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지도부, 소극적 투쟁 태도로 분노한 民心에 기름 부어...'정치 혐오증'만 전 세대로 확산
민주당-한국당 지지율 동반 하락 현상이 그 증거...당내에선 황교안-나경원 책임론 대두
나경원-장제원 아들 문제 또한 한국당으로선 악재...'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식의 여론만 커져
자유 우파 진영 일각, 한국당 사람들에게는 '절실함'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아쉬움 표해
지도부 총출동해 靑앞에 거적 깔고 삭발 비롯, 단식투쟁을 벌여도 모자랄 판이라는 통렬한 비판의 목소리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후 정권을 향한 전 국민적 분노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되려 '무당(無黨)층' 비율이 40% 가까이 급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결국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무당층이 제1야당 자유한국당으로 옮겨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황교안·나경원 지도부' 책임론이 확산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13일 SBS·칸타코리아 여론조사(성인 1026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1.3%로 지난 7월 칸타코리아 조사(34.8%)에 비해 3.5%포인트 하락했다. 한국당 역시 18.8%에 그쳐, 7월(34.8%)에 비해 3.5%포인트 떨어졌다. 정의당(6.3%)과 바른미래당(4.1%)이 뒤를 이었다.

반면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거나 '모르겠다'는 이른바 무당층은 38.5%에 달했다. 7월에 비해 4.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해당 현상을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정치 혐오증'이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는 과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변' 국면에서 보수에 실망, '적폐 청산'을 부르짖었던 좌파를 선택해 '개혁'을 기대했지만 좌파가 개혁은커녕 보수보다 더 부패하고 위선적인 모습으로 일관하자 아예 정치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연휴 기간인 지난 12일과 14일 광화문광장과 서울역 등에서 '조국 임명 철회하라'는 팻말을 든 채 1인 시위를 하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국 해임, 특검, 국정조사를 관철하겠다"고 강경한 발언을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싸늘하게 식은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긴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추석 민심 보고대회' 역시 '조국 구속', '문재인 정권 심판' 구호만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을 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나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아들 문제가 터진 것 또한 한국당으로선 악재다. 일부 극렬 문 정권 지지자들을 제외한 일반 국민들이 조국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분노하는 건 좌우 진영 논리가 아닌, 사회 상류 계급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분노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경중을 떠나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식의 여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헌정 유린, 위선자 조국 사퇴 국민 서명운동 광화문 본부' 개소식 및 정당연설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헌정 유린, 위선자 조국 사퇴 국민 서명운동 광화문 본부' 개소식 및 정당연설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 우파 진영 일각에선 한국당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절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언주 무소속 의원의 삭발을 거론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 당적이 없는 이언주 의원조차 여성으로선 쉽지 않은 삭발을 선택해 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황 대표·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냐는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당 지도부 전체가 총출동해 청와대 앞에 거적을 깔고 삭발을 비롯, 단식투쟁을 벌여도 모자랄 판이라는 통렬한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황 대표는 16일 오후 5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하기로 했다. 제1야당 대표가 대(對)정부 투쟁을 명목으로 삭발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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