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치인들에게 ‘정치인 정신(political entrepreneurship)’ 있는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치목숨 버리는 진한 감동 줘야
전부 타인의 희생만 원하고, ‘무임승차’할 기회만 기다리고 있어

현진권 객원칼럼니스트
현진권 객원칼럼니스트

잘 나가는 기업 대표에게는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는 혁신과 특출한 기업 경영 실력이 있다. 흔히 성공한 기업가의 자질을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업은 이윤이 없으면, 즉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망하고 기업 흥망의 책임은 한 개인 대표에게 있다. 정당도 유권자 선택을 못 받으면 망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당 흥망의 책임은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있으며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려면 정당 국회의원들 간에 공유하는 ‘정치인 정신(political entrepreneurship)’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유권자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최악의 현실을 만들고 있지만 한국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한국당 국회의원들 간에 ‘정치인 정신’이 공유되어야 하지만, ‘기업가 정신’과 달리 ‘정치인 정신’은 집단행동이 뒤따라야 하는 한계가 있다.

총선이 5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정당마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으려고 전략을 짠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유권자 마음을 잡는 데 예산이란 막강한 정치 수단이 있다. 내년 예산 구조를 보면 ‘돈 뿌리기’ 전략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인간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하기 마련이므로, 효과적인 정치전략을 강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복지 포퓰리즘은 국가의 장기적인 경제번영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베네수엘라, 그리스 등의 국가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이 추구해야 하는 단기적 정치전략일 뿐, 한국의 미래를 위한 정치인 정신은 아니다.

한국당은 야당이니 자원 장악은커녕 가진 게 없다. 가진 게 없으니 몸으로 때워야 한다. 스스로 희생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줘야 한다. 희생의 최고봉은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거다. 정치시장에서 목숨이란 총선을 포기하는 거다. 그래서 한국당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스스로 정치목숨을 버리는 행동이다. 국민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책임의 굴레가 있는 모든 국회의원은 정치목숨을 버리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의원이 목숨을 많이 버릴수록, 자신의 정치가격은 높아지는 구조에 있다. 그래서 나 아닌 동료 의원의 자발적인 희생을 추구하는 구조가 된다. 지금도 한국당에선 총선을 포기하는 의원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기희생이란 감동을 줄 만한 정치상품은 없다. 천상에서의 바둑 신이 국회에 잠시 왔다가 천상으로 돌아가는 행동을 자기희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3선 이상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용감하게 주장하는 의원은 있으나 막상 본인은 재선이었다. 모처럼 3선 젊은 국회의원이 총선 포기 선언을 했다. 그러나 행동에 붙어있는 설명을 보니 순수한 자기희생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민폐이고 폭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선 국회의원이면 현재 한국당 수준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책임지는 사람은 말이 필요없고 행동으로만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마치 본인은 아무런 책임도 없으며 정의의 사도인 양 말을 뱉었다. 이러한 그의 행태에 결국 본인의 미래 정치가격만을 올리는 꼼수 전략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당의 정치인 정신을 높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회의원 개개인이 ‘자기희생정신(self-sacrifice-ship; SSS)’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남의 자기희생이 많아지면, 자신의 정치가격이 저절로 높아지는 구조이므로 자발적인 자기희생정신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전부 타인의 희생만을 원하고 그에 편승 또는 ‘무임승차’할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인 정신에 투철한 인물들이 공천 심사진으로 가서 추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자발적 희생이 아닌 타인에 의한 학살을 통해서는 유권자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한국당 국회의원 각자의 ‘자기희생정신’ 수준에 의해 한국당의 미래가 결정될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도 결정된다. 그러나 무임승차 구조이므로 한국당의 필망을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연쇄적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이 여기까지라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유를 공짜로 얻었고, 이제 공짜 자유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의 경제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기적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절대 경제에서 기적은 없다. 이제 자유와 경제번영에 대한 비용을 치러야 할 기나긴 세월만이 남아 있다.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자유경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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