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대변인, 이례적으로 ‘한국정부’ 대신 ‘문재인 정부’ 지칭
美정부 소식통 “한국 정부 발언에 불만족...사실 아냐”..."옳은 위치로 되돌아가야"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문재인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파기 결정에 대해 ‘미국 정부도 이해했고 한미동맹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례적으로 즉시 반박했다. 미국 정부의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면서 “미국 정부도 (우리 결정을) 이해했고 한미동맹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이런 설명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했다.

특히 미국은 이날 이례적으로 한국정부를 ‘문재인 정부’라고 불렀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문정권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나타냄에 따라 이미 우려했던 대로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보공유 협정에 대해 한국인들이 내린 결정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동맹국이 상대국에게 공개적으로 ‘실망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 외교가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런 표현을 썼다는 것에 우려가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는데 실망했다”며 “우리는 (한일)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 두 나라 각각이 관계를 정확히 옳은 곳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 국방부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도 이날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한다”고 했다. 특히 이스트번 대변인은 이날 ‘한국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Moon Administration)’이라고 불렀다.

보다 큰 문제는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사전 교환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설명한 것을 미국이 곧바로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 일본의 반응이 없다면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고 미국 측에 역설했고, 미국은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정부 소식통은 이날 “우리는 특히 한국 정부가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불만족스럽다”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한국 측에 항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기(주미 한국대사관)와 서울에서 (항의)했다”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우리의 불만족(unhappiness)도 표했다”고 했다. 특히 “한 번도 (문재인 정부는) 우리의 ‘이해’를 얻은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22일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며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 등 “최근 한일 양측에서긴장을 줄이려는 듯한 사인들이 보였으며 트럼프 행정부도 문재인 정부에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도록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앨리스 후커 백악관 안보회의 한국정책 담당은 지난 21일 한국 관리들에게 지소미아를 보존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그들에게 지소미아를 파기할 것이라는 뜻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지난 9일 방한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 상당히 기여한다”며 협정 유지를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가 “이번 결정은 한국 관리들이 암시해왔던 것과는 반대의 결정이었다”며 “이번 결정은 미국의 집단 안보 체제를 유지 강화하고자하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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