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여야 의원 10여명 관저 초청 비공개대화 중 발언...美대사관 "코멘트 않겠다. 면담 전 합의된 비공개원칙 준수"

사진=채널A 보도화면 캡처
사진=채널A 보도화면 캡처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여야 의원을 대사관저로 불러 이야기하던 중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기사가 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을 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 출신 4성 장군인 해리스 대사가 대통령 주변인물들의 친북(親北)이념 편향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던 셈이다.

30일 복수의 언론보도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지난 9월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국회 의원연구단체 '미래혁신포럼' 소속 여야 의원 10여명을 관저로 불러 대화를 나누던 중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일부 여당 의원은 해리스 대사에게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고 화제 전환을 시도하는가 하면, "말도 안 된다"면서 "그럼 김현종 대통령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종북좌파라는 말이냐"라고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8월 반일(反日) 감정 고조 여론전에 앞장서다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하기로 결정한 직후로 한미가 이 문제로 신경전을 펼 때였다고 한다. 해리스 대사는 이 모임에 앞서 외교부로 불려 가 지소미아 파기결정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상황이었기도 하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주한 미 대사관 대변인은 "우리는 비공개로 진행된 외교 관련 면담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한 "면담 전 합의된 (비공개 대화) 원칙을 준수하고자 한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를 면담한 여야 의원들이 언론에 앞다퉈 '뒷말'을 한 것이 원칙에서 벗어난 행위라고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의원들은 해리스 대사가 비공개 대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성 언급을 반복했다는 취지의 폭로전을 벌여온 바도 있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해리스 대사는 9월 여야 국회의원 관저 초대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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