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수사 결과 보겠다며 입장 늦추다 "법원 판결 상관없이 조국 딸 졸업 인정"
고려대 동문들 "언론 보도를 믿지 못하겠다...정말이냐?"
"합격취소 이외 처분은 단 한 순간도 생각한 적 없어...모교의 기회주의적 태도와 권력 앞 엎드리기에 분노"
고대 발전기금 납부 거부운동도 시사..."졸업생 발전기금 1위인 고대 졸업생들 실망하고 있다"

 사진 = 고려대 내부 커뮤니티 '고파스' 캡처

고려대학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의 입시 비리에 대해 수차례 입장을 바꾸면서까지 입학과 졸업 모두를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인정하겠다고 밝히자 고려대 교우회의 내부 커뮤니티인 '고파스'는 학교 측을 거세게 비판하며 엄중 조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뿐 아니라 수시전형에 위조증명서 몇 장 끼워넣어가며 응시한 당사자인 조민도 검찰이 공범으로 적시했음에도 학교 측이 반성과 함께 시정하기는커녕 변명이나 늘어놓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앞서 고려대는 지난 9월초 입장문을 통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보고서 조민의 입학취소를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법원 판결이 어떻게 되든 입학과 졸업 모두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고려대 내부 커뮤니티인 '고파스'는 학교 측이 밝힌 이 같은 행정 처분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학생은 15일 붙일 대자보라며 게시판에 동문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해당 학생은 '고대와 인재발굴처에 관한 단상', 그리고 '조민 합격 취소 시위 건의'라는 대자보 원고를 올렸다.

사진 = 고려대 내부 커뮤니티 '고파스' 캡처

학생은 "'고파스'를 사용하지 않는 학우들에게도 시위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자보를 작성했다"면서 본인의 실명과 학과를 공개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하며 서민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 뒤 중국대사로 영전한 장하성 대사가 학장을 맡은 바 있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소속 학생이다. 이 학생은 "합격취소 이외의 판정이 나올 거란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한 적이 없었다"며 "2014년 위조된 증빙서류를 제출해 특별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에 고려대가 입학취소 처분을 내린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2019년 입시를 치른 제 사촌동생을 돕는 과정에서 고려대학교 인재발굴처가 입학 사정 시 평가하는 서류자료 관련 사항에 있어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첨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은 "고려대의 원칙이 살아있는 권력을 뒤에 업은 엘리트 집안 출신자에게만 다르게 적용된다는 사실에, 그리고 모교의 행동에서 엿보이는 기회주의적 태도와 권력 앞에 엎드리는 선택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 = SNS 및 연합뉴스

학생들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소장에 적시된 조민의 위조 스펙만 7가지인데, 이중 고려대에 제출된 서류는 3개나 된다면서 학교 측을 비판했다. 해당 게시글을 확인한 학생들은 교내시위 참여 의사를 적극 밝히며 "너무나 분하고 치욕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언론 보도를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고려대 동문들은 "학교 측이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입학취소 안 시키면 그건 바로 총장급 인물 중 한사람이 커넥션이 있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정당한 처분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고대 발전기금 납부 거부운동에 들어가겠다는 고려대 동문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고파스'에 글을 올린 한 사람은 "졸업생 발전기금 1위인 고대 졸업생들이 실망하고 있다"며 "학교 당국이 입학 사정을 똑바로 안한 것을 반성은 못할 망정 변명이나 늘어놓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고려대는 지난 8월 이후 불거진 조국 사태에서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본 뒤에 조민의 입학취소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조민은 단국대 의대 등에서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입시문서 위조와 내용 부풀리기로 검찰 공소장에 모친인 정 교수와 함께 공범으로 적시됐다. 하지만 고려대는 돌연 공소시효를 들어가며 재판에서 위조 판결로 나오더라도 입학과 졸업 모두 인정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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