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국제회의서 돌출 발언 논란
중국 측 참석자에 "중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거기서 북한과 협상 어떻겠나"
대통령특보가 미국 아닌 중국에 우리 안보 맡기면 어떨지 고려 중?
"개인적으로는 한미동맹 종식되길 바란다"며 ‘균형자 외교’ 주창해온 문정인

사진 = 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또 다시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곧 한미동맹 이완이라고 주장해온 문 특보는 ‘주한미군 철수’를 한국외교의 중장기적 과제로 제시한 인물이다.

문 특보는 지난 4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개최한 국제회의에서 사회를 보는 도중 "만약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그 상태로 북한과 협상을 하는 방안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돌발 질문은 중국 측 참석자에게 던진 것이었다.

외교안보정책 부문에서 문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첫손에 꼽히는 문 특보가 주한미군 철수를 구체적으로 가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그가 미국이 아닌 중국에 우리 안보를 맡기면 어떨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학자로서의 소견이라고 회피해왔지만 문 특보의 주장은 그간 실제로 현실화됐다. 문 특보는 2017년 9월 독일 베를린 강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그리고 한미는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까지 맞아떨어지며 횟수가 줄고 있다.

지난해 문 특보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수 쪽에서 ‘우리는 미국과 영원히 같이 가야 된다’고 하는데 나는 회의적”이라고 밝히면서 “남북관계만 개선되면 우리가 한미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 모든 옵션은 ‘온 더 테이블’이다”라고 주장했다. 같은해 5월 문 특보는 미국 시사월간지 <애틀랜틱(The Atlantic)>에 “개인적으로는 한미동맹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동맹이란 게 국제관계에선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상태”라며 “단기적으론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있어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론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균형자 외교’를 해야 할 운명이기 때문에 한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게 문 특보의 입장이다. 바로 이 ‘균형자 외교’는 노무현 정부 이후 좌파세력들이 한미일 삼각공조에서 미묘히 벗어나려 할 때마다 내세우는 금과옥조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