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이설화 씨 “지금 한국 경찰은 북한 보위부와 똑같다...나를 마치 짐승처럼 취급”
이설화 "대한민국이 무섭다. 폭행당한 뒤 지금까지 밥도 못 먹어"
경찰 “신체검증영장 발부받아 집행...폭행은 전혀 없었다”
탈북민 김태희 "경찰이 탈북민들에게 대한민국에 왜 왔느냐고 모욕줘"

탈북민 이설화 씨가 지난 3일 광진경찰서 조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입은 타박상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양연희)
   탈북민 이설화 씨가 지난 3일 광진경찰서 조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입은 타박상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양연희)

경찰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인근서 시위를 벌이던 탈북민들을 강제 연행해 조사하던 중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탈북 여성 최소 두 명이 기절을 하고 전신에 타박상을 입는 등 심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 이설화 씨(50)는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고(故) 한성옥, 김동진 모자 분향소에서 펜앤드마이크(PenN) 기자와 만나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씨는 지난 2011년 탈북에 성공한 후 한국에서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 탈북 모자(母子) 아사 사건으로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기 위해 지난 3일 다른 탈북민들과 광화문 집회에 나갔다가 경찰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이 씨는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조국 퇴진’ 국민총궐기대회 참가 후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갔다. 그녀와 다른 몇몇 탈북민들은 경찰의 바리케이드가 잠시 뚫린 틈으로 청와대에 안으로 진입했다. 경찰은 당초 이들에게 “뒤로 돌아 청와대 밖으로 나가라”며 훈방조치를 했으나 일부 탈북민들과 시비가 붙자 광진 경찰서로 강제 연행했다.

이 씨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돼 있었다. 김태희 탈북자연대 대표와 허초희(50) 씨 등 탈북민 여성 4명과 함께였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옆 유치장에 감금됐다.

경찰이 이 씨만 따로 불러낸 것은 오후 10시 30분경. 경찰은 그에게 본인 확인을 위한 지문 채취와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씨는 이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으니 신원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씨가 완강하게 저항하자 경찰은 그의 지문을 찍기 위해 팔을 뒤로 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경찰이 손도장을 찍겠다며 내 팔을 거꾸로(뒤로) 꺾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들의 완력에 밀려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경찰 몇몇이 달려들어 그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강제로 지문을 채취하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정신을 잃었다. 다리와 어깨 등 온몸에는 손자국으로 보이는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경찰들의 손톱에 긁혀 손가락에 심한 상처가 나기도 했다.

이씨는 이날 경찰조사에서 온몸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사진=본인제공).
이씨는 이날 경찰조사에서 온몸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사진=본인제공).

이 씨는 “경찰은 나를 마치 돼지나 짐승처럼 취급했다”며 “지금 한국 경찰은 북한 보위부와 똑같다. 너무 무섭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충격으로 현재까지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지난 3일 청와대 앞에서 시위 중이던 탈북민들에게 “왜 대한민국에 왔느냐”며 폭언을 하고 머리를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희 탈북자연대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중 경찰로부터 머리를 얻어맞았다”며 “우리가 ‘문재인은 나오라 문재인은 사과하라’고 외치자 경찰들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해야지,  '문재인'이 뭐냐. 그럴 거면 왜 대한민국에 왔느냐며 탈북민들에게 심한 말을 했다”고 했다.

한편 광진경찰서 채우영 진흥팀장은 7일 펜앤드마이크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탈북민들이) 본인 인적사항을 밝히길 거부했기 때문에 신체검증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을 뿐 폭행은 전혀 없었다”며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박성제 변호사(자유와인권연구소)는 “경찰이 만약 탈북민들에게 조사과정에서 폭행을 저지른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탈북민 이설화 씨가 지난 3일 광진경찰서 조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입은 타박상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양연희)
탈북민 이설화 씨와 김태희 대표가 지난 3일 광진경찰서 조사 과정에서 겪은 일을 증언하고 있다(사진=양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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