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금강산 관광재개 준비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통일부와 협의해 나갈 것
김연철 통일부 장관 "시설이 낡은 건 사실"...김정은 심기 건드리지 않으려 저자세로 대응

김정은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 한 마디에 현대그룹의 '금강산 사업권'이 날아가게 생겼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을 진행했던 기간 동안 북측에 '사업권'으로 지불한 대가와 시설 투자비만 무려 7670억원에 달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23일 이와 관련해 "관광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간략한 입장만 내비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정은의 한 마디에 현대아산의 관련 부서들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아산은 이날 오전 김영현 현대아산 전무가 주재하고 상무급 3명과 실무자들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었고, 배국환 현대아산 사장이 임원들을 모두 소집했다.

한 그룹 관계자는 "김정은의 폭탄 발언으로 향후 계획된 사업 전체가 물거품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퍼져있다"며 "이산가족상봉 행사와 금강산 관광 20주년 행사가 이러다 취소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그동안 금강산 사업에 투여된 금액은 7670억원(북측에 지불하는 사업권 5597억원+시설투자 2268억원)이다.

여기에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의 손실까지 포함하면 누적된 매출 손실 추정액은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민간인 박왕자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고 숨지면서 전면 중단된 이후 김정은의 재가(裁可)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금강산 관광은 1989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금강산 관광 개발 의정서'를 체결하고 난 뒤, 그로부터 9년 후 고 정몽헌 회장이 '금강산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를 맺고 난 뒤부터 시작됐다. 당시 현대아산은 '금강산 50년 사업권'에 대한 대가로 9억4200만달러를 북측에 주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 선언' 등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대해왔다. 지난해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식도 열렸으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당시 올해 안에 관광이 재개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을 만큼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 김정은의 폭탄발언이 터진 것이다. 금강산 투자금에 대한 재산권 보호는 고사하고 언제든지 김정은의 말 한 마디에 따라 금강산 관광 재개가 좌지우지될 수 있어 현대아산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은 향후 현대그룹, 통일부와 긴밀히 협의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위 간담회에서 "금강산에 있는 우리 시설은 이미 10년 정도 경과하는 과정에서 유지 관리가 안 돼서 많이 낡은 건 사실"이라며 저자세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금강산 관광에 대한 그간의 (사업) 부진도 있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기업들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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