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윤규근 휴대전화 텔레그램 메시지 복원
윤규근, 靑민정수석실 관계자에게 김학의 성접대 동영상 관련 기사 첨부
윤규근 "이 정도면 되겠죠?"...민정수석실 관계자 "더 세게 했어야...검찰과 대립하는 구도 진작 만들었어야"
文대통령과 檢과거사위원회 영향으로 김학의 재조사단 활동 시작
경찰, 사회적 관심 분산시키며 윤규근 징계 유보...檢, 윤규근 구속시키며 버닝썬 사건 재수사 본격화

조국과 윤규근. 해당사진은 정상훈이 찍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과 윤규근. 해당사진은 정상훈이 찍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대규모 수사 인력을 동원하고도 해결 짓지 못 했던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10일 구속된 윤규근 총경(49·수감 중)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복원되면서 윤 총경이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와 주고받은 내용이 밝혀진 것이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윤 총경에게 “검찰과 대립하는 구도를 진작 만들었어야 하는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윤 총경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버닝썬과 윤 총경의 유착 관계를 수사해온 경찰은 지난 11일 윤 총경 휴대전화의 텔레그램 메시지들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윤 총경은 지난 3월 14일 민정수석실 관계자에게 기사 링크를 보냈다. 경찰 조사를 하루 앞둔 날 윤 총경은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윤중천(58·수감 중) 성접대 의혹의 핵심 연루자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수감 중)을 동영상에서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었다”며 증언한 내용의 기사를 보내면서 끝에 “이 정도면 되겠죠?”라고 덧붙였다.

이를 받아본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윤 총경에게 “더 세게 했어야 했다”면서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는 구도를 진작 만들었어야 했는데...”라고 보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관계자가 사흘 뒤인 3월 18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될 핵심 당사자 윤 총경과 이같이 의문스러운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다.

윤 총경은 3월 11일에 해당 민정수석실 관계자에게 “청와대 근처에서 보자”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후 두사람은 실제로 청와대 인근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 총경은 폭행・마약・성폭행 등 범죄 행각이 수시로 벌어진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운영진의 뒤를 봐준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윤 총경을 ‘경찰총장’이라고 언급했다는 사실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이 시기에 윤 총경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와 함께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버닝썬과 김 전 차관 철저 수사를 지시했고,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윤 총경이 입건된 뒤인 3월 25일 김 전 차관 재수사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곧장 검찰은 김 전 차관 관련 재조사단을 구성했다. 버닝썬에 집중됐던 국민적 관심은 전(前) 정권과 검찰로 옮겨갔다. 경찰은 지난 5월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에 대해 정황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윤 총경을 비롯한 경찰관 10명에 대한 징계는 유보됐다.

검찰은 버닝썬 의혹에 대한 지난 경찰 수사 전체를 다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승대)는 이번 텔레그램 메시지 복원 내용을 토대로 윤 총경을 조만간 불러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경찰이 솜방망이 징계만 내렸던 윤 총경을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 재조명된 윤 총경은 조국 일가의 사모펀드사 투자 구조에서 핵심 인물인 정상훈 큐브스(前 녹원씨앤아이) 대표와 밀접한 관계로 정 대표로부터 주식을 제공받기도 했다. 이러한 두 사람은 지난해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함께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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