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저녁 'KBS 뉴스 9' 이륙 영상 보도 후 '독도경비대 팀장' 댓글 폭로..."저는 오늘 너무나 큰 충격을 두 번 받았다"
"KBS, 헬기진행방향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헛고생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가슴아프고 치가 떨려"
"정말 큰 충격...제 일평생 타인을 위한 경찰 생활과 2년의 국토 수호 독도 생활에서 당신을 만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치료가 급한 환자 일행 등이 손전등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는 내용 반박 "제가 헬기장 바로 앞에서 전등 비추고 있었다"
한 네티즌, KBS에 "당신이 그 순간 거기 있었던 건 특종 위해서가 아냐. 한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당신에게 주어졌던 것"
펜앤드마이크, 3일 새벽 2시 9분께 독도경비대 측과 통화 시도...하지만 근무자는 자세한 설명 해주지 않아
이후 자신을 독도경비대 박모 팀장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의 댓글은 4분 후인 2시 13분께 삭제된 것으로 확인
해당 기사 보도한 KBS 강모 기자, 3일 새벽 페이스북에 해명글 "네이버 댓글은 무섭다. '기레기' 되는 것 정말 일순간"...이후 페북글 삭제
3일 새벽까지 헬기 탑승자 7명 중 3명 시신 확인...4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

'국민의 방송'을 자처하는 공영 방송 KBS가 7명의 사망 및 실종자가 발생한 독도 해상 추락 소방헬기 이륙 영상을 촬영하고도 사고 직후 독도경비대에 촬영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약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KBS는 2일 '독도 추락 헬기 이륙 영상 확보...추락 직전 짧은 비행' 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KBS 뉴스 9'을 통해 단독 보도했다. KBS는 추락 사고 직전 소방헬기의 마지막 비행 영상과 함께 KBS의 독도 파노라마 영상 장비 점검차 야간 작업을 하던 KBS 직원이 이례적으로 늦은밤 착륙하는 헬기를 찍은 영상이라고 소개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독도 헬기 추락 사고 당시 영상을 찍은 인물은 독도 파노라마 영상 장비 점검차 야간 작업을 하던 이 모씨(KBS 직원)다. 이 씨는 "(헬기) 문이 열리고, 여성 대원 같은 분이 한 분이 계셨고, 손에 붕대를 감으신 분이 있고, 그 옆에 보호자 같은 분이 한 분 계셨다"라고 했다.

뉴스가 보도된 뒤 이날 오후 10시 2분께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충격적인 댓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독도경비대 박모 팀장이라고 주장한 p672****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 KBS 영상 관계자 두 사람이 영상을 촬영하고도 독도경비대 측에는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이 담긴 글을 올린 것이었다.

해당 네티즌은 글을 통해 "가장 먼저 독도공해상 사고현장에 도착하여 수습을 담당했으며 사건 다음날까지 잠 한숨 못 자고 실종자 찾으면서 거센 파도를 뚫고 현장을 누볐던 사람이다"라며 "사고 헬기를 정비사와 관계자들을 이륙전까지 대화하며 이착륙 모든 것을 담당했다. 저는 오늘 너무나 큰 충격을 두 번 받았다. 첫번째는 당시 눈앞에서 이륙 후 15초 내 바다로 추락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소방관분들과 두 선원이 탑승한 헬기를 직접 목격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오후 10시 10분께 두 번째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은 "두 번째는 당시 배접안이 되지 않아 KBS영상 관계자 두 분이 울릉도에 가지 못해 독도경비대에 하루를 숙식하면서 그렇게 호의를 베풀었는데 사고 이후 수십 명의 독도경비대가 접안지에서 그 고생을 하는데 헬기진행방향 영상을 제공하지않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였으며 헛고생을 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가슴아프고 치가 떨린다. 수십 명이 이틀을 잠 못 자는 동안 다음날 편히 주무시고 나가시는 것이 단독 보도 때문이었나?"라고 반문했다.

