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 보고서에서 주장
中, 美·北관계 개선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 우려
'韓·美-韓·美·日 협력체제 균열내기'가 中의 목표
"中에겐 北이 핵무기 가졌더라도 전략적으로 중요"
美·中,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 공유 희박해져

북한이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일까. 미국과 중국의 엇갈린 이해를 적극 활용하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될 날이 머잖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북한을 새로운 밀월관계를 통해 붙잡아 두기 위해 핵보유국 승인을 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싱크탱크인 브루킹스(Brookings) 연구소는 11월 발간한 중국 관련 보고서에서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순망치한(脣亡齒寒), 북·중관계 복원'이라는 제목의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저자는 에번스 리비어(Evans J.R. Revere)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순망치한'은 북한이 없으면 미국과 곧바로 영토경계선을 마주해야하는 중국의 근심이 투영된 표현이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한국 사정에 밝은 인물이기도 한 에번스 리비어(Evans J.R. Revere)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우선 보고서는 중국이 미·북 양국관계 개선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8년 김정은과 '전례없는 일련의 정상회담(an unprecedented series of summits)'을 갖았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보고서는 "동북아시아 질서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중국이 이런 구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북한과의 공고한 관계를 이용하려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으로선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가 일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저자인 에번스 리비어는 북핵 폐기를 목표로 삼아야 할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이런 전략이 '새로운 도전(a new challenge)'이라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중국의 이익에도 반한다는 점을 설득하는 보다 효과적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미국 정부에 조언했다.

끝으로 "미·중 공조를 가능케 했던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고 있다"며 "중국은 핵을 가진 북한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됐다는 태도로 변하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저자의 마무리 표현대로 동북아시아에 트럼프와 시진핑, 그리고 김정은이 만들어가는 불확실의 시대가 앞에 놓인 것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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