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창가" 靑수석, "12척" 대통령, "일제 총칼" 총리 어디로...李 "불행 50년-우호 1500년, DJ 쓰던 표현"
24일 아베 日총리 면담 앞두고 故이수현씨 추모하며 발언..."애국이냐 이적이냐" 反日선동서 태세전환
李, 22일 만찬서 만난 아베와 "모레 잘 부탁합니다"..."24일 면담서 '대화 세게 하자' 정도 진도 나갈 것"

나루히토 일본 천황(이하 일왕) 즉위선언식 참석 차 방일(訪日)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일갈등을 놓고 "50년이 되지 않는다"며 "1500년에 걸친 우호·협력의 역사"를 강조했다. 50년에는 현 정부·여당이 반북·반공 야당을 친일파(親日派)로 몰아세우며 줄곧 부각시키던 '일제 식민지배 35년'이 포함돼 있다. 문재인 정권의 급격한 '반일(反日) 태세전환'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22일 오후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 지하철역을 방문해 2001년 지하철 선로에서 일본인 취객을 구하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씨 추모비에 헌화한 뒤 취재진에게 "(한일) 두 나라는 길게 보면 1500년의 우호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불행한 역사는 50년이 안 된다"고 발언했다.(사진=연합뉴스TV 유튜브 캡처)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측근인사인 조국 전 법무장관은 불과 석달여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중 일본의 한국 수출우대국 조치 철회를 놓고 "전쟁"이라며 "'애국'이냐 '이적'이냐"라며 일본을 적(敵)으로, 여권의 반일기조에 반감을 가진 국민들을 이적행위자로 몰아세우기까지 했다(7월18일 페이스북). 앞서 같은달 13일엔 같은 친일몰이 취지로 '죽창가'를, 12일엔 "아베 정권의 졸렬함과 야비함"을 규탄하는 반일성향 칼럼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당일 문 대통령이 전남 지역경제투어에서 원고에 없던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 발언으로 반일 정서를 유도한 데 따른 것이었다. 같은달 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여당 의원들에게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회람시킨 바 있다.

사진=채널A 보도화면 캡처

이낙연 총리 본인도 지난 4월11일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에서 일제치하를 놓고 "35년 동안 외세의 지배"라며 "일제의 총칼"을 두차례 강조한 바 있다. 지난 7월 대한(對韓) 수출우대 철회 논의를 놓고도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라"고 일본 정부를 직격했고, 8월2일 일본 각의가 해당 조치를 최종 결정하자 "일본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도 WTO 제소 방침을 밝히며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강조했다. 이달 1일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비단 일제만의 상징이라고 보기 어려운 욱일기를 일 해상자위함이 국제관함식에서 게양하는 데 대해 "식민지배의 아픔을 기억하는 한국인의 마음에 욱일기가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일본도 좀 더 섬세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무엇보다 대표적 지일파(知日派)로 꼽히던 이 총리가 지난 5월15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한일갈등의 선제적 촉발사건인 '일본기업이 조선인 징용공 배상' 대법원 판결 관련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행정부가 나서서 뭘 한다는 것이 삼권분립의 원칙상 맞지도 않다"고 발언한 것이 일본이 대한 전략물자 수출우대 철회를 결심한 마지막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 8월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본을 겨눈 발언.(사진=TV조선 방송 캡처. 연합뉴스TV 캡처)

그러던 이 총리는 이번 방일에서 24일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과 공식 면담하기 전까지 갈등국면 수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2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이번 방일이 양국 관계가)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고,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을 지낸 자신과 나루히토 일왕 및 아키히토 상왕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특히 당일 오후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 지하철역을 방문해서는 2001년 지하철 선로에서 일본인 취객을 구하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씨 추모비를 찾았다. 이 총리는 이씨의 추모비에 헌화한 뒤 취재진과 만나 "한일 두 나라는 길게 보면 1500년의 역사가 있다. 불행한 역사는 50년이 되지 않는다"며 "한일 간 50년이 되지 않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걸친 우호·협력의 역사를 훼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이 총리가 "50년도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7년, 일제 강점기 35년을 합친 기간으로 보인다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과 일본 간 식민지배 등 불행한 역사보다 협력관계로 이어온 시간이 훨씬 길다는 표현은 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먼저 사용한 것이라고 이 총리는 밝히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8년 재임 중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와 함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갖고 한일 교류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8년 9월 12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극동범선대회 시상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이 지난 2018년 9월 12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극동범선대회 시상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22일 일왕 즉위선언식에 이어 저녁 도쿄 황거(皇居·고쿄)에서 열린 궁정연회에 참석한 후 이 총리는 취재진을 만나 "최대한 대화가 더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이번 목표"라고 했다. 연회장에선 아베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를 소개했고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 약간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 만찬에서 잠시 마주쳤는데, 아베 총리가 '모레(24일) 만납시다'라고 인사를 건네기에 '모레 잘 부탁합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하며 "우리 두 사람이 오랜 친구까지는 아니지만 비교적 (분위기가) 밝았고, 서로 '오랜만이죠'라고 인사를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 서로 국회의원 시절에 만나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2005년 서울 삼청각에서 만나 식사를 한 적도 있다.

이 총리는 "사실 신경은 온통 모레 아베 총리 면담에 가 있다"면서도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구체적인 얘기는 안 나올 것이다. 자료를 준비하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먼저 각론을 얘기할 생각은 없고 한국 사정을 모르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제안의 맹점, 한국에서 왜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하는 설명을 해 줄 수는 있을 것"이라며 "거기서 무슨 합의가 되거나 나갈 수는 없는 것이고. '대화를 조금 세게 하자' 이 정도까지는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대화 촉진 분위기 조성에 관해서는 "그런 점에서 (일본) 야당 인사들도 중요하고 특히 (23일 만나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가장 영향력이 있고, 아베 총리와 신뢰 관계도 있고, 저와의 관계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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