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국가안보실 “대통령국정운영 일정상 면담 어려워...”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런 답변은 피해자 상처에 소금 뿌리는 처사”

오토 웜비어 부모의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을 거절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서한(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제공)
오토 웜비어 부모의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을 거절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서한(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제공)

지난 2017년 북한정권에 의해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 대해 청와대가 거절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이사장이 제출한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 신디 웜비어의 문 대통령 면담 요청에 대해 국가안보실은 13일 “국정운영 일정상 면담이 어렵다”고 거절했다. 앞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지난 1일 문 대통령과 정현곤 청와대 시민참여비서관 앞으로 “오는 22일 개최할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에 미국의 오토 웜비어 부모들을 비롯한 일본, 태국의 피해자들을 초청한다”며 “이번 기회에 저희 피해자들 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고 싶은 말씀도 많아 면담을 요청하오니 바쁘시더라도 꼭 만나주시기를 바란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지난 1일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이사장이 청와대에 보낸 면담 요청서(6.25가족협의회 제공)
지난 1일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이사장이 청와대에 보낸 면담 요청서(6.25가족협의회 제공)

그러나 국가안보실은 이날 도착한 답신에서 “대통령께 따뜻한 성원을 보내주시는 진심 어린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하고 계신 마음은 저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국정운영 일정상 면담이 어려운 점이 있다”고 거절의 뜻을 밝혔다.

이어 “이미일 님의 뜻을 잘 받아들여 정책에 참고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이미일 님의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답장에 이 이사장은 14일 펜앤드마이크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께 따뜻한 성원을 보내주시는 진심 어린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첫 문장부터 어이가 없었다”며 “또한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니 이런 무신경한 답변이 어디 있는가. 이게 나라인가. 이런 회신은 납북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처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에 재학 중이던 대학생 웜비어 씨는 지난 2016년 북한 평양에 관광을 갔다가 호텔 로비에 붙은 포스터를 몰래 가져오려다 '체제 전복 혐의'로 노동 교화형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7년 억류 17개월 만에 풀려난 뒤 불과 엿새 만에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웜비어의 부모는 지난해 4월 미국 법원에 북한정권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그해 12월 5억 114만 달러(약 5860억 원)의 승소 판결을 받았다.

웜비어의 부모는 오는 22일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가 주최하는 국제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 이들은 이 행사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에 대해 증언을 한 뒤 국내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법적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4일 “웜비어 부모가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면담하자고 요청한 것이 아니다”며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에서 웜비어 부모 등이 참석하는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에 대통령이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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