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930억→18년 4630억→19년 5445억→20년 7055억..."적폐"라더니 천억원 단위 증액
명칭만 '안보비'로 변경, 눈먼 돈 늘려...대북관련 靑과 통일부도 특활비 유지-증액
나머지 전체부처 특활비만 줄여...야당도 받는 국회는 특활비 88% 대폭 감액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박근혜 전임 대통령을 이른바 '적폐 수사'로 투옥시킨 혐의 중 하나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이었다. 영수증 없이도 집행 가능한 특활비 예산을 전직 대통령이 국정원장 등으로부터 수수했다는 이유로, 사적 유용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한 구속 재판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특활비는 적폐'라는 여론몰이가 진행되고, 문재인 정권은 국정원 등의 '특활비 대폭 삭감'을 선언했지만 실상은 전혀 반대라는 분석이 나왔다. 7일 조선일보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정부가 대폭 줄이기로 했던 국정원의 특활비가 전 정부에 비해 오히려 43%나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2017년도 4930억원으로 편성했던 국정원 특활비는 문재인 정권 출범 첫해, 2018년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4630억원으로 한차례 삭감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5445억원으로 900억원 이상 증액됐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심사할 2020년도 예산안에선 7055억원으로 1610억원 증액됐다. 

국정원 특활비는 지난해부터 '안보비'로 예산 항목이 변경됐는데, 용처는 여전히 불명이다. 눈먼 돈 예산이 2년간 천억원 단위로 늘어난 것이다.

청와대도 정권 출범 첫해에만 특활비를 줄인 뒤 '현상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25일 청와대 비서실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를 42%(53억원)가량 줄이기로 결정하며 절약한 예산을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 계층 지원에 사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2018년도 청와대 특활비는 전년 대비 23% 삭감된 96억5000만원이 편성됐다. 이후 2019년, 2020년도 예산안 특활비는 1원도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에서 "특활비 때문에 (전 정권에서) 감방에 몇 명이 가 있느냐. 청와대가 하나도 줄이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야당 측 지적에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 외교·안보 활동에 압박감을 느낄 정도여서 더 줄이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주장했었다.

반면 전체 부처의 특활비 예산 총합은 2017년 8938억원이었다가 2018년 7798억원으로 줄었다. 이 중에서도 국회는 2017년 81억원이었던 특활비를 올해부터 9억8000만원으로 88% 감액했다. 경찰청도 2017년 1301억원이던 특활비가 940억원(2018년)→841억원(2019년)→752억원(2020년 정부안)으로 줄고 있다.

이 와중에 국정원과 청와대, 그리고 통일부(2019년도 21억원→2020년도 24억원)만 특활비를 늘리거나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친북(親北)성향이 두드러지는 현 정권에서 대북 비밀사업에 쓰는 눈먼 돈을 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조선일보에 "지난 정부의 특활비는 '적폐'이고 자신들 특활비는 '필요경비'인가"라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