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중연합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2년째 미실시, 대체훈련조차도 北반발에 무산
北 국무위원회 반발담화 이후 15일 韓美 SCM서 훈련조정문제 협의, 태국서 최종결정
같은날 앞서 태국서 韓日국방 '지소미아 담판' 빈손, 韓美日국방 회담 앞두고 발표돼
靑 "北美대화 위한 실무협상 조속히 재개돼 北비핵화 등 실질적 진전 있길 기대"

한국과 미국 국방당국이 이달 중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결국 연기하기로 17일 결정했다.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가 지난해 한차례 연기된 데 이어 올해도 대체 훈련조차 없이 넘어갈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조치가 외교적 노력을 촉진하려는 '선의의 조치'라며 북한에 비핵화 대화에 조건 없이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7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을 계기로 만나 대화를 갖고, 이달 예정된 대대급(級) 이하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 국방장관은 정오 무렵(한국시간 오후 2시쯤) 한미 언론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1월17일 정오 무렵(현지시간)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이달 예정된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에스퍼 장관은 회견에서 "한미 국방부간 긴밀한 협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저와 정경두 장관은 이번 달 계획된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며 "양국의 이런 결정은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역시 연습과 훈련 그리고 (미사일)시험을 시행하는 결정에 있어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우리는 북한이 조건이나 주저함이 없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은 대북 원칙론에 입각한 비판을 예상한 듯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을 연기하기로 결정했지만, 한반도의 연합전력에 높은 수준의 준비태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 보장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 합의에 응하기 위한 문을 열어두기 위해 연습을 조정하는 우리의 의도가 자칫 우리의 공동 목표와 이익, 가치를 증진 및 수호하기 위한 공약이 약화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미국의 전력, 한반도에 있는 전력은 최상의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어떤 분야든지 최선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떠한 경우도 훈련을 연기함으로써 갖는 준비태세 변경 또한 저희가 긴밀한 공조와 훈련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고 굳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는 지난 2017년 12월을 마지막으로 북한 정권의 반발 등을 이유로 2년째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그래픽=연합뉴스)

정 장관은 연기 결정이 이뤄진 시점에 대해 "한미 외교당국과 국방부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을 유지해온 만큼 어느 시점에 결정됐다기 보다 지금까지 한미 간, 북미(미북) 간 진행 중인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한 여러 노력의 내용"이라며 "북한이 반드시 비핵화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기된 훈련의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앞으로 진행되는 사안을 보면서 한미 간에 긴밀하게 공조 협조하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원론적 언급을 내놨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로, 연내에 대체훈련이 실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군 안팎의 관측이다.

당초 한미는 '비질런트 에이스' 연내 실시를 의논하다가 대대급 이하 훈련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지난 13일 처음으로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면서 이 조차도 협상용 카드로 희생된 모양새다.

그러자 에스퍼 장관은 13일(미 현지시간) 한미 제51차 안보협의회(SCM) 참석차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가운데 '훈련 규모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며 연합훈련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고, 비핵화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14일(한국시간) 담화를 통해 다음달 미북간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반응했다.

북측의 반발을 두고 한미는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제51차 안보협의회(SCM)에서 연합공중훈련 조정 문제를 협의했고, 이번 방콕에서 만나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한미 국방당국 발표에 관해, 청와대의 익명을 요구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미(미북) 대화를 위한 실무 협상이 조속히 재개돼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향한 실질적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반겼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미 간에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접견도 있었다"며 "계속적으로 북미간 대화 모멘텀을 유지시키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한미 간에는 긴밀한 협의들이 계속 진행돼 왔다"고 부연했다.

그는 북측이 같은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반발하며 '선(先)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논의'라는 요구사항을 추가로 꺼낸 데 대해선 "북미 회담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다. 그 최종 목표를 향한 과정에서 어떤 의제가 올려질지는 북미가 논의해야할 사안"이라고 미측에 입장을 떠넘겼다. 그러면서 "지금의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논의들이 진행 중인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도 조심스럽게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연합뉴스

한편 이날 한미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오전 중(현지시간) 한·일 국방장관이 회담을 갖고, 문재인 정권에서 파기 결정해 종료일을 5일 앞두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포괄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논의했으나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같은날 오후 1시35분(한국시간 오후 3시35분) 한·미·일 국방장관 3자 회담이 열려 지소미아 연장 여부가 재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그 전에 한미 국방장관 대화 및 기자회견이 열려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가 발표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회견에서 '지소미아와 관련해 일본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제가 지금까지 표출한 메시지는 대한민국과 일본 간에 대화를 통해 차이를 극복해, 이 중요한 지소미아를 다시 유지하는 그런 결정 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미일 간에 긴밀한 협조를 통해서 성과를 보일 필요 있다"며 "이 중요한 지소미아라는 협정을 유지해야 하고 이와 관련해서 지속하는 갈등 사항은 오직 북한과 중국에만 이득이 될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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