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美 국무 발언 하루만에 北 반응 나와
트럼프 대통령 “만남은 좋은 것...지켜보자”

북미 실무협상팀 카운터파트. 리용호-폼페이오, 김명길-비건
미북 실무협상팀 카운터파트. 리용호-폼페이오, 김명길-비건(연합뉴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9월 하순경 미국측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미국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올 것을 요구했다. 최 제1부상의 이날 담화는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이 있은 지 하루만에 나왔다.

최 제1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최 부상은 “나는 미국측이 조미(북미)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미국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지난 4월 역사적인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며,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시었다”며 “그 사이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북한과의 만남이 아직 예정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9일(현지시간) 미국이 새 대안을 제시할 경우 이달 하순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최 부상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이 시점에 발표할 어떠한 만남도 갖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남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만나자고 한 보도를 조금 전에 봤고, 그것은 흥미로울 것”이라며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2~3주 내에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군사훈련과 미 당국자의 발언 등을 구실로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미국과의 실무회담을 피해왔다.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달 23일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비난했고, 최 부상도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경고하는 등 미국의 실무협상 재개 요청에 신경질적 반으을 보였다.

따라서 최 부상의 이날 담화는 최근 미국의 유화적 제스처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당국자들은 최근 공개 발언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종 ‘당근’을 제시하며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6일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갖는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같은 날 강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교환해 주한미군 주둔을 감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략적 재검토’도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최 부상은 “나는 미국에서 대조선 협상을 주도하는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조미실무협상 개최에 준비되어있다고 거듭 공언한 데 대하여 유의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제의한 다음날 오전 평안남도에서 또다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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