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잇따른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와 실무협상 거부 등에 대한 대응으로 보여
제재 대상 대만인 소유 파나마 선적은 ‘동결자산’으로 지정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5월 동중국해상에서 파나마 선적 샹위안바오호(오른쪽)와 북한 백마호 사이의 불법 환적을 포착한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5월 동중국해상에서 파나마 선적 샹위안바오호(오른쪽)와 북한 백마호 사이의 불법 환적을 포착한 사진을 공개했다.

미 재무부는 30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불법 정제유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대만과 홍콩 해운사 3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지난 7월 하순부터 시작된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지난 20일 한미연합군사훈련 종류 뒤에도 미북 간 실무협상 재개가 표류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이 독자 대북제재의 칼을 빼든 것은 올 들어 네 번째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 선박과의 선박 대 선박 환적에 관여된 해운 망을 제재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기존 제재에 대한 시행 및 집행을 지속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대만인 황왕컨과 그의 부인 천메이샹 등 2명, 주이팡 해운과 주이쭝 선박관리 등 대만 업체 2곳, 주이청 해운 등 홍콩 업체 1곳이다. 이들은 적어도 한 차례 이상 북한과의 불법 선박 간 환적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안컨은 주이팡의 CEO이자 대주주다. 그는 다른 복수의 개인들과 함께 지난해 4~5월 170만 리터의 정제유를 상위안바오호에서 안보리 및 미국의 제재대상인 북한 선적의 선박 백마호(號)로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옮겨 실었다. 이들은 해당 정제유 제품이 필리핀으로 유인된다고 허위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특정 국가의 영해가 아닌 수역까지 정제유 제품을 운송해 백마호로 옮겨 실었다.

천메이샹은 이 회사의 이사인 동시에 주이쭝 선박 관리회사의 단독 소유주다.

이와 함께 미 재무부는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개인 및 회사들이 지분을 소유한 파나마 선적의 상위안바오호(號)를 ‘동결자산’으로 지정했다.

상위안바오호는 지난해 최소한 두 차례 이상 북한 선적 선박들과 환적에 가담했다. 두 차례 모두 화물의 최종 목적지는 북한의 남포항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북한선적의 명류1호(號)와 추가로 정제유를 환적했다. 이로 인해 상위안바오호는 이미 지난해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1718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에 의해 입항 금지 등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불법 해상환적 유류 수입의 '허브' 남포항
불법 해상환적 유류 수입의 '허브' 남포항

이번 제재는 행정명령 13810호에 따른 것이다. 이들 개인 및 법인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되며 미국인 및 미국 회사들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미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유엔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북한의 지속적인 불법 선박 간 환적 실태를 부각하는 것”이라며 “니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에 대한 미국 정부의 헌신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시걸 맨델커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재무부는 북한선적의 선박들과의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에 연루된 개인들과 법인, 선박들에 대해 미국 및 유엔의 기존 제재들을 이행하고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이 구사하려고 하는 ‘기만적인 관행’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해운사들은 자신들을 중대한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불법 환적은 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 환적 형태로 이뤄졌다. 재무부는 ‘항구 밖 환적’ 방식은 북한이 제재 회피를 위해 흔하게 사용해온 ‘기만적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선박 대 선박 환적과 함께 북한은 비(非)북한 선적의 유조선을 통해 북한에 직접 운반하는 방식으로 정제유를 확보하고 있다고 재무부는 전했다. 이러한 운반 방식은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은 만큼 북한의 수입품에 대한 유엔 제재위원회의 공식 집계가 유조선 및 다른 제휴 선박들을 통해 북한에 실제 들어가는 정제유 제품의 양을 엄청나게 축소해주는 누적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물량의 정제유가 제재 망을 피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정제유 유입물량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공식 집계를 크게 상회한다는 것이다.

북한과 관련한 미 재무부의 제재는 올해 들어 네 번째다.

첫 제재 대상 발표는 지난 3월로 재무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사 2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어 지난 6월 북한과의 거래를 위해 은행계좌를 개설해 준 러시아 금융회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베트남에서 외화벌이를 해온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군수공업부 소속 김수일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북한의 불법 선박 간 환적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감시하는 북한의 제재 회피 행위 중 가장 큰 부분이다.

미국 해안경비대 태평양 지역사령관인 린다 페이건 중장은 최근 진행된 버솔프 경비함의 전개 등이 모두 북한의 불법 환적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건 중장은 “미 7함대와 인도태평양 함대의 지휘를 받아 북한의 불법 환적 활동에 대한 단속을 지원했다”며 “목표는 불법 선박 간 환적을 감지하고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방위성도 지난 22일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캐나다, 호주 등도 경계감시 활동에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에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23일 ‘강력한 제재’를 언급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인터뷰 발언을 문제 삼아 폼페이오 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라며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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