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로 예정된 홍콩 구의회 의원 선거 기간 중 “홍콩에 체류하며 ‘애국활동’ 벌일 분 모신다”
한 홍콩 시민, “중국 당국이 이번 선거에 깊이 개입하려 해” 의견 표명

“친중 성향의 단체가 중국 홍콩으로 갈 본토 중국인들을 모집하고 있으며 이들에게는 일당이 지급된다”는 내용의 구인 광고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지난 11월18일 트위터에 게재됐다.(출처=트위터 캡처)

중국의 구인광고가 화제다. 그런데 수상하다. 홍콩 구의회 의원 선거 기간 중 홍콩에 체류하며 ‘애국활동’을 할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해당 광고가 SNS를 통해 홍콩 시민들에게 퍼진 것은 지난 11월18일부터이며 알려진 구인광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일 홍콩에 가서 홍콩 정부를 지지하며 (중국)국기를 흔들 애국자가 됩시다. 일주일 동안 숙식 제공되며 하루 일당은 400위안(元)으로 당일 지급 조건입니다. 애국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습니다. 남녀 불문하고 필요한 사람은 연락 주십시오. 단, 최소한 최소 3일은 연속으로 출석해야 합니다. 오전 7시30분 선전(深圳) 뤄후(羅湖)에서 집합하며 오후 18시30분에 돌아옵니다. 왕복 버스 제공.”

붉은색 원으로 표시한 광고에는 “애국도 하며 돈도 벌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출처=트위터) 

광고 내용에 따르면 구인 모집에 응한 이들은 1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매일 선전시(市)와 홍콩을 오가며 광고가 말하는 ‘애국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중국 선전시 뤄후구(區)는 중국 홍콩특별행정구와 맞닿은 지역으로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홍콩섬(香港島)까지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홍콩 구의회 의원 선거(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 해당)는 나흘 뒤인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다.

또 다른 광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홍콩 애국 행진: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 복장으로 행진 예정입니다. 숙식 제공하며 일주일 간 행사 진행 중 1회 참여, 하루 600위안 지급합니다. 홍콩 및 마카오 통행증 소지한 청년은 지원해 주십시오. 내일 출발, 홍콩에서 집합합니다. 참여하고 싶은 분께서는 연락 주십시오.”

또 다른 광고에서는 홍콩에서 있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행진 행사에 참여할 인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사진=트위터)

이같은 구인 광고는 ‘위챗’(微信·WeChat) 단체 대화방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챗’은 중국 최대 종합 인터넷 회사이자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게임회사인 ‘텐센트’(騰訊·Tencent)가 개발해 지난 2011년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으로 중국판 ‘카카오톡’이다.

한 홍콩 현지인은 “구의회 의원 선거 기간 본토 중국인들을 홍콩으로 실어날라 중국 당국이 벌이려는 짓은 뻔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 당국이 구의회 선거를 중국 측에 유리한 결과로 만드려고 하는 수작”이라며 중국 당국이 이번 구의회 의원 선거에 깊숙이 개입하려 한다는 식으로 구인광고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는 458석 의원 정수 가운데 친중(親中) 성향의 ‘민주건항협진연맹’(民主建港協進聯盟·DAB)이 119석(21.4%)를 차지하며 제1당이 됐다. 이밖에도 친중 성향 정당을 모두 합치면 전체 의원 정수 가운데 191석(41.7%)에 달한다. 반면 반중(反中) 성향의 민주파 의원 의석은 86석(18.8%)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181석(39.5%)은 무당파이다.

한편 홍콩 구의회 의원 선거는 나흘 뒤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격해지는 홍콩 시위 상황을 고려해 선거가 연기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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