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단거리 미사일, 한미연합훈련, 주한미군, 동맹과 관련해 서로 다른 발언 계속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잇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혼선이 일고 있다.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영역은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7월 하순부터 시작된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지속 여부,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 그리고 동맹의 중요성이다. 이 글에서는 각 사안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의견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고 미국의 진심을 가늠해 본다.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

북한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모두 9차례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5월에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분석됐다. 이밖에도 북한은 ‘신형 전술유도탄’, ‘신형방사포’,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힌 다양한 고체연료 사용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최대 사거리는 600여km에 달해 제주도를 포함한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었다. 고도는 최저 25km를 기록했다. 북한의 이 같은 신형 무기들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나 패트리어트와 같은 현재 우리나라의 미사일 방어망으로 방어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한 마디로 ‘대수롭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과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만 합의했으며, 따라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약속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밝히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핵무기를 시험하지 않았으며, 단거리 미사일은 모든 나라들이 하는 단순한 무기시험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지에 대해서도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8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위반일지는 모르지만, 김정은은 신뢰를 저버림으로써 나를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아한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8월 25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기자회견에 앞서 있었던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김정은이 나와의 약속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아베 총리는 “우리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우리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항상 미국과 같은 페이지에 있으며 미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미국 대통령이고 아베가 일본 총리로 있는 한 우리는 항상 같은 입장”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곧이어 그는 “나는 김정은과 단거리 미사일들에 대해 논의한 적 없다. 우리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논의했고, 김정은은 약속을 지키고 있다”며 “또 김정은은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 단거리 미사일은 평범한 미사일들에 가깝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실험을 한다”며 김정은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 국무부와 트럼프의 참모들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국방부는 ‘과잉반응은 금물’이라는 다소 절제된 반응을 보엿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8월 27일 북한에 잇따른 무기 시험발사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사한 것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8월 20일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나는 그들이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볼튼 보좌관도 지난 14일 “우리가 KN23으로 명명한 최근의 미사일 시험은 한반도 전역과 일본의 일부 지역을 타격할 수 있으며, 물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대한 위반이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 한 약속을 위반하지는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반도를 주시하는 모두에게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다.

그러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8월 28일 국방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에 우려하지만 과잉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외교의 문을 닫지 않도록 신중한 반응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며 여전히 '북한의 목줄을 서서히 죄는' 대북제재를 가동 중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의 대북제재로 인해 결국 북한이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하지 않는 한 북핵문제가 어느 정도 봉쇄된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침착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

2019년에 들어 3대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Key Resolve), 독수리 훈련(Foal Eagle),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Ulchi Freedom Guardian)이 모두 종료됐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3월 2일, 한미 국방부 장관이 전화통화를 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키 리졸브 연습은 ‘19-1동맹’으로 대체됐고, 기간도 기존의 절반으로 줄었다. 독수리 훈련은 이름을 아예 없애고 대대급 이하 단위에서만 실시한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대신해 정부 연습인 을지연습과 한국군 단독 지휘소 훈련인 태극연습이 통합된 ‘을지태극연습’이 실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돈 낭비’며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8월 9일 김정은으로부터 ‘매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며 김정은은 워게임(war games)을 좋아하지 않고, 자신도 한미연합훈련은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미 국방부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축소된 한미연합훈련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마크 에스퍼 장관은 지난 8월 28일 국방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대규모 훈련으로 복구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 수준으로도 대비태세에는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 사이에 이견(異見)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5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지난 주 김정은으로부터 아무 멋진 편지를 받았는데 그는 한국이 ‘워게임(war games)’을 하는 것에 화가 나 있었다”며 “나 역시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참모들에게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나는 안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허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군사훈련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상당했음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완전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그들은 수정된 형태의 훈련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는 자신의 책 ‘공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에 35억 달러나 쓸 이유가 있느냐. 철수시켜라. (주한미군) 필요없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적은 북한이 아닌 중국”이라며 “전쟁 수행 능력이 없는 북한을 대상으로 돈이 많이 드는 한미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도끼를 사용해 쥐를 잡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연합훈련에 드는 1조원은 모두 미국이 부담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잘 되지 않고 한미동맹이 흔들릴 경우 미국은 한국이 방위비를 지불하는 만큼만 안보 방위력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 분담금

2020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한국은 미국에 충분한 방위비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거듭 표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 “한국이 미국에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합의했다”며 “추가 인상에 대한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식 '거래의 기술'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힘에 기반한 외교와 동맹관계의 조율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취임 이후 그는 한국, 일본, 유럽과 같은 동맹국들에 미국이 제공하는 리더십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동맹국들에 더 높은 관세와 국방 지출을 요구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NATO) 국가들의 최소 국방 지출을 현 GDP 대비 2.0%에서 4.0%로 증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새로운 보복 관세를 적용하거나 준비 중이다. 일본에는 50~75% 인상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2018년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8.2% 인상된 방위비 분담금(약 9억 2400만 달러, 1조 389억 원)에 합의했다. 2018년 이전까지 한국은 주한미군의 임금을 제외한 총 주둔비의 50%(매년 8억 달러 이상)를 지불해 왔다. 의회조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 이전의 두 배에 해당하는 비용 ,즉 인건비를 제외한 총 주한미군 주둔비의 100%를 한국이 지불하기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주둔비용의 100%에 50~75%의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미국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이 경우 한국이 지불해야 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3.116조~4.861조원에 달한다.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미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 감축이나 완전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한국이 미국이 제공하는 방위력에 충분한 대가를 내고 있지 않다'는 견해를 지속적으로 밝힘에 따라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국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미동맹

미국은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 관계의 민감성도 인정해 당분간은 지역 주변 국가들인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와 다양한 외교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눈치를 봐가며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압박도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장기 기획과 동향은 지난 2018년에 출간한 국방전략보고서(National Defense Strategy)와 2017년에 발간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에 거론됐다. 이 보고서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은 국가안보위협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의 주도권에 저항하는 현상변경세력(revisionist power)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표적인 위협 국가들로 명시돼 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장기 전략적 경쟁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장기적 외교안보 전략을 살펴보았을 때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국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질서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중국 시진핑은 ‘중국몽’과 ‘일대일로’,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지역 국가들에게 새로운 선택을 제시한다.

둘째는 국제적 불안을 증진시키는 적대적 정권들(rogue regimes)이다. 이란과 북한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이러한 국가들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테러조직들이다. 전 국방부 장관 제임스 매티스는 이러한 위협들에 대해 미국은 “경쟁하고 억제하며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의 익명 기고문이나 밥 우드워드의 책에서 볼 수 있듯이 전통 관료들은 '동맹'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견해를 달리했던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존 캘리 비서실장,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들은 모두 교체됐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국방부 장관과 비서실장보다 더욱 강경한 정책을 선호하는 충성 매파들로 교체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 군사적 조치를 고려하는 상황이 닥치면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극단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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