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간섭, 패권주의, 작은나라 괴롭히기 반대"...中왕이 反美코드 발언, 흡사 '유체이탈'
"내정간섭, 패권주의, 작은나라 괴롭히기 반대"...中왕이 反美코드 발언, 흡사 '유체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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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의 韓中외교장관 회담서 자국행보 뒤로하고 美 겨눈 '남 말'..."'반드시' 새로운 공동 인식 형성하자" 압력
강경화 외교장관에 "여러차례 초청해줬는데 5년(7개월)만에 방한했다"며...康 말끝마다 끄덕이며 듣기도
康 한중 관계의 "미진한 부분" 언급하자 추궈훙 주한중국대사 흡족한 듯 고개 크게 '끄덕'
추궈훙 대사, 11월29일 국회 내 세미나서 "韓, 美전략무기 배치하면 후과 초래할 것" 최근도 내정간섭 발언한 인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년7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양자 회담을 가진 가운데, 중국이 우리나라에 사실상 반미(反美) 연대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왕 외교부장은 이 회담에서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을 통해 "장관님은 저의 방한을 여러 차례 초청해 주셨는데 5년 만에 방한하게 됐다.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이며 파트너"라면서 "현재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국제정세에 대해, 지난 100년 동안 없었던 변화에 처한 배경 하에 이웃들 간에는 왕래를 강화하고 협력을 강화하며 서로 이해를 하며 서로 지지하고 다같이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고 다같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중국은 시종 일관되게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평화 외교정책을 시행하고 나라가 크든 작든 모두 평등한 것을 강조하고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주장하며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을 반대하고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자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하고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그리고 다른 나라의 내정간섭에도 반대한다. 현재 세계의 안정과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은 일방주의가 현재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패권주의 행위가 국제관계 규칙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책임지는 나라들과 함께 다자주의 이념을 견지하고 공평과 정의의 원칙을 지키고, 굳건하게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제를 수호하고, 굳건하게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국제질서를 수호하고, 굳건하게 세계무역기구(WTO)를 초석으로 하는 다자무역 체제를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2월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2월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일방주의' '패권주의'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 등 언급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미국 일극체제'를 거부하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은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이른바 3불(不) 정책(THAAD·사드 추가배치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화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불가)을 한국으로부터 약속받았다고 일방 발표하면서 반미(反美) 노선을 압박하는 등 '내정간섭'을 했고, 북한 핵미사일 방어용 주한미군 사드(배치에 불만을 품고 자국 소재 한국기업활동과 한국관광 등을 통제하는 경제보복 '한한령(限韓令)'을 내리는 등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행위', 남중국해 패권을 노리며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거나 홍콩·마카오·대만 지배 야욕을 천명하는 등 '패권주의'적 행보를 보여왔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초기인 지난 2017년 12월 중국 방문 때는 청와대 수행기자단이 중국인 경호인력에게 폭행당했으나 공식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점, 당시 문 대통령이 방중 3박4일간 10끼 중 중국 최고위급과 식사는 2차례밖에 갖지 못하는 '혼밥 외교'를 벌이게 만든 점, 우리 언론의 출입은 통제당한 채 깜깜이 한중 정상 만찬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중국의 외교 태도 논란이 많았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 군용기가 올해만 25차례 이상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는 등 우리나라를 대등한 정상국가로 대우하지 않는 징후가 뚜렷한데도 이번 외교장관회담에서 반미 연대를 위해 '유체이탈 화법'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왕 외교부장 본인이 문 대통령 집권 석달째인 2017년 7월 왕 외교부장은 독일에서 첫 한중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문 대통령과 악수하며 왼팔을 '퍽' 소리가 들릴 정도로 툭툭 쳐 외교결례를 저지른 당사자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 사례로 추궈훙 주한중국대사는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세미나에서 "한국 정부가 정치적 지혜를 갖고 잘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한국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노골적 군사 내정간섭 발언을 한 바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7년 중국 방문 이틀차인 12월14일 오전 베이징 조어대 인근 한 현지 식당에서 중국 '서민 메뉴'로 알려진 만두(샤오롱바오), 만둣국(훈둔), 꽈배기(요우티아오), 두유(도우지앙)을 주문해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7년 중국 방문 이틀차인 12월14일 오전 베이징 조어대 인근 한 현지 식당에서 중국 '서민 메뉴'로 알려진 만두(샤오롱바오), 만둣국(훈둔), 꽈배기(요우티아오), 두유(도우지앙)을 주문해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강경화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서울에서 다시 만나 그간 양국관계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성과를 평가하고 다소 미진한 부분에 대해 개선·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또한 강 장관은 "정상 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중 양측은 활발한 고위급 교류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양국 협력을 더 발전 시켜 나가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오늘 회담을 통해 정상 및 고위급 교류 활성화 방안, 경제·환경·문화·인적 교류 등 실질 협력을 증진할 구상과 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 지역·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장 전언에 따르면 왕 외교부장은 강 장관의 발언 중 문장 하나 하나 끝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었다. 회담에 배석했던 추궈훙 대사는 강 장관이 한중관계의 '미진한 부분'을 언급하는 도중 크게 고개를 끄덕였고, 중국어 통역관이 이를 전하자 왕 외교부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보였다.

왕 외교부장은 "오늘 강 장관과 각 분야에 호혜적인 협력 강화에 대해서, 그리고 지역 및 국제정세의 새로운 변화 새로운 정세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저는 우리 사이에 '반드시' 새로운 공동 인식이 형성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공개발언을 마쳤다. '반드시'라는 언급이 나온 것을 토대로 자국의 특정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왕 외교부장은 지난 2015년 10월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수행해 서울을 찾은 이후 4년여만에, 양자 차원에서는 2014년 5월 이후 5년7개월 만에 이날 처음으로 방한했다. 강 장관과의 회담은 지난 9월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담한 이후 3개월 만이다. 한중 장관은 회담 이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장관 공관에서 만찬을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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