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선거법 강제부의로 정국 심화...'합의하자'는 文의장에 黃대표 "더 큰 역할 하시라" 일축
범여권 인사들 추가로 들러...전날 "황제단식" 운운한 심상정도 방문, "정치보단 사람이 먼저"
黃 건강 살핀 박대출-박맹우 "단백뇨 시작 사흘째, 신장 많이 걱정돼...의료진 대기하고 있다"
"여러 가지로 한계상황, 최고위원단에 의료진 병원행 권유하는데도 아직 본인은 확고한 상황"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정의화 前의장-전광훈 목사도 방문...심상정에 한국당 측 거세게 항의
黃 천막 앞 한국당 의원총회...나경원 "족보없는 날치기 부의, 야만의 정치세력에 저항방법 고민"
한국당 의원들, 저녁무렵 천막 옆 연좌농성...김진태 "黃, 병원 모시고 가야하는데 완강히 거부"
"황대표님" 심재철 선창, "사랑합니다" "이겨내세요" 시민들 후창...黃 "아직 할일이 있습니다"
여권발(發) 검찰장악법과 선거법 일방개정 패스트트랙 철회를 촉구하는 '초겨울 청와대 앞 단식'을 8일째 이어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건강상태를 두고 27일 "여러 가지로 한계 상황"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 광장에 설치된 몽골식 텐트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8일째인 이날은 한국당을 배제한 더불어민주당 등 4당 지도부 야합으로 지난 4월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강제부의된 날이다.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범여(汎與) 진영은 황 대표의 단식투쟁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20일 단식을 시작한 황 대표는 바닥에 꼿꼿이 앉은 자세로 농성을 해왔지만, 23일 저녁부터 급격히 기력이 빠져 자리에 누운 채로 보내고 있다. 통상 단식농성에 나선 사람들에 비해 절반이 안 되는 양의 물만 섭취하고, 소금 등 무기질 섭취도 제대로 하지 않아 25일부터 사흘째 단백뇨(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증상) 증세를 보이는 등 신장기능 이상 징후도 뚜렷하다. 주변 사람을 잘 못 알아보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라는 전언도 있다. 하지만 25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황 대표는 "국민 여러분 한분 한분이 제게 소중한 스승"이라며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날 오전 황 대표의 건강을 살핀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취재진을 만나 "단백뇨가 시작된 게 사흘째"라며 "신장 부분이 많이 걱정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진짜 단식'을 고수하고 있는 황 대표에 대해, 단백뇨에서 한층 악화하면 혈뇨(血尿) 증세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터다.
여기에 '초겨울 추위 속 노숙 단식'을 이어온 탓에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콧물 등 감기 증세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대출 의원은 "여러 가지로 한계 상황"이라고 했다. 의료진의 황 대표 검진 현황에 대해 박 의원은 "3시간 간격으로 검진한다"고 말했다. 박맹우 당 사무총장은 구급대 대기 여부 질문에는 "스탠바이하고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황 대표의 얼굴이 붓기가 심해졌다는 관측에는 박 의원이 "어제(26일)부터 좀 얼굴에 붓기가 보이고, 단백뇨도 있는 상태에서 붓기가 있어 신장 부분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전날(26일) 밤 한국당 최고위원단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황 대표의 단식농성 텐트를 찾아 병원행(行)을 간청했지만, 황 대표는 "아직도 할 일이 남았다"며 완강한 거부 의사를 전한 터다. 이와 관련 박맹우 사무총장은 "어제 (황 대표가 병원에) 안 가시고, 최고위원들도 병원을 권유했지만 또 그러신다"며 "의사들은 좌우간 병원에 가길 권유하고 우려하는데, 아직 본인은 확고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은 황 대표와 의사소통 등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거의 (황 대표의 말을) 못 듣는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대화가 어려워진 탓에 방문객이 와도 듣기만 하는 상태라고 한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오전 중 문희상 국회의장 측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과 이계성 국회 정무수석이 황 대표의 농성 천막을 찾았다.
유인태 사무총장에 따르면 문희상 의장은 패스트트랙-본회의 부의 강행 법안들에 대한 철회 의사는 밝히지 않고 "건강이 많이 걱정된다. 합의 처리가 잘 되도록 대표께서 좀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황 대표는 "감사하다. 의장께서 조금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반박성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옛 새누리당 출신으로 탈당 후 복당하지 않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이날 농성 천막에 다녀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황 대표에 앞서 청와대 인근에서 몇달 째 철야-노숙농성을 벌여온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 역시 이날 황 대표의 농성 천막을 들렀다.
전광훈 목사는 황 대표의 상태에 대해 "예상보다는 좋으시더라"라며 "제가 40일 금식해봐서 금식 전문가인데, 저 정도면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말을 아끼고 성경 말씀을 유튜브 등으로 틀어놓고 묵상하라'는 당부를 했다고도 한다.
