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이 필요한 황대표의 反소통적 언어
김무성 유승민 되살려내는 것이 보수 통합?
그렇다면 무엇에 대해 인적 쇄신을 말한다는 것인가
광장에서의 촛불 정변을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를 것인가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 (사진 = 펜앤드마이크 영상 캡처)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 (사진 = 펜앤드마이크 영상 캡처)

언어는 지도자의 품격을 가른다. 언어는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기도 하고 여러갈래로 갈갈이 흐트려뜨리기도 한다. 지도자의 말이 애매하면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의구심이 살아나고 그 언어를 해석하거나 통역하는 사람이 다시 필요해 진다. 그렇게 되면 소통은 불가능하다. 언어가 그 명징성을 잃게 되면 불필요한 해석과 갈등이 생겨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언어는 "내가 전부터 말해온 것처럼---"에서 시작해 "그런 속에 답이 있다고 보면 된다"로 끝난다. 그리고는 구렁이 담넘어가듯 다음 주제로 옮아간다. 질문에 대한 답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만다. 물론 옭아매기 위한 유도성 질문들이 쏟아진다. 당연한 일이다. 지도자는 옭애매는 질문들을 정면 돌파하여 분명한 깃발을 올릴 때 "저 언덕위의 빛나는--" 그런 지도력을 얻게되는 것이다. 

황 대표의 말은 그의 의중을 잘 아는 통역사가 존재하지 않으면 제대로 해석되지 않는다. 황 대표의 이런 언어는 정치 지향성의 부재, 이념의 불명료성을 드러낸다. 구체성 없음을 증명할 뿐인 기표들의 어지러운 난무상태가 된다. 탄핵에 대한 황교안의 언어는 그런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모두 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유승민은 '탄핵을 부정하는 세력과는 연대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황교안 대표는 탄핵에 대해 묻는 질문에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미래로 가자는 것이 통합"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통역을 거친 황 대표의 말은 '탄핵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고 해석되고 있다. 참 고약하다. 그렇게 언어에 자신이 없다면 지도자의 무대를 포기해야 한다. 

새삼스런 질문이 생겨난다. 보수 통합이 유승민을 끌어들이고 김무성을 되살려내자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통합이란 무엇인가. 무엇과의 통합이라는 말인가. 황 대표는 지금 그 광란의 촛불정변을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인가. 나는 단호하게 그런 정의에는 반대한다. 아니 촛불은 그렇게 정의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히틀러의 그것처럼 스탈린의 그것처럼 자유민주의가 허용하는 법치의 질서에서 벗어난 인민주의적 광기였던 것이다. 대중독재였던 것이다. 국회의 탄핵소추라는 것과 헌재에서의 결정이라는 것도 법치로부터의 명백한 일탈이었다. 만장일치라는 헌재의 그 부끄러운 결정을 보라. 과연 그것에 헌법적 고뇌가 스며들거나 존재할 수 있기나 한 것인가. 인민주의에 대한 항복이요, 광장을 울리는 북소리에 화들짝 놀란 것이며, 거짓뉴스에 속은 어리석은 국민들이 질러대는 함성에 겁먹었던 것이며, 엄정한 법정으로부터의 얄팍한 기회주의적 도피만이 존재할 뿐이었던 것이다.

박근혜에 대한 김무성의 그 사적 증오심을 탄핵에 대한 논란의 하나라고 우리는 부를 수 있다는 것인가. 황교안 대표는 박근혜 탄핵의 도화선이 되었던 유승민의 그 얼토당토 않은 국회법 개정에 대해 그것이 헌법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인적 혁신과 보수개혁은 진정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역사에 실어 과거의 것으로 떠나 보내야 할 것을 무덤 속에서 다시 되살려내는 것을 황 대표는 지금 보수통합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는 단연코 이런 정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

정규재 대표 겸 주필 jkj@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