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용인외고 3학년 수험생 손자와 논술책 출간...역사해석에서 '다양성', '객관성' 강조해
『반일종족주의』가 자신 작품 『아리랑』 비난하자 "이스라엘이면 사형", "반민족행위 처단법 있어야"
소설 속 일제의 조선인 즉결 총살에 대해 "내가 현장취재한 것" 주장
조 씨 극언에 낙성대경제연구소 "학술적 대응 가치 없어"..."현장취재는 물론 모든 자료 나란히 검토해야"
시민들 "배타적 민족주의에 편승해온 시대의 우상 조정래" 일갈

소설가 조정래 씨가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의 역사관에 대해 '처단 대상'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씨는 2018년 고3 수험생인 손자와 펴낸 논술 책에서 특정세력이 단일한 역사관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 그가 자신을 비판하는 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이스라엘 같았으면 사형감'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조 씨는 2018년 용인외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손자 조재면 군과 함께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해냄)란 책을 냈다. 한 해 동안 조 씨가 손자의 논술지도를 위해 첨삭한 것을 모은 책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에서 불거진 역사관 문제가 제일 첫 번째 주제로 실렸다. ‘단 하나의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할 수 있는가’라는 소주제에서 손자인 재면 군은 “역사학의 본질을 고려할 때도 이(국정교과서)는 매우 잘못된 방법이다. ‘역사’는 해석의 학문이라고 불릴 만큼,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해석될 수 있다”라면서 “역사를 단 하나의 집단이 해석해서 편찬하겠다는 것은 역사라는 학문의 본질을 기만하는 행위이고,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묵살하는 행위”라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비판했다.

출처: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해냄출판사)' 미리보기 제공 캡처
출처: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해냄출판사)' 미리보기 제공 캡처

조 씨는 손자에게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무모하리만큼 용감무쌍하게 역사 도전에 나섰던 것”이라며 “역사란 살아 숨 쉬는 생명체다...그 생명성 때문에 역사는 진실과 객관과 불변을 자양분으로 그 맥박이 뛴다. 그런 역사를 감히 그 누가 변질시키고 왜곡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고 화답했다.

출처: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해냄출판사)' 미리보기 제공 캡처
출처: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해냄출판사)' 미리보기 제공 캡처

하지만 지난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조 씨는 반일종족주의 저자인 이영훈 서울대 전 교수가 소설 아리랑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상당하다고 비판하자 “상식이 용납을 하지 않고, 우리 민족정서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라며 역정을 냈다.

조 씨는 “반민특위가 해체되고 민족반역자 친일 부역자들을 처단한 역사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이따위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이었다면 히틀러를 찬양하거나 그 행위를 편드는 사람들을 잡아다 사형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반민특위를 부활시켜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을 갖다 놓고, 민족반역자들 처단을 위한 특별재판소를 개설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조 씨는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하는 데 참여했다. 자신이 속한 진영에서 만든 인명사전에 의거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처단하겠다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진행자가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이 ‘학문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를 앞세울 수 있다고 말하자, 조 씨는 “반민족행위 처단법이 있어야만 이들이 이런 행위를 못한다”며 “민족 반역자들을 처단하는 특별법정을 만들어서 10년이고 20년이고 남아프리카에서 했듯이 계속 해야 하고 이스라엘에서 했듯이 계속해야 하고 독일이 하는 것처럼 계속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손자에게 “진실과 객관과 불변을 자양분으로 맥박이 뛰는 게 역사”라고 말하던 조 씨는 반일종족주의에 대해 별다른 반박을 내놓진 못했다. 2007년 이후 계속된 문제제기에도 침묵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이날 진행자의 물음에 그는 “우리 선조들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탓을 하지 말라”라고 답변했다. 이어 조 씨는 역사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한국사와 현장취재를 통해 역사적 고증을 거쳤다고 주장하며 반일종족주의 저자를 향해 “무식하기 짝이 없고, 현장취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관념에 사로잡힌 자의 친일파인 민족반역자가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일본경찰이 총독부 토지조사사업을 방해한 차갑수를 나무에 매달아 공개적으로 총살형에 처하는 소설 속 장면이 전북 순창에서 자신이 직접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한 진실이란 주장이다.

2일 낙성대경제연구소 측은 조 씨의 이 같은 인신공격적 발언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학술적으로 도저히 논쟁하기 어려운 처참한 수준”이라 말했다.

아시아태평양전쟁기 조선인피동원자 구술기록 선집(출처: 낙성대경제연구소 제공)
아시아태평양전쟁기 조선인피동원자 구술기록 선집(출처: 낙성대경제연구소 제공)

해당 관계자는 “당시 증언을 충분히 채집했고, 또 들어왔다”며 “증언들을 당시 공문서, 통계, 신문기사 등 신뢰할 만한 자료들과 나란히 검토해온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씨는 ‘경찰령’을 거론하며 일제의 조선인 즉결 총살이 4,000건이나 됐다고 서술했지만, 그런 ‘경찰령’은 제도상 존재하지 않았다”며 “일제 통치가 폭력적이었다는 당시 증언에서도 즉결 총살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조 씨가 문학적 상상력을 내세워 수도 없이 여러 번 일제의 학살 장면을 묘사했던 만큼 자신의 현장취재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용인외고 3학년 수험생인 조정래의 손자가 할아버지와 책을 출간해 학종(학생부종합전형) 관리를 한 것 아니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 씨가 자녀의 고려대 부정입시 논란으로 파문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적임자라며 옹호한 가운데 나온 국민들의 예민한 반응으로 판단된다. 네티즌들은 “배타적 민족주의에 편승해온 시대의 우상, 조정래. 손주들에게 태백산맥 필사나 열심히 시키시오”라는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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