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오늘(22일) 오후 6시 전후 최종입장 발표說, NSC 전체회의 열려...日 "韓 변화 끝까지 파악"
전날 靑강기정 "日정부, '백기 들라'는 식" 이어 文대통령 소재부품장비 자급 강조행보로 日과 각세워
실제 지소미아 종료시 韓日간 첫 군사협정 3년 만에 사라져...당분간 '최악의 양국관계' 풀기도 어려울 듯
종료 만류해온 美와 관계 파장도 적지 않을 듯...종료일 전날 靑입장 되풀이한 강경화, 폼페이오 전화받아

그래픽=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이 지난 8월23일 파기를 선언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가 석달 만인 23일 0시를 기해 종료되기까지 8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예정대로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부 측에서는 확정된 언급 없이 입장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져 '막판 반전' 여부가 주목된다.

청와대는 22일 오후 중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어 한일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최종 입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NSC회의에서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검토한 뒤 문 대통령의 재가를 거치면 최종 입장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회의 내용이나 발표 방향 등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회의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이던 정경두 장관은 애초 일정보다 하루 이른 이날 오전 급거 귀국해 청와대로 왔고, 통일부에서는 미국 방문 중인 김연철 장관을 대신해 서호 차관이 참석했다고 한다.

앞서 이날 일부 언론에 따르면 청와대는 오후 6시를 전후해 지소미아 종료 유지 여부에 대한 정부의 최종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종료 시한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에 따라 이날 밤 늦게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 온 일본 정부의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중 한국 배제' 조치 철회 관련 일측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선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을 배제한 소재부품장비 공급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거듭 내놓으며 대일(對日) 여론전을 펴는 모습이다. 그는 충남 천안의 한 반도체 관련 엠이엠씨(MEMC)코리아 실리콘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소재·부품·장비의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반도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면 웨이퍼는 '논'이다.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핵심소재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외수입에 크게 의존해왔다"며 엠이엠씨코리아 제2공장이 반도체 핵심소재의 자급을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전날(21일) "우리 외교부 라인이 마지막까지 일본과 대화하고 있다"면서도 "아베 정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전혀 얘기하지 않고 '백기를 들라'는 식"이라고 반일(反日) 코드 발언을 한 데 이어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 특혜 철회와 각을 세우는 행보에 나선 것이다.

다만 예정된 종료시한 직전까지 한·일에 미국을 포함한 3국간 물밑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끝까지 봐야 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복귀한 가운데 최종입장 발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NHK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물밑 외교 및 당국 간의 협의 등을 통해 종료 결정을 재검토 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이 종료 연기나 동결 등의 변화를 보일 것인지 끝까지 파악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대외적으로는 완강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각의(일측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판단에 대해 예단을 갖고 코멘트하는 건 삼가겠다"면서도 "우리나라(일본)로서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현명한 대응을 요구해왔으며 그 입장에 변함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수출규제 철회 요구를 검토하지 않을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일관되게 현명한 대응을 요구해왔으며 입장 변화는 없다"고 같은 대답을 했다. 

이날 오후 한일 양국에서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2016년 11월 한일간 최초로 맺은 군사 협정은 만 3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현 정권에서 '수교 이래 최악'을 달려온 한일 관계는 당분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교 고위당국자, 군 수뇌부까지 총출동해 지소미아 유지를 압박해 온 미국과의 관계에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강경화 외교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지소미아가 내일 종료된다"는 청와대 입장을 되풀이한 데 이어, 저녁 늦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은 터다. 

한일 지소미아-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미 외교장관은 조속한 시일 내 직접 만나 협의하자는 공감 아래 일정을 조율해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날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G20 외교장관회의에 폼페이오 장관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지만, 강 장관이 이날 저녁 출국할 예정으로 알려져 외교계의 새로운 변수가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