네티즌의 글은 계속됐다. 오후 10시 15분께, 10시 20분께 연달아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은 "독도경비대 팀장으로서 12년 경찰 생활 동안 여러 사건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건을 보았지만 당시 사고 현장 목격자로서, 수색자로서 지금도 독도에서 정신적 고통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는데 이런 사건과 이런 사람은 처음 본다"며 "정말 큰 충격이다. 제 일평생 타인을 위한 경찰 생활과 2년의 국토 수호 독도 생활에서 당신을 만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리고 내용은 정확히 보도합시다. 치료를 받고자 하는 사람이 다른 곳에 있는 줄 알면서, 손전등을 비추는 사람이 저라는 것을 알면서 무엇인가 이슈 하여 특종하고자 달리 보도했나?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 일로 잠을 못 자고 있는 제가 헬기장 바로 앞에서 전등을 비추고 있었다"고 했다. 네티즌은 KBS 보도 내용 중 '치료가 급한 환자 일행 등이 손전등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는 부분을 반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가 독도 경비대 측과 통화한 기록.
기자가 독도경비대 측과 통화한 기록.

 

기자가 독도 경비대 측과 통화한지 4분 후 삭제된 자신이 독도 경비대 팀장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의 댓글.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기자가 독도경비대 측과 통화한지 4분 후 삭제된 자신이 독도경비대 팀장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의 댓글.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펜앤드마이크는 자신을 독도경비대 박모 팀장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의 글을 확인한 후 3일 새벽 2시 9분께 독도경비대 측과의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근무자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이후 네티즌이 올린 댓글은 2시 13분께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은 해당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smar**** 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만약 반나절만이라도 동체를 빨리 찾았더라면 오늘 수습이 마무리됐을 것"이라며 "당신이 그 순간 마침 거기 있었던 건 특종을 위해 있었던 것이 아니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당신에게 주어졌던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기사를 보도한 KBS 강모 기자의 해명글. (사진=강모 기자 페이스북 화면 캡처)
해당 기사를 보도한 KBS 강모 기자의 해명글. (사진=강모 기자 페이스북 화면 캡처)

해당 기사를 보도한 KBS 강모 기자는 3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영상에는 헬기가 날아간 방향이 담겨있지 않다. 도착과 이륙 직후까지가 전부다. 그러니 경비대원이 댓글에 남긴 '헬기진행방향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은 오해일 테다"라고 해명했다.

강모 기자는 "네이버 댓글을 잘 읽지 않지만 친구 녀석이 걱정된다며 알려준 덕분에 댓글창을 열어봤는데, 역시 네이버 댓글은 무섭다. '기레기' 되는 것도 정말 일순간이다. 뉴스를 제대로 봤다면 달랐으려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모 기자는 "오후 늦게 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조금만 더 촬영이 이어졌더라면 구조작업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었다"라며 "이후 보도를 결정했을 때 생각은 그래도 이 짧은 영상이 헬기 기체 결함 여부 등에 대한 단서가 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사고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 그 이야기는 일단 접어뒀지만"이라고 했다.

또 "사실 영상을 제공받아 보도하는 경우 이런저런 뒷 이야기를 모두 알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물론 그럼에도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며 "아마 그 노력이 부족했으려니. 그래서 욕을 먹겠거니 해야지. 가혹할 수 있는 댓글 폭탄은 좋다. 뒤늦게라도 확보해 공개한 영상을 통해 사고 원인이 밝혀질 수만 있다면 실종자 가족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겠지"라고 했다. 3일 오전 5시 현재 강모 기자의 해당 페이스북 글은 삭제된 상태다.

한편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26분께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경비대 헬기장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소방헬기가 이륙 2~3분 만에 인근 200~300m 지점에 추락했다. 사고 헬기에는 손가락이 절단된 어선의 선원과 동료 선원, 소방 구조대원 5명 등 모두 7명이 탑승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새벽까지 탑승자 7명 중 시신 3구 가 수습된 상황이다. 2일 오후 3시 14분부터 70여 m의 수심에서 시신 2구를 수습하기 위한 포화 잠수를 진행한 끝에 6시간여 만인 2일 오후 9시 14분께 시신 2구를 동시에 수습했다. 수색 당국은 지문 및 가족 확인을 통해 최종적으로 시신 2구의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해군은 동체 안에서 발견된 나머지 시신 1구 수습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 4명을 추가 수색한 뒤 기상 상황을 고려해 동체를 인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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