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보고 대부분 선거 이후였다"는 靑노영민 거짓말 의혹...檢, 민정비서관실 근무한 이광철-윤규근 소환검토
'이첩만 했다'는 백원우 진술도 위태...'김기현 고발' 건설업자 "靑-與에 넘겼다"는 문건보다 靑 첩보는 발전된 형태

지난 2018년 11월20일 청와대 제3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만난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왼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11월20일 청와대 제3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만난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왼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유력 울산시장 후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 상황이 청와대에 9차례나 보고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9번 중 8번'이 선거 전 이뤄졌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청와대 당시 '조국 민정수석실' 산하 '백원우 민정비서관실'→'박형철 반부패비서관실'→경찰 본청→'코드 인사' 황운하 울산경찰청 순으로 이른바 '김기현 비위 첩보'가 하달됐다는 하명(下命)수사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선거개입 수사를 지속적으로 관리까지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검찰은 경찰이 청와대에 한 보고 9차례 가운데 8차례가 지방선거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전날(29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김기현 전 시장 관련 수사에 대해 9차례 중간보고를 받았다"면서도 "대부분은 지방선거 이후에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상반된 정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것이다.

또한 '청와대가 먼저 경찰에 보고를 요청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노영민 비서실장 해명과 달리, "보고 대부분이 청와대의 문의에 따른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친노(親노무현)-친문(親문재인)계 핵심 일원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現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직속 별동대' 격인 청와대 직원 2명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울산에서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 진행상황을 직접 챙겼다는 의혹도 검찰은 조사 중이다.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 울산경찰에 대한 야당의 고발 사건을 지난 26일 울산지검으로부터 이첩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최근 "청와대 직원들이 지난해 울산에 내려와 김 전 시장 수사 진척 상황을 알아보고 갔다"는 전직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원, 울산경찰청 경찰관의 진술을 확보하고, 당시 상황을 복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비서실장은 전날 운영위에서 "(직원들이) 울산 현장에 갔던 것은 '고래 고기 사건' 때문에 검경이 서로 다투는 상황에서 불협화음을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내려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고래 고기 사건은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 유통업자에게서 경찰이 압수한 고래 고기 27t 중 21t을 울산지검이 위법하게 되돌려줬다는 주장이 제기돼 검경 갈등으로 비화된 건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검찰은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의 역할 등을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시 청와대 직원이 김 전 시장 관련 수사 진척 상황을 챙겼다. 2명 중 1명은 특히 백 전 비서관이 내린 업무를 주로 수행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됐다고 한다. 이는 백 전 비서관이 지난 28일 입장문을 내 "통상 절차에 따라 사건을 이첩했을 뿐 사건의 처리나 후속 조치에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각각 검찰과 경찰에서 파견된 이 직원들을 곧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들은 공직자 비리 감찰 권한이 있는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이 아닌 백 전 비서관의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민정비서관실 업무가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여론동향 수집 등에 한정돼있음에 따라, 백 전 비서관은 '김기현 첩보 봉투'를 건네받았다는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의 검찰 진술을 계기로 '권한을 벗어난 불법적 정보수집을 해왔다'는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됐었다.

그가 정식 특감반도 아닌 별동대를 운영해 월권 첩보를 수집·생산했다는 정황까지 사실로 확인된다면 '통상 절차였다'는 청와대의 논리가 근거를 완전히 상실할 전망이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 밑에서 일한 이광철 현 민정비서관(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른바 '버닝썬 경찰총장'으로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윤규근 총경(당시 행정관)에 대한 조사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해 1월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과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현 울산시장), 현지 경찰관 1명, '서울에서 온 인사' 등 4명이 울산 태화강 인근의 한 장어집에서 만나 식사했다는 진술 등 단서를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시점은 송철호 시장이 6.13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서울에서 온 인사'가 백원우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행정관 중 한 명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백원우 별동대'의 규모도 울산을 다녀갔다고 거론된 2명뿐만 아니라 총 6명에 달하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한편 문제가 된 첩보는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건설업체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 등으로, 이를 토대로 울산경찰은 '김기현 후보 공천날 압수수색'을 벌이며 선거기간 피의사실 공표 등을 반복해 결과적으로 김 전 시장을 부패혐의자로 낙인찍고, 낙선시키는 데 기여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지휘 단계에서 보완수사 지시가 3차례나 내려지고도 경찰이 기소의견 송치를 강행했고,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리며 "수사 상황 시점이 정치적"인 무리한 수사라고 경찰을 질타하기에 이르렀다. 수사는 대부분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 해당 첩보는 백 전 비서관이 박 비서관에게 전달해줬으며,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 출신 행정관이 2017년 11월 초 노란색 행정용 봉투에 이 첩보를 밀봉해 경찰청 특수수사과(현 중대범죄수사과)에 전달했고, 경찰청은 검토작업 후 같은 해 12월28일 우편으로 울산경찰청에 보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경찰에 단순 이첩만 했다는 청와대 내부에서 보완 내지 가공 등이 있었는지 여부다. 별동대 운영으로 첩보를 직접 '수집·생산'한 것으로 드러나면 혐의점이 확실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발(發) 첩보의 최초 생산자가 여권 내부일 것이라는 의혹을 가중시키는 정황도 거론된다. 김 전 시장을 직접 고발했던 울산 지역 건설업자 김모씨가 2017년 현 정권 출범 후 김 전 시장 관련 의혹제기 문건을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낸 사실을 최근 검찰이 확인했는데, 김씨의 제보 문건과 청와대가 경찰에 하달한 첩보가 '질적으로' 달랐다는 것이다. 검찰이 김씨 자택 PC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전 시장 비위 의혹을 담은 문건을 확인한 결과였다. 그런데 청와대가 내려 보낸 비위 첩보 문건은 김씨의 제보 문건보다 내용이 더 많고 법률적 판단까지 담긴 형태였다고 한다.

김씨는 자신의 문건을 "민주당 적폐청산위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으로 보냈다"고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혀뒀는데, 이를 넘겨받은 누군가가 내용을 더 보태고 편집한 뒤 '김기현 하명수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특감반 직원들과 경찰 관계자들을 조사했으나 이들은 모두 "문건 작성자는 모른다"고 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에 따라 민주당 적폐청산위나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첩보 문건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적폐청산위에 있었던 의원들은 "관련 내용을 모르고 청와대에 문건을 넘긴 것도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조만간 백 전 비서관을 불러 '김기현 첩보' 문건 출처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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