중 일부는 대통령의 허락 하에 연설문 작성 시 도움을 받기 위해 전달된 것이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문건들은 정호성 비서관이 대통령의 허락 없이 최서원에게 참조용으로 보낸 것이었다"며 "국정농단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사안이었지만 태블릿PC 및 각종 루머들과 결합되면서 최서원이 국정을 좌지우지한 것처럼 부풀려졌고 헌법재판소도 그렇게 판단했다"고 정리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조차 헌법과 법률을 엄정히 적용한 게 아닌, 여론재판의 일환으로 흘러갔음을 시사한 셈이다.

채 변호사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제 물어보고 싶다. 2016년 겨울 왜 그렇게 분노했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나? 과연 지금도 대통령을 탄핵시킬 사유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당시 대통령이 사교(邪敎)에 빠진 최서원의 '아바타'라는 분노와 실망감,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섹스나 하고 굿판을 벌이는 더러운 여자였다는 충격 때문에 탄핵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나?"라고 반문하며 "그 모두가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대통령은 파면되고, 구속되었다"고 상기시키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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