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성호 발사 축하하는 곡 끼워 넣고...현송월은 ‘태양조선 하나 되는’ 가사 바꿔 불러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현송월 단장이 '백두와 한라는 내조국'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현송월 단장이 '백두와 한라는 내조국'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연합뉴스).

자유아시아(RFA)  방송은 12일 강동안 동아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김정은이 평창에서 음악폭탄을 터뜨렸다”며 “북한이 이번에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통해 교묘하게 체제 선전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북한 내 한류 연구와 북한 공연·예술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동안 교수는 이날 RFA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언론들이 북한 공연단이 정체적 색채를 배제하고 남한을 배려했다고 평가하지만 북한은 치밀한 전략을 통해 의도한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김정은 시대의 성과와 체제 선전이 담긴 곡을 이번 공연에서 가사 없이 연주하거나 기존 음악 선곡 사이에 체제 선전곡을 교묘하게 끼워 넣었다”며 대표적인 문제곡으로 ‘달려가자 미래로’를 들었다.

강 교수는 “북한 예술단이 ‘달려가자 미래로’를 부를 때 핫팬츠를 입고 일각에선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북한이 변했다, 북한에 자본주의가 환산된 사례라는 평을 하지만 사실 이 곡은 김정은의 성과를 자랑하는 대표곡”이라며 “이 노래는 북한이 8.25 경축 52주년을 기념하면서 개최한 모란봉악단의 화선공연에서 처음으로 소개됐으며 광명성 발사 축하공연, 당 창건 70주년 축하공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 기념식 등 북한의 성과를 자랑하는 가장 대표적인 곡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6.25 전쟁 당시 서울에 처음으로 입성한 ‘류경수 제105땅크사단’에 김정일이 처음 방문한 1960년 8월 25일을 선군절로 지정했는데 그날을 축하하는 화선공연에서 ‘달려가자 미래로’가 연주됐다는 설명이었다.

11일 국립극장에서 있었던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 말미에 현송월 단장이 깜짝 등장해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이란 곡을 독창한 것과 관련해서 그는 “현송월이 ‘태양조선 하나 되는’이란 가사를 ‘우리민족 하나되는’으로 바꿔 불렀다”며 “가사를 바꿨다고 북한이 한국을 배려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우리민족끼리’라는 정치적 메시지가 강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주곡 ‘빛나는 조국’에 대해선 “광명성 4호 발사나 화성 14, 15형 발사 등 김정은 시대의 성과를 자랑하는 곡”이라며 “북한이 한국 사람들 귀에 익숙한 ‘오페라의 유령’이라 ‘백조의 호수’ 등 약 20곡의 세계명곡을 연주한 뒤 마지막에 이 곡을 끼워 넣어 메들리로 마무리한 탓에 많은 관람객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축하하는 선전곡에 박수를 쳤다”고 지적했다.

북한 예술단이 ‘J에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 한국 곡을 부른 것에 대해서도 그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 교수는 “북한에서 ‘계몽기 가요’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남한 노래들이며 특히 김정일이 좋아했던 노래들”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미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뿐 아니라 김여정의 방한, 응원단 등 모든 것이 김정은의 큰 시혜라고 선전하고 있다”며 북한은 자신들이 ‘큰 시혜를 베풀어줬다’ ‘남한에서 (우리의) 음악 포성이 울렸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런 점을 보면 북한은 철저하게 선전선동의 일환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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