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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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1주 연속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만으로 이민하고 싶어하는 홍콩 시민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만 이민청에 홍콩인이 이민이나 체류를 신청한 건수는 2,0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증가했다.

특히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6월과 7월 홍콩인의 이민·체류 신청은 68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5% 급증했다.

이들 가운데 636건이 대만 이민청의 승인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4% 급증한 수치이다.

대만 이민청 관계자는 "홍콩인의 신청 건수가 급증해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심사와 승인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법규에 따르면 ▲대만에 가족이 있거나 전문적인 자격이나 기술을 갖춘 사람 ▲600만 대만달러(약 2억3,000만원) 이상 투자한 사람 ▲대만에서 창업하는 사람 등에게 이민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인 활동을 했던 홍콩 퉁뤄안 서점의 주인이었던 람윙키(林榮基·64)가 중국 본토로의 범죄인 인도를 가능하게 하는 송환법의 실시를 우려해 대만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한때 중국 본토에서 납치·감금당했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홍콩 시민 중 수십 명이 경찰의 체포를 피해 대만으로 정치적 망명을 모색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대만과 더불어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등으로 이민을 떠나려는 홍콩인들도 늘고 있다.

싱가포르 국제학교 ISS는 최근 두 달 새 자녀 입학과 관련해 문의하는 홍콩인들의 수가 올해 초보다 50∼60% 급증했다. 실제로 입학하는 홍콩인 학생의 수도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오는 주말에도 12번째 주말 시위를 예고했다. 대학생들은 동맹휴학 등으로 시위의 동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9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경제인 클럽 모임에 참석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을 위해선 중국 정부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그 출발점은 중국이 지난 1984년 중·영 공동 선언을 통해 홍콩의 법을 존중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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