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 위한 국제공조 노력 백지화 하자는 것인가
-두시간 이상 대화에서 북핵 단어는 언급조차 없었다?
-북핵 완성에 시간만 벌어줄 엄중한 결과에 책임질 텐가

정규재 대표이사 겸 주필
정규재 대표이사 겸 주필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김영남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과의 오찬 회담 2시간40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핵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가 공개한 대화록 어디에도 북한 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핵폐기에 대한 한국측의 요구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니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에서는 북한 핵 문제는 아예 남북간 의제가 아니라는 듯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북한 핵을 의미하거나 지칭하는 언어조차 자취를 감추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금강산과 개성은 가보았으나 평양은 아직 가보지 않았다며 평양 초청을 요청하는 듯한 발언을 서둘러 내놓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청와대 역시 혼선을 빚었다. 어떤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방북 요청을 사실상 수락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가 곧 다른 관계자가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방북 요청에 대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한 것으로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여건의 성숙'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 설명이 없었다. 북미가 조기에 대화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북미간 대화가 남북정상회담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도 불명이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간 조기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 국민의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북한 핵에 대해서 역시 언급이 없었다. 평창 올림픽같은 스포츠 행사를 통해 평화무드만 연출되면 그만이라는 것인지 국민은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핵을 개발하지 않는다. 만일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지겠다"던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북한 핵은 오히려 내가 변호하고 다닌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국은 북한에 핵 미사일을 개발할 시간만 벌어주었다는 엄연한 실패사례를 문재인 대통령은 기억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져 시선만 다른 방향으로 돌리면 핵은 잊는다는 것인지, 외국의 어느 기자가 말했듯이 머리만 모래 속에 파묻으면, 그리고 눈만 감으면 핵은 마술처럼 시야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는지 국민들은 궁금할 따름이다. 

청와대는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어떠한 대화도 경제혁력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북측에 밝혀야 한다. 핵 폭탄에 결연하게 맞서지 않으면 한국인들은 앞으로도 북한 핵의 인질이요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대통령 선서는 그냥 종이 위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요, 한낱 언어의 수식도 아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최대의 현안을 결코 회피하거나 얼버무리지 말라. 

정규재 대표 겸 주필 jkj@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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