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WHO 사업에 약 60억-韓국제보건의료재단 사업에 15억4천여만원 각각 지원키로
지난 7월말 서울 관악구서 생활고로 숨진 故한성옥 母子 진상규명-책임자처벌 탈북민사회 요구는 외면
모자 아사사건 4달 가까이 지난 11월말 장례절차 강행해 김연철 장관 들러..."날치기 장례" 비판
文정부 수수방관한 北 비핵화 대화는 다시 위기국면, 北김정은 주도 군사도발은 "정치적 상황" 치부하나
北김정은은 금강산 남측시설 일방철거 지시에 "굶어 죽더라도 아무 것도 받지 말라" 對南혐오 표출 중

12월6일 북한 모자 보건분야 의료지원 등 명목으로 총 75억원 규모의 대북지원을 결정한 통일부의 김연철 장관(왼쪽), 북한 정권이 '최고령도자'로 자칭하는 김정은(오른쪽).(사진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북한 모자(母子)보건 분야 의료지원 사업에 500만달러(약 60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한다. 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을 통한 북한 어린이·장애인 영양 지원 사업에 15억4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정부가 제309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남북협력기금 지원(안) 등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불과 4개월여 전 탈북민 고(故) 한성옥씨 모자가 서울 한복판에서 생활고를 못 이겨 숨진 사건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후속대책 마련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에서 모자 보건사업을 명분으로 대북(對北)지원을 결정한 셈이다. 

임명 전후 줄곧 '북한 정권' 입장만을 대변한다는 논란을 빚어온 김연철 통일장관은 지난 7월31일 한씨 모자가 관악구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4달 가까이 흐른 11월26일에야 관악구 동부하나센터에 차려진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탈북민·북한인권 단체가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등에 적극적인 사망원인 규명, 재발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지만 정부는 외면해오다가 장례 절차를 강행하면서 "날치기 장례"라는 비판이 나온 터다.

이날 대북지원 결정 관련 통일부는 "WHO는 2014년 이후 중단된 이 사업을 재개해 줄 것을 희망하고 정부와 지원 계획을 협의해왔다"며 "정부는 이 사업이 (북한의) 영유아·산모 사망률을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논리를 댔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4년 WHO에 630만달러를 지원한 이후 5년만에 북한 모자 보건 사업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WHO의 모자 보건 사업은 북한 내 산과·소아과 병원 및 의과대학 기관평가, 의료진·교수진 교육훈련, 교육훈련을 위한 필수 응급·수술 장비, 모니터링 비용 등 사업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을 통해 지원하는 15억여원은 북한 탁아소·유치원에 밀가루를 지원하는 사업과 북한 장애인의 재활 및 영양 지원 사업에 사용된다.

지난 7월31일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던 탈북민 한성옥씨 모자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11월26일 서울 관악구 동부하나센터 등 수도권 6곳에 설치됐다(오른쪽). 이틀 뒤인 11월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 남북하나재단 앞에서 탈북민비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을 규탄했다(왼쪽). 이들은 故 한성옥 모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등을 요구했다.(사진=연합뉴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논리이지만,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행태 불문 대북지원 기조를 고수하는 격이 된다.

최근 북한이 김정은의 지도 아래 '무장해제' 수준의 9.19 군사합의조차 어겨가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측 최전선인 창린도 해안포 사격(지난 11월23일)을 벌였고, 불과 며칠 뒤(같은달 28일) 오후 중 버젓이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포) 4차 시험발사 도발까지 자행해 군사적 긴장을 높인 터다. 아울러 현 정권이 '북한 비핵화'를 직접 압박하는 노력 없이 미·북 비핵화 대화에 모든 것을 떠넘겨 놓은 것이 2년 만에 다시 '군사옵션'과 '맞대응'을 거론할 정도로 악화됐음에도 통일부는 대북지원을 강행·선전한 셈이다.

북한군이 지난 11월28일 오후 4시59분쯤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2연발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포).(사진=조선중앙통신) 

더욱이 북한 정권은 금강산 관광지 남측시설 일방 철거를 통보하고, 김정은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한 문재인 대통령 친서를 공개하며 조롱하는 등 대남(對南) 혐오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엔 김정은이 조선로동당 고위 간부들에게 "굶어 죽더라도 남조선에선 아무것도 받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가까운 예로 정부는 지난 6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쌀 5만t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북측이 거부했다. 정부는 현재 WFP에 미리 보낸 쌀 지원 관련 예산 1177만달러(한화 126억원) 회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대북지원 물품이 군사적으로 전용(轉用)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도 못한 채 정부가 강행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특히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 지원하는 밀가루는 전용 가능성이 높은 품목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평양에 상주하는 국제 NGO 등을 통한 간접 모니터링 계획 등을 검토하고 지원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는데, 감시 수단이 '간접 모니터링'에 그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편 교추협은 남북경협·교역·금강산 기업에 대한 지원 사업비 지원 규모를 1228억여원에서 1239억여원으로 11억원가량 증액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정부는 관련 사업비 정산 과정에서 미반영 확인 재고자산 반영, 감가상각 적용 보완, 환율 조정 등 회계상 정정 과정에서 금액을 수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교추협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5일까지 서면 심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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