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금강산 관광시설 현지지도서 "손쉽게 관광지 내어주고 득 보려한 선임자들 잘못"
"금강산이 남측과 공유물이자 북남관계 상징처럼 돼있다"며 비판
"기분 나쁜 남측시설 싹 들어내라...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 천명
국제제재 틈 만들어 對北사업 골몰해온 문재인 정부에 타격

지난 18일 함경북도 경성군 양묘장 건설장 순시 중인 김정은(출처: 연합뉴스).
지난 18일 함경북도 경성군 양묘장 건설장 순시 중인 김정은(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함께 진행한 선임자들의 외세 의존적 태도를 비판하며 남측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북한 관영 선전매체 노동신문이 23일 전했다. 문재인 정권이 그동안 틈 날 때마다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적극 희망해온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이 금강산 관광시설 현지지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번 현지지도 대상은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고성항골프장, 고성항출입사무소 등 한국이 건설한 기반시설들과 삼일포, 해금강일대다.

김정은은 현지지도에서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 땅이 아깝다”면서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특히 김정은은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이자 축도처럼 돼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며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암시했다.

이어 김정은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라”며 “금강산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같은 김정은의 발언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對北)사업 추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제재의 빈틈을 어떻게든 만들어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비롯한 각종 대북사업을 추진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날 김정은이 한국을 제외하고 독자적으로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사업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