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민정수석실 산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檢진술에 "단순 이첩" 부인...野지자체장 겨눈 월권첩보 넘겨놓고
"없는 의혹 만들어" "조국 前민정수석에 보고될 사안 아니다" "'황운하 울산경찰' 아닌 검찰이 정치적"
"울산경찰 수사는 정상적", "靑 이첩은 정상적 업무 매뉴얼", "檢 피의사실 유출 유감" 감싸는 여당
檢, 이르면 이번 주말 백원우 소환할 듯...'민정수석실 압수수색 불가피' 방침도 알려져

'문재인 청와대'의 조국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박형철 비서관(왼쪽)이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 이관된 김기현 전 울산시장 표적 하명수사 의혹 사건 관련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오른쪽)이 '김기현 첩보 봉투'를 자신에게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11월28일 전해졌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지난 2009년 5월29일, 엿새 전 '박연차 게이트' 관련 600만달러 수수 의혹 피의자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헌화하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고함치면서 달려들다가 현장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해 여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친노-친문계의 실세 일원으로서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부원장을 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現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8일 자신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직전 울산광역시장 재선에 도전하는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비위첩보를 생산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하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박형철 비서관으로부터 "봉투에 든 첩보보고서를 백원우 비서관에게 받은 뒤 공문 처리 않고 경찰청에 전달했다. 이후 경찰의 수사를 보고받았다"는 진술 내용을 확보했다. 전날(27일)에는 김기현 전 시장이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 공천을 확정받은 날(2018년 3월16일) 황운하 청장 체제의 울산경찰이 시장비서실 등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가 전면 개시된 사건에 앞서 2017년 10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경찰청, 12월 경찰청→울산경찰청 순으로 첩보가 하달된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발(發) 선거개입·하명(下命)수사 논란이 제기된 터다.

뒤이어 최초의 첩보 생산자로서 '백원우 민정비서관실' 쪽이 지목된 것이다. 법적으로 청와대에서 정보 수집이 가능한 대상자는 임명직 공직자이지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가 아니라는 점, 민정비서관 주업무가 대통령 친인척 등 주변인 관리라는 점에서 이미 '월권·불법 첩보'라는 논란이 겹치고 있다. 첩보 하달 단계에서 청와대가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질책성 언급을 했다는 의혹, '김기현 울산시' 측 압수수색을 경찰이 청와대에 사전보고 했다는 의혹 등도 울산지검 및 서울중앙지검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정황이다. '봉투에 든 첩보보고서'가 직접 반부패비서관실로 하달됐다는 진술까지 제기되면서 친노·친문 실세 일원인 백 전 비서관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청와대 1기' 비서실장 임종석, 민정수석 조국, 민정비서관 백원우(왼쪽).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가운데).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오른쪽).(사진=연합뉴스) 

다만 백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오해와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는 입장문을 "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각종 첩보 및 우편 등으로 접수되는 수많은 제보가 집중된다"면서 "확인이 필요한 첩보나 제보는 일선 수사기관에 이첩해 수사하도록 하는 게 통례다. 이건 수십년 넘게 이뤄져 온 민정수석실의 고유 기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전 울산시장 관련 제보를 박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 '특별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내용의 첩보가 집중되고 또 외부로 이첩된다. 반부패비서관실로 넘겼다면 이는 울산사건만을 특정해 전달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추측'을 내놨다.

자신의 손으로 '김기현 첩보 봉투'를 건넸다는 보도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은 없는 셈이다. 그러면서 "그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었거나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통상적인 반부패 의심사안으로 분류, 일선 수사기관이 정밀히 살펴보도록 단순 이첩한 것 이상이 아니다"고 규정한 뒤 "없는 의혹을 만들어 논란을 벌일 게 아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백 전 비서관은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이첩받은 문건의 원본을 공개하면 된다"면서 경찰에 규명 책임을 넘기기도 했다.

나아가 그는 "우리는 관련 제보를 단순 이첩한 이후 그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조차 없다"면서 "이번 사안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될 사안조차 아니다. 비서관실간 업무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뿐"이라고 조국 전 민정수석 등에게 제기된 '윗선 개입 논란' 차단에 나섰다.

백 전 비서관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면서, "이 사건으로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지방선거 당시 울산경찰청장)이 고발된 게 벌써 1년 전 일이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검찰은 지난 1년 간 단 한차례의 참고인, 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돌연 '검찰 탓'을 했다.

그러면서 "황운하 청장의 총선 출마, 그리고 조국 전 민정수석의 사건이 불거진 이후 돌연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이제야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최초 첩보 이첩과정과 최초 수사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어떤 수사나 조사도 하지 않았던 사안을 지금 이 시점에 꺼내들고 엉뚱한 사람들을 겨냥하는 것이 정치적인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황운하 울산경찰 감싸기' 태도를 취하며 검찰에 선거개입 프레임을 씌우려는 논리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홍익표 의원(서울 중구성동구갑·재선).(사진=연합뉴스)

민주당에서도 백 전 비서관 측 비호에 나섰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백원우 부원장이 저를 찾아와 같이 (입장문에 대해) 점검을 했다"며 "백 부원장이 복기를 해보니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수사는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청와대가 이첩을 한 것은 정상적인 업무 매뉴얼에 따른 절차였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기존 당·청 논리를 되풀이했다.

또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는 이미 (이첩) 전부터 이뤄졌다"며 "마치 청와대 첩보가 이첩된 이후 경찰 수사가 이뤄진 것처럼 말하는 것은 선후관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관련 자료를 검찰이 압수수색했는데 일부 자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추가 자료가 확보되면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피의사실을 여전히 유출하는 행태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는 정치적 행위로 법 위반이기에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해달라"고 검찰 압박에 나섰다.

한편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관해서는 '황운하 울산경찰'의 김 전 시장 측근-형제 수사 과정을 지휘(지난 3월 무혐의 처분)했던 울산지검에서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기존 울산 수사팀 검사들을 서울로 불러 인수인계를 받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특히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을 이르면 이번 주말 소환할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김기현 첩보 전달' 등을 비서관 수준에서 결정될 수 없는 사안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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