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 의혹’ 조국 기자회견...방송과 신문들이 어떻게 보도할지 지켜보겠다

 

권순활 논설주간
권순활 논설주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국민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를 주겠다며 국회에서 개최한 기자회견 내용은 한마디로 '변명-발뺌-궤변'으로 압축할 수 있다.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고 소위 국민청문회라는 정체불명의 기자회견이 국회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법무장관 후보자 기자회견을 하면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입기자들로 대상을 제한하겠다고 공지한 것도 웃기는 일이다. 참고로 민주당 출입기자 중에는 친여(親與)-친문(親文) 성향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조국은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 의혹만으로도 당장 검찰 수사 대상이다. 실제로 검찰이 이미 조국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보도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다른 장관도 아니고 법을 집행하는 책임자인 법무장관 후보자 조국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저런 말도 안되는 특혜를 받아야 하나.

이날 조국의 황당한 기자회견에 대해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올린 글이 눈길을 끈다. “신청도 안했는데 장학금 주더라딸아이가 뭘 했는지는 모르는데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하더라뭔지도 모르는데 재산보다 많은 돈을 약정하고 10억 넘게 우선 넣었더라의혹들 가지시는데 난 모르는 일이고//그러나 그간 내가 내 가족의 일은 모르나 이 사회를 위해 했던 이야기가 있고 그래서 내가 장관 되는 것과 상관없는 이야기니 내가 아니면 안 되고 난 장관 해야겠다.

이 페북 이용자는 “3주간 고심하고 막 소명하고 싶어 안달 난 내용들이 깔끔하게 소명된 의혹이고 장관이 되야 하는 변이었다면서 공감이 막 되고 저 정도의 수준이면 기존 정치인과 확연히 다른 무언가를 해주시는 분임이 틀림없다고 비꼬았다. 이와 함께 역시 우리나라 경제도 엄청 좋아지고 있고 북한에서 미사일 쏴대도 뭐 신경 안 쓸 정도로 안보도 좋고 앞으로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될 듯 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촌철살인의 페북 글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또 하나 눈여겨본 부분은 죽은 한국 언론이었다. 기자회견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했지만 저렇게 문제가 많은 장관 후보자가 자청한 기자회견이 이왕 열렸으면 송곳 같은 날카로운 질문이 잇달아 쏟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조국의 과거 발언과 드러난 사실 사이의 괴리를 예리하게 추궁한 펜앤드마이크 기자 등 극소수 기자를 제외하면 조국에게 변명의 기회만 주는 하나마나한 질문이 많았다. 지난 탄핵 정변 당시 지금 드러난 조국의 비리 의혹과는 비교도 안 되는 사안을 갖고도 아니면 말고식 접근법으로 그렇게 살기등등하게 물어뜯던 기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저러니 사회 곳곳에서 '기레기' 소리가 안 나오겠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후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던 2017113일 조국은 트위터에 박근혜. 22일 또 기자회견 한다고? 어떤 얼빠진 기자들이 중대범죄 피의자의 범행 부인과 일방적 항변을 공손히 받아 적고 보도하는지 봐야겠다고 썼다한국의 방송과 신문들이 중대범죄 의혹이 농후한 조국의 기자회견을 어떻게 보도하는지 우리도 한번 지켜보자.

조국은 또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내려진 뒤인 그해 3월 22일에는 역시 트위터에 "피의자 박근혜. 첩첩히 쌓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모른다'와 '아니다'로 일관했다. 구속영장 청구할 수밖에 없다. 검찰, 정무적 판단 하지 마라"고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단돈 1원도 챙기지 않은 전직 여성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는 죄목 등으로 3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아 복역중인 참담한 한국적 현실에서 어떤 기준으로 봐도 훨씬 더 많은 사적(私的) 이득을 챙긴 조국의 이 발언 역시 고스란히 그에게 돌아가야 한다.

권순활 논설주간 ks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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