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사안 되려면 사상주입・교화 문제 뚜렷이 보여야...교사가 특정 사상 체계화해 지속적 주입시킨 맥락 보이지 않아"
편향감사 및 타학교로 퍼지는 사상주입 논란에도 대안으론 '현행유지'식...소위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합의' 거론키도

지난 10월23일 서울 관학구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교사들에 의한 정치편향적 사상주입 피해를 호소해온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학생들이 공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사진=펜앤드마이크TV)
지난 10월23일 서울 관학구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교사들에 의한 정치편향적 사상주입 피해를 호소해온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학생들이 공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사진=펜앤드마이크TV)

서울시교육청이 좌파사상 주입 논란이 일었던 인헌고 사태에 특별감사를 실시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좌파 사상을 지속적으로 주입받았다는 폭로를 사실상 무시한 것이다.

19일 시교육청 관계자와의 통화를 인용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달 23일부터 진행한 인헌고 특별장학 결과를 오는 21일 발표할 방침이다. 다만 시교육청은 인헌고 사태가 감사 실시 사안까지는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사안이 되려면 사상 주입과 교화의 문제가 뚜렷이 보여야 하는데, 아이들이 해준 이야기를 보면 도발적인 언쟁 속에 일어난 일이란 게 더러 보인다”며 “교사가 특정 사상을 체계화해서 지속적으로 주입시켰다는 맥락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이 다른 지역 학교에도 사상주입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올린 사진. (사진 = 학수연 페이스북 캡처)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이 다른 지역 학교에도 사상주입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올린 사진. (사진 = 학수연 페이스북 캡처)

인헌고 사태는 지난달 18일 시작됐다. 학교 내 전교조 조합원들이 반미・반일・탈핵 등 좌파 성향 정치 문구를 학생들에게 주입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내용이다. 시교육청 특별장학팀 26명은 지난달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인헌고 전체 학생 대상으로 특별장학을 진행했다. 인헌고 사태를 다룬 ‘언론 보도 관련 사실확인’을 하겠다던 취지였다. 

특별장학 당시엔 편향감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장학에 나선 교육청 관계자들마저 사상적으로 편향돼있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인 여명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은 지난 7일 “현장 장학에 나선 한 장학사가 ‘아이들이 매우 편향적’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며 “학생 보호가 본분인 장학팀이 학생보호 의지나 문제를 해결할 객관적 능력이 결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시교육청 측은 특별감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특별장학 당시의 설문조사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인헌고 전교생(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서면조사에서는 각 반 1~2명의 학생이 교사 주도의 사상 주입이 있었다고 답했다. “교사로부터 ‘일베’라는 소리를 들었나”란 질문에 20명(4%)이, “반일구호를 기입한 마라톤 띠 제작이 강요된 것인가” 질문에 21명(4.2%)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데 시교육청 측은 “통계치로만 봤을 때 특정 사상을 지속적으로 주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좌파사상 주입 논란은 인헌고 외 다른 혁신학교나 대안학교 등에까지 번지면서 학생 폭로 외 교사 폭로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해결책으로 이른바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합의(이념과 정권에 치우치지 않는 교육)’를 제시했다. 교사가 사회 쟁점을 소개하면 학생이 이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인식을 스스로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월24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 정문에서 우파단체들이 정치 교사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 = 안덕관 기자)
지난 10월24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 정문에서 우파단체들이 정치 교사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 = 안덕관 기자)

시교육청 측은 “‘정치적 중립’이라고 하면 무조건 이야기하지 말라는 식이 된다”며 “이건 회피이자 배제가 되는 것으로, 안 가르치겠단 말이다. 이번 기회에 정치적 판단을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문제제기를 무시한 것과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교육청이 사실상의 ‘현행유지’ 방침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울시의회는 전날(18일)엔 “교사들의 의사표현 어디까지 침해받고 있는가”라는 토론회를 열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헌고 학수연은 “교사를 약자로 전제하고 그것을 빙자해 갖가지 이득을 쟁취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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