불과 하루 전, 황 대표의 단식 6일차에 세워진 몽골 텐트를 치우라고 종용했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오후 황 대표의 농성장을 방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1야당 대표라고 해서 법을 무시한 황제단식이 허용돼선 안 된다"며 정부에는 행정대집행(강제철거)까지 요구해놓고 나타난 심상정 대표에게, 한국당 지지자들은 "심상정 물러가라" 등 거세게 항의를 보내기도 했다. 심 대표는 민주당 등 4당이 패스트트랙을 강행한 선거법 개정안의 대표발의자여서 목숨을 건 단식의 '원인 제공자'이기도 하다.
약 3분간 황 대표의 천막을 들른 심 대표는 대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게 "황 대표님이 주무시고 계셔서, 얼굴만 뵙고 나왔다"며 "기력이 없으신 듯 하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자신의 '황제단식' 발언에 관해서는 "정치적 비판은 비판이고, 황 대표가 단식으로 고생하고 계시기 때문에 찾아 뵙는 것이 도리라고 봤다"면서 "정치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애써 강조했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심 대표에게 단식 폄하발언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당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은 천막 안으로 들어가던 심 대표에게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데 (정의당에서) 조롱과 멸시가 나와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고 당 대변인인 김성원 의원이 설명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연 데 이어 황 대표의 농성천막 옆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비장한 각오로 오늘 의원총회에 모였다. 당대표께서 단식을 하신지 벌써 8일째"라며 "사실 당대표의 단식 과정을 보면서 '정말 죽음을 불사하시는 단식이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건강상태가 매우 많이 안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금 단식 투쟁을 이어가시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런 과정에서도 저들(범여권)은 조금도 저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 없다. 아시다시피 패스트트랙은 그 단계 단계마다가 모두 불법이고, 모두 무효"라며 "그런데 오늘 지금 막 (문 의장 측의 선거법 본회의) '부의 간주' 통보를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8월말) 정개특위에서 우리가 명백히 긴급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한 그 안건을 (특위 전체회의에서)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런데 '그 날치기 통과가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지금 '법사위의 90일이 지났다'고, 이제는 본회의에 부의 간주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들의 의회민주주의의 파괴, 자유민주주의의 파괴는 그 해당되는 법안의 내용을 떠나서 우리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것"이라며 "불법과 무효의 폭거의 정치가 이제는 황 대표께서 단식을 하고 계시는데 인간적 도리도 저버리는 야만의 정치의 시대로 돌입했다. 이 야만의 정치세력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저항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 될 것인지 정말 깊이 고민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2월3일이면 또 '족보 없는 해석'을 들이대면서 (공수처 등 검찰장악법안에 대해) '불법 부의를 하겠다'고 지금 사전 예고하고 있다. 우리 남은 정기국회에서, 남은 이 일정 속에서 '어떻게 하면 그들의 불법을 막아낼 것인지' 오늘 또 의총에서 활발한 논의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들의 정말 야만의 정치를 다시 한 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저녁에도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황 대표의 천막 옆에서 현장을 지키는 모습이다.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황 대표님 단식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만 병원에 모시고 가야하는데 본인이 완강히 거부한다"며 "이거 참 우리도 답답합니다"라고 난색을 표했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황 대표 농성장과 멀지 않은 곳에서 사흘째 동조 단식을 벌이고 있는 30대 우파 청년 박결 '자유의새벽당' 대표를 만나 격려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시점 나 원내대표가 현장을 다시 찾아 당 소속 의원들과 향후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오후 9시를 넘어 취재진 대부분이 철수한 심야에도, 황 대표의 농성 천막 인근에는 기독교 신자, 당원 등을 포함한 시민 약 150명이 황 대표의 투쟁을 응원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현장에 함께 한 의원들 중 심재철 의원이 "황 대표님"이라고 선창하면 수십명의 시민들이 "사랑합니다" "이겨내세요" 등 후창하면서 응원 분위기를 달궜다.
장시간 응원을 보낸 심재철 의원은 펜앤드마이크 취재진과 만나 황 대표의 건강에 대해 "굉장히 안 좋으신 것 같다"며 "물 드시는 것도 지금 힘드시다 하고 말씀을 하셔도 2m 떨어진 거리에서도 무슨 말을 하시는지 들리지가 않았다. 나 원내대표가 귀를 아주 가까이 해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심 의원은 황 대표 병원 이송여부에 대해선 "(의원들이) 지금 낮에도 말씀을 드렸다. 지금 상황에선 더 위험해지실 수 있다, 병원에 가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아직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며 "계속 본인께서 (병원에) 안 간다고 하시는데, 그러다가 큰일 날까봐 참 걱정"이라고 했다. 의료진 검진 등 상황에 관해서는 "낮까지는 단백뇨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다음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계시긴 하나, 여러 가지로 참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호 심민현 김진기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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