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지우려던 文, 취임후 지도자대회 첫 참석...박정희 언급은 않고 "새마을은 나눔-봉사운동"
'새마을운동' 지우려던 文, 취임후 지도자대회 첫 참석...박정희 언급은 않고 "새마을은 나눔-봉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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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재해석하자며 정권 구호인 '함께 잘사는 나라' 덧대기도...집권 첫해 새마을 명칭 뺀 예산 짠 前歷
'새마을 적폐몰이' 불만여론 만회하려는 듯 "새마을지도자 한분한분 모두 국가발전 숨은 주역" 발언
산림 녹화사업에 금모으기운동과 "세월호 사고" 유가족 지원, 이재민 구호 자원봉사 치하하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박정희 정부 시절 '조국(祖國) 근대화'를 이끈 대표 사업인 새마을운동의 정체성(기본 정신은 근면·자조·협동)을 "나눔과 봉사의 운동"으로 왜곡하는가 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단 한차례도 거명하지 않는 기념사를 했다. 새마을운동을 계승·발전시켜나가자면서도 자신의 정책 구호인 "함께 잘 사는 나라"와 접목시키려 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참석해 기념 축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취임 이래 처음 참석해 기념 축사를 했다. 앞서 문재인 정권은 출범 첫해에 다음년도 정부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기존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 명칭 내 '새마을'을 모조리 빼 버리고 예산도 삭감하려 했다가 '새마을 홀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 민주통합당 후보로서 선거운동 개시 첫날인 11월27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5.16 군사 쿠데타와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한다"며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역사인식으로 민주주의를 할 수 있냐"고 비난한 전력이 있다. 문화계 대표 친문(親문재인) 인사인 소설가 황석영씨는 이보다 한달여 전 한 라디오에서 "(박근혜 후보는) 새마을운동 총재까지 했으니 유신정권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뿐 아니라 유신의 잔재로도 볼 수 있다"고 공언했기도 해, 집권 이후 새마을운동조차 '적폐청산'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는 우려가 상존했다.

자유한국당 블로그 2017년 12월1일 게시물
자유한국당 블로그 2017년 12월1일 게시물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들어 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처음 자리하는 등 '적폐몰이' 기조를 다소 누그러뜨린 행보를 보였다. 그는 "오늘 우리가 기적이란 말을 들을 만큼 고속 성장을 이루고, 국민소득 3만불의 경제 강국이 된 것은 농촌에서 도시로, 가정에서 직장으로 들불처럼 번져간 '새마을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새마을운동'은 나눔과 봉사의 운동이다. 두레, 향약, 품앗이 같은 우리의 전통적인 협동 정신을 오늘에 되살린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전국 3만3000여 마을에서 새마을운동에 함께 한 이웃들이 있었고 앞장서 범국민적 실천의 물결로 만들어낸 새마을지도자들이 있었다"며 "오늘 전국 200만 새마을 가족을 대표해 함께 해주신 새마을지도자 한 분 한 분은 모두 대한민국 발전의 숨은 주역들"이라고 치하하기도 했다.

사진=새마을운동중앙회 홈페이지 캡처
사진=새마을운동중앙회 홈페이지 캡처

그는 "새마을지도자는 공무원증을 가지지 않았지만, 가장 헌신적인 공직자"라며 "새마을지도자가 나서면 이웃이 함께했고, 합심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한 일로 바꿔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의 예로 문 대통령은 "1970년대에는 64만 헥타르에 이르는 민둥산에 앞장서 나무를 심었다. 국토 곳곳에 흘린 땀은 OECD 국가 중 산림면적 비율 4위의 '산림강국'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고,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의 기적을 이끈 것도 새마을지도자들이었다. 특히 전국 새마을부녀회는 '애국 가락지 모으기 운동'으로 무려 370만 돈의 금을 모았고, 이는 전국적인 금 모으기 캠페인으로 이어졌다"고 거론했다.

이어 "2007년 12월, 태안기름유출 사고 때는 절망으로 얼룩진 지역민과 어민들의 마음을 닦아줬고, '세월호 사고' 때는 팽목항에서 유가족들의 식사를 챙기며 슬픔을 함께 나눴다. 지난 4월 강원도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피해지역 복구와 이재민 구호에 앞장서는 등 큰 재난에는 항상 새마을회의 자원봉사가 있었다"며 "새마을지도자와 가족 여러분께 대통령으로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새마을운동의 전파로 우리는 경제발전의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면서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돕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중견국가로서 지구촌이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부터 라오스와의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을 확대 시행할 예정이고 올해 최초로 중남미 온두라스에 네 개의 시범마을을 조성하고, 내년에는 남태평양의 피지에, 2021년에는 아프리카 잠비아 등지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하고 확산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다음 달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는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 다양한 새마을운동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사진=지난 2017년 9월15일 TV조선 보도 캡처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 없이, 문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의 의미 재해석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새마을운동의 현대적 의미를 계승하여 발전시켜 나가자"며 "우리는 지금 '잘 사는 나라'를 넘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향해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나눔과 협동의 중심인 새마을지도자들이 이끌어주셔야 할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 돕고 힘을 모아 '함께 잘사는 나라'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 살아 보세'를 표어로 한 새마을운동의 취지를 문 대통령 자신의 구호인 '함께 잘사는 나라'로 바꾸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 이어 새마을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박경순 씨와 신철원 새마을문고중앙회장 등 21명에게 새마을운동 훈·포장을 직접 수여했다. 이날 새마을운동을 통해 기여한 공로로 정부포상을 받은 사람은 새마을훈장 24명, 새마을포장 24명, 대통령 표창 61명, 국무총리 표창 76명 등 모두 185명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전국 새마을지도자를 비롯해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등 6000여명이 참석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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