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또 북한측 입장 두둔하는 발언으로 물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북한이)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북한 측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말까지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밝혔는데, 김 위원장이 말하는 새로운 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며 “그 중 하나는 군사적으로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보이듯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 측 입장에서 답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10월 백두산 등정 이후 북한의 향후 정세 구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도 “경제 쪽으로 관광 분야 현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많고, 지난 5월부터 집중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각종 다양한 방식의 단거리 미사일에 의한 억지력 강화를 들 수 있다”고 답변했다.

억지력(deterrence)이란 군사분야에서 한쪽이 공격하려고 해도 상대방의 반격이 두려워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힘을 일컫는다. 정부는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 중인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우리 군사력에 대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한다’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김 장관의 답변은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나 공격에 대비해 북한이 억지력 차원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는 북한측 입장을 두둔하거나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2일 중앙일보에 “김 장관이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는지 믿기지 않는다”며 “김 장관의 발언대로라면 우리 군이 북한 침략을 목표로 하고 있어 북한이 방어 차원에서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중앙일보에 “한미는 정전협정 체결 후 북한을 단 한 번도 공격한 적이 없지만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등을 북침용으로 규정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한미가 북한을 침공하는 존재라는 북한의 거짓 주장을 통일부 장관이 인정하듯이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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