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고위급 협의' 제안에 日외무상 “새 협의기관보단 구체적 해결책 제시를”
불과 석달 전 “일본에 절대 지지 않겠다“던 文과 정부, 최근 對日대화 홍보戰 나서

지난 11월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한일중 정상회의 전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왼쪽)을 불러 11분간 환담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태국 방콕 아세안+3(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이 11분간 이어진 약식 회담와 관련해 양국 간 시각차가 극명히 갈렸다.

당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약식 회담 사후 서면브리핑에서 “(한일) 양 정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회담 분위기가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청와대는 전했다.

반면 일본 측 반응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고 강조하는 등 반응이 사뭇 달랐다.

같은날 일본의 유력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문재인 대통령과 10분간 이야기 나눈 총리... ‘일본의 원칙적 입장’ 전달”이라는 제목으로 “징용공들의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통해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며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측 동행 기자들은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 부장관에게 통역으로 전해 들은 내용만 전달받았다”며 “적극적으로 대화 내용을 전한 한국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 정부로서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촉구해 나가겠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자국 언론 보도를 재확인했다. 스가 장관은 해당 회담과 관련해 한일 양국 간 견해차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취재진 질문에 “한국 측 의견은 한국 측에 가서 물으라”는 식으로 말하는 데에 그쳤다고 한다.

모테기 도시미츠 일본 외무상 역시 이날 회견에서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협의기관을 설치하기보다는 구체적인 해결책 제시를 (한국 측에) 거듭 요청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전날 문 대통령의 ‘고위급 협의’ 제안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단독 대화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정상회담 이래 13개월 만이며, 올해 8월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 관련 ‘백색 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기로 한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행을 계기로 소집한 청와대 긴급 국무회의에서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에게는 그 어려움을 극복할 역량이 있다.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우리는 역경을 오히려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최근 180도 달라진 대일(對日) 대화 태도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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