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경제 통해 우리 경제의 新성장 동력 만들겠다...평화경제에 모든 것 쏟아부어 새로운 한반도 문 활짝 열 것"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2050년 국민소득 7만~8만 달러 시대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어"
"궁극의 목표는 대결이 아닌 대화에 있다...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라"
"최근 北의 몇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대화 분위기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큰 성과"
日향해선..."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
"광복은 우리에게만 기쁜 날 아니었다...日국민들 역시 군국주의 억압에서 벗어나 침략전쟁에서 해방"
"日, 이웃나라에게 불행 주었던 과거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바란다"
여권 일각의 도쿄 올림픽 '불참' 주장 일축..."평창에서 평화의 한반도 보았듯, 도쿄에서 우호-협력 희망 갖게 되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인 15일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금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과정에서 연일 반일(反日) 발언을 쏟아내던 문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돌연 '감정적 대응은 안 된다'는 식의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날 발언도 그 연장선상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74주년 기념식 경축사에서 "근대화의 과정에서 뒤처졌던 동아시아는 분업과 협업으로 다시 경제발전을 이뤘고, 세계는 동아시아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침략과 분쟁의 시간이 없지 않았지만, 동아시아에는 이보다 훨씬 긴 교류와 교역의 역사가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은 우리에게만 기쁜 날이 아니었다"며 "일본 국민들 역시 군국주의의 억압에서 벗어나 침략전쟁에서 해방되었다"고 했다. 또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일본과 안보·경제협력을 지속해 왔다"며 "일본과 함께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하고자 했고, 역사를 거울삼아 굳건히 손잡자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협력해야 함께 발전하고, 발전이 지속가능하다. 일본 경제도 자유무역의 질서 속에서 분업을 이루며 발전해왔다"며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분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잡을 것이다.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여권 일각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 '불참'을 부르짖고 있는 것에도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며 "올림픽 사상 최초로 맞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으로,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이어 "세계인들이 평창에서 평화의 한반도를 보았듯이 도쿄 올림픽에서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며 "우리는 동아시아의 미래 세대들이 협력을 통한 번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소위 '경제 보복'과 관련 "일찍이 임시정부의 조소앙 선생은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사이의 균등을 주창했다. 평화와 번영을 향한 우리의 기본정신"이라며 "우리 국민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성숙하게 대응하는 것 역시, 우리 경제를 지켜내고자 의지를 모으면서도 두 나라 국민들 사이의 우호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수준 높은 국민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에 이어 또다시 '평화경제'를 강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고 그 토대 위에서 평화경제를 시작해 통일을 향해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경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위에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계속해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며 "남북, 미국은 지난 1년 8개월 대화국면을 지속했다. 최근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큰 성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말과 달리 북한은 최근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한국 당국자를 원색적으로 힐난하고 있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은 더욱 강화되고 있어 스스로 '한반도 중재자'를 자처해온 문 대통령의 입장을 다소 우습게 만들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이를 약간 의식한 듯 "(북한에)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불만이 있더라도 그 역시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 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며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고 평화경제가 시작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통일이 우리 앞의 현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8000만 단일 시장을 가진 세계 6위권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도 그렸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가 통일까지 된다면 2050년 국민소득 7만~8만 달러 시대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며 "평화와 통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매우 클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또한 "광복의 그날처럼 우리 민족의 마음에 싹틀 희망과 열정이 중요하다"며 "부산에서 시작해 울산과 포항, 동해와 강릉, 속초, 원산과 나진, 선봉으로 이어지는 환동해 경제는 블라디보스톡을 통한 대륙경제, 북극항로와 일본을 연결하는 해양경제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도 경제건설 총노선으로 국가정책을 전환했고, 시장경제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평화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新)성장 동력을 만들겠다.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경제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보다 강력한 방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본인의 평화경제 주장을 비판하는 국내 일부 여론을 향해선 "우리는 예의주시하며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다하고 있지만 그 역시 궁극의 목표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에 있다.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한다"고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이날 일본을 향해 극단적 반일 발언을 하지 않고,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평화경제'를 6번이나 외치며 국민들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준 것은 지도자의 '책임감'이라는 면을 생각해볼 때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말의 성찬으로 끝난 허무한 경축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이날 전희경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문 정권의 현실 인식은 막연하고 대책없는 낙관, 민망한 자화자찬, 북한을 향한 여전한 짝사랑이었다"며 "문 정권 들어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북한의 명백한 무력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이라 말했다"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피 흘린 선열들 영전에서 이런 굴욕이 없다"고 개탄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 역시 "반일이 사라진 건 다행"이라면서도 "대북 평화에 집착한 반(反) 시장적 메시지만 가득했다. 비전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헛소리'만 가득한 경축사였다.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것은 안보·경제 등을 파괴한 문재인 정권이다. 해방·건국을 맞아 대통령 경축사를 보는 관점"이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광복'은 수차례 언급했지만, '건국'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늘(15일)은 광복 74주년임과 동시에 건국 71주년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편협한' 역사 인식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2년 3개월 전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는 대통령 본인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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