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호 문체부 국장, 박근혜 정부 당시 리영희 '해방전후사의 인식' 비판하며 좌파진영 눈엣가시 돼
文정부 정책 공개 비판하다 조국 민정수석실로부터 파면 처리돼 논란
국무총리실 산하 징계위가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나서 이례적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직 발령...SNS 활동 빌미로 파면 처리한 현 정부
한민호 "현 정부 스스로 정책에 자신이 없다는 것"..."반대 목소리 두고 보지 못해"
징계에 대해 소청 절차 밟을 예정..."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

지난 9월 20일 파면된 한민호 전(前) 사행산업감독위원회 사무처장(문체부 국장)이 펜앤드마이크의 유튜브채널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소신을 밝혔다.

한 전 처장은 16일 오후 펜앤드마이크 스튜디오에서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과 대담을 나눴다. 한 전 처장은 문재인 정부의 반일(反日)선동이 최고조였을 올해 초부터 7월에 이르기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현 정부 정책을 공개 비판했다. 청와대로부터 파면 처리된 그는 "누구 못지않게 일을 열심히 잘 해서 인정을 받아왔다"며 "하지만 고위 공무원으로서 이번 정부 정책에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전 처장은 지난 2017년 문체부 노조가 서기관 이하 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바람직해 닮고 싶은 관리자'로 꼽히기도 했다.

한 전 처장은 총리실 산하 공직감찰기구가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로 파면 처리됐다. 서기관 시절 '10년에 한번 나올 서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능한 중앙부처 공무원이었던 그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다가 결국 개인적 불이익을 당했다. 한 전 처장은 행정소송 절차를 통해 명예회복을 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의 오랜 문체부 생활도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도했던 소위 '문체부 블랙리스트' 추진방식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에 대한 관가(官街) 안팎에서의 평가는 매우 호의적이다. '10년에 한번 나올 서기관'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일처리가 탁월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중앙부처 공직자였다. 그러나 한 전 처장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과 탈원전 정책 등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출범 이후 한 전 처장을 한직으로 발령했던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도로 한 전 처장을 파면 처리했다. 징계의 근거는 '근무시간 중 SNS 활동'과 '공무원으로서의 품위 위반'이다. 당시 민정수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친여(親與) 진영이 한 전 처장을 눈엣가시로 여긴 것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다. 당시 미디어 담당 국장으로 출판업 전반을 지원했던 한 전 처장은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을 "대한민국 지성사에 치명적 해독을 끼친 책"이라며 공개 비판했다. 이에 좌파 진영 전체가 벌떼같이 일어났다. 한겨레 등 일부 좌파 성향 매체는 한 전 처장을 '편향적 역사관을 지닌 극우 성향 공직자'라며 낙인을 찍기도 했다. 이후 출판업계 유력 인사들은 한 전 처장이 출판업계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다고 비판했다. 한 전 처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출판사 사회평론 대표)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한 전 처장은 박근혜 정부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뒤에서 이런 일을 벌이신 게 안타깝다. 공개적으로 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전 처장은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의 정책에 대해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반대자를 두고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일 발언으로 국민을 화나게 했다는 이유를 들더라"며 "반일선동과 이에 따른 외교실책, 그리고 탈원전 정책들은 국가대계에 관련한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 전 처장은 충북 출신으로 평택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80학번으로 서울대 역사교육과 졸업 후 8년간 교사로 근무했다. 스스로가 운동권 영향에서 좌경화됐고, 학생들에게 좌익적 역사관을 가르쳤음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교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행정고시를 치뤄 공직에 진출했다.

한 전 처장은 "어느 국가나 문화계는 좌경화돼 있다"며 지향하는 정치이념과 실력 및 인품은 별개인 경우도 많다는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스스로도 정치이념을 앞세워 일해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를 부정하는 문화예술을 지원할 순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생적으로 두되 정부 차원의 지원은 어렵다는 의미다.

그는 "온갖 부문에서 국론이 갈리고 민생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기에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다시 복귀하게 된다면 국민소통실에서 정부정책을 적극 알리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밝혔다. 한 전 처장은 소청 절차를 밟기로 했다. 결과가 미진할 경우 한변의 도움으로 법적 소송도 불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이런 공무원이 구제되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정말 큰 일"이라며 "국민들을 위해 문화 부문에서의 폭넓은 경륜을 우파 진영에서도 써달라"고 당부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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