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완전히 파괴, 화염과 분노' 언급한 2년前 정세로 회귀? 김정은 지칭하던 '로켓맨' 표현도 다시 사용
같은날 北외무성 "연말 시한부 다가와, 크리스마스 선물 무얼지 美 결심에 달렸다" 겁박에 강경대응한 듯

지난 2017년 9월20일 제72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9월20일 제72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게 비핵화 합의를 지켜야 한다며, 필요시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이례적으로 경고했다. 북한 정권의 대미(對美)비난과 김정은이 앞장서는 군사행보 등이 잦아지는 가운데, 미측에서 결국 강경대응 여지를 열어놓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런던 주재 미국대사 관저에서 열린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김정은)이 계속 로켓을 쏘아올리기 때문에 그를 '로켓맨'이라 부른다"며 "미국 군사력을 써야만 한다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로켓맨이 자살 임무 수행 중"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집권 초엔 김정은 정권을 겨눈 '화염과 분노' 발언을 내놓기도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비핵화 합의에 부응해야 한다"며 "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압박성 언급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는 만약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여전히 백악관에 있었다면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벌였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연말을 인내의 시한이라고 연일 주장해온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은 3일 오후(현지시간)에도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의 담화를 내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대미 압박을 시도했다.

북한은 연말 시한을 압박하며 미국에 이른바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변화의 기미가 없다는 게 외교가 일각의 시각이다.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로드맵에 대한 포괄적 합의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 등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연말 시한에 대해서도 '북한의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복해서 일축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도 그간 미 당국자들이 밝혀온 것과 같은 궤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최근 2년간 '대화 무드'에선 드물게 군사 옵션을 거론함으로써, 북한이 지난 10월 '스톡홀름 노딜' 이후 핵 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동결을 깰 수도 있다고 위협한 데 대해 미국도 '2017년과 같은 화염과 분노 식 강경대응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대북 메시지를 담은 셈이다.

한편 이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방위비를 더 내는 것이 공정하다"며 "지금 한국과 협상 중인데, 그들이 공정하게 좀 더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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