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1년6개월만에 불명예퇴장…북한·이란·아프간 등 외교정책서 트럼프와 파열음
볼턴이 주장했던 '북핵 빅딜' 폐기로 이어지나...대북정책 노선변화 촉각
폼페이오 "북한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바뀔 것이라 추정말라...나와 볼턴은 의견 안 맞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주요 현안에 대한 '강한 의견충돌'을 이유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북핵 협상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 경질이 미국의 대북정책 노선 변화로 이어질지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지난밤 존 볼턴에게 백악관에서 더 일할 필요가 없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강력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며 그 사직서가 이날 오전 자신에게 전달됐다고 했다. 외교안보 정책에서의 이견이 경질 배경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볼턴의 빈 자리는 일단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부보좌관이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지난해 3월22일 임명된 후 약 1년6개월 만이다.

‘슈퍼 매파(초강경파)’로 불려온 볼턴 보좌관은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 주요 대외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왔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례 이견을 노출해 그동안 경질설이 나돌았다. 지난 5월말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볼턴 보좌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만에 “작은 무기들”이라며 “개의치 않는다”고 공개반박한게 대표적이다. 볼턴 보좌관은 6월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을 수행하지 않고 몽골로 직행하면서 대북정책 라인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백악관 내 많은 인사들에게도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볼턴 장관은 이날 오후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공동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공지가 돼 있는 상태였다.

볼턴 보좌관의 후임과 관련, 그동안 미 언론에서는 폭스뉴스 객원 출연자이기도 한 전직 육군 대령 더글러스 맥그리거, 맥매스터 전 보좌관 밑에서 부보좌관을 했던 리키 와델 전 NSC(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등이 거론돼왔다.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고 밝혔다.

한국 입장에서 현재 최대 관심은, 볼턴 보좌관의 경질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다. 볼턴은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빅딜(포괄적 일괄타결식 북핵 해법)’ 전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달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이달 하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 이어 하루만에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쏘아 올리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강경파인 볼턴의 경질이 빅딜 전략 폐기 또는 수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다른 사안으로 브리핑하던 중 “세계의 어떤 지도자도 우리 중 누군가가 떠난다고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추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볼턴의 사임을 몰랐느냐’는 질문엔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볼턴과 내가 의견이 다른 적이 많았다”고도 했다. CNN은 최근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공식회의가 아니면 거의 말도 안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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