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국방부의 ‘함박도 北레이더는 민간용’ 주장과 달라
해병대 국감서 “함박도에 타격장비 배치되면 큰 위협...안보 위협하는 적은 北”

답변하는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연합뉴스]
답변하는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연합뉴스]

해병대가 지난 2017년 5월 북한 선박이 함박도에 접안할 당시 유사시에 대비해 초토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 앞서 함박도에 배치된 북한군 레이더가 ‘민간용’이라고 했던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우리 군이 함박도에 배치된 북한의 군사시설을 위협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은 이날 오전 경기도 화성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함박도 군사기지화와 관련해 “유사시 초토화시킬 수 있도록 해병2사단에서 화력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당시는 문재인 정권 출범 6일 전이다.

이 사령관은 지난 2017년 전진구 당시 해병대사령관이 함박도에 어떤 대비 조치를 했느냐는 서청원 무소속 의원의 질문에 “우발 상황에 대비해 말도를 전체적으로 요새화시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이사항이라서 (강화도 인근) 말도에 있는 TOD(열영상감시장비)를 고정으로 지정해 감시하면서 접안 활동을 실시간 보고할 수 있도록 지침을 줬다”며 “점점 활동이 많아지면서 나중에 건축물, 레이더가 (함박도에) 설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말도 관측, 화력 유도 내지는 침투까지 우발적인 상황을 대비해서 말도를 전체적으로 요새화시켰다”며 “말도에 방어를 강화했고, 병력을 추가 주둔하고, 함박도에 대해서 유사시 초토화시킬 수 있도록 해병2사단 화력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함박도의 위치가) 북방한계선 이북이라고 인식하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령관은 이날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적은 누구인가’라고 질문하자 “북한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북한 지도자의 약속과 말,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 신뢰하는가”라고 백 의원이 거듭 질문하자 그는 “지금까지 북한 지도자들이 가져온 행태를 볼 때 신뢰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라고 했다. 문맥상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사령관은 백 의원이 “북한 지도자에 대해 다른 지도자보다 불신을 기초로 해서 대비태세를 짜야한다고 생각한다. 사령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해야하죠?”라고 질문하자 “네”라고 대답했다.

함박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위치한 섬이다. 북한은 지난 2017년 7월 최초 굴착 작업을 시작한 이래 2018년 7월 북쪽 지역의 건물들을 완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북 비핵화 대화가 진행되던 기간이다. 특히 남북은 지난 2018년 9월 남북 간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9.19남북군사합의 체결했으나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군사시설을 확장한 것이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함박도에 들어선 북한의 군 시설이 인천공항을 겨냥할 수 있으며 미국의 방어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이 섬에 전파교란장치나 다연장로켓 등을 설치할 경우 인근의 남한 도시들이 사정권 안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함박도는 인천공항에서 약 45km 떨어져 있다. 말도와의 거리는 불과 8.2km다. 서해 연평 우도에서는 8.5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앞서 정경두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함박도에 세운 감시시설은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전인 2017년 5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만큼 합의 위반이 아니며 유사시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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