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대 재벌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시위대 격려 암시하는 광고 게재해
"원인은 정부에 있다. 홍콩 자치허용하라. 의로운 분노"등의 문구 숨겼나?
트럼프, 텐안먼 언급하며 "폭력이 있다면 무역합의 어려울 듯" 경고

빅토리아 파크에 모인 홍콩 시위대 [연합뉴스 제공]
빅토리아 파크에 모인 홍콩 시위대 [연합뉴스 제공]

18일(이하 현지시간) 주최측 추산 약 170만명이 참여한 11주 연속 ‘범죄인 중국 인도법(송환법) 반대’시위가 시민들의 협조아래 비폭력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부터 홍콩섬 동쪽 빅토리아 공원에는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몰리며 인산인해를 방불케 했다. 인근은 틴하우와 코즈웨이베이 등에도 시위대가 몰렸다.

시위 주최 민간인권전선(民間人權陣線, 민권전선)은 앞서 경찰에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에서 센트럴(Central)까지의 행진 계획을 신청했지만 경찰측은 시위 장소를 빅토리아 파크로 국한시켰다. 경찰측은 그동안 시위대가 보여준 폭력적인 시위로 인해 공공안전을 우려해서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권전선은 시위자들을 도로 행진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평화적 행진시위를 벌였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가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허리페이(和理非) 집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오늘 집회에 참여하는 인원이 100만 명을 넘을 수 있지만, 빅토리아 공원의 수용 인원은 10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경찰의 요구에 응해 '유수(流水)식 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수식 집회는 수용인원 10만명이 한계인 빅토리아 공원의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이 집회장에 15분만 머무르다 빠져나가 집회가 흐르는 물처럼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시위가 과거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유는 중국이 지난 6일, 10일에 이어 17일에도 홍콩 맞은편 광둥성 선전시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시위진압 영상을 공개하며 무력개입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홍콩 출입경 검문소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축구경기장에 중국의 무장경찰력 9000여명과 500대 이상의 군용 트럭이 집결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시위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중국의 무력개입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권전선 천쯔제(岑子杰) 간사는 이날 집회에서 "오늘 하루 평화와 이성으로 비폭력 시위를 이루자"며 "홍콩인들은 용감하고 싸움에 능하지만, 또한 평화와 이성, 비폭력을 통해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집회의 목적은 경찰과 폭력배의 난동과 폭력을 규탄하고 우리의 5대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캐리 람 행정장관이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홍콩을 갈등과 충돌의 길로 밀어 넣은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광고 [구글 캡처]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광고 [구글 캡처]

평화시위에 대한 요구는 홍콩 재계에서도 나왔다. 홍콩 최대 부자인 리카싱(李嘉誠·91) 청쿵그룹 회장은 앞서 16일 문회보와 대공보(大公報) 등 친중 성향 홍콩 매체에 폭력을 중단하라는 광고를 실었다.

그러나 광고 속의 문구들이 사실은 홍콩 시위대를 격려하는 장치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화제가 되고 있다.

리 회장의 광고는 ‘폭력(暴力)’이라는 글자에 금지사인이 찍혀 언뜻 보면 시위대와 경찰의 폭력 모두를 비판하는 양비론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광고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리고 하단의 문장들을 해석하면 “최선의 의도가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자유를 사랑하자. 중국을 사랑하자. 홍콩을 사랑하자. 자신을 사랑하자. 법치를 사랑하자. 포용을 사랑하자”와 “사랑과 의로움으로 분노를 억누르자”이다.

그러나 적힌 문구들의 끝 글자들을 모으면 “인과유국, 용항치기, 의분(因果由國, 容港治己, 議憤)”이란 문장이 나온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정부로부터 촉발됐다. 홍콩의 자치를 허용하라. 의로운 분노”가 된다. 광고 하단에는 “일개홍콩시민 리가성(리카싱)(一個香港市民 李嘉誠)”이라고 적혀 있다. 이마저도 끝글자 '민'과 '성'을 연결시키면 "시민은 (말한바를) 이룬다"로 해석된다. 

이 광고는 현재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차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중국이 홍콩의 시위 사태를 톈안먼 방식으로 탄압할 경우 양국 간 무역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에서 휴가를 보낸 뒤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다시 말해 그것이 또 다른 톈안먼 광장이 된다면 대처하기 매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폭력이 있다면 (무역 합의를) 하기에 아주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말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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