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가 외교안보라인 총가동된 상황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아...실시간으로 대처하는 국가 수반의 모습 찾기 어려워
청와대 NSC, 이번에도 文대통령 없이 정의용 주재로 회의 열어...北 미사일 도발에도 경고 대신 "강한 우려" 표명
반면 日에 "모든 조치 포함해 단호한 대응하겠다"는 반일몰이 강경 태도 보여
문재인 정부, 실제론 일본에 '강온 양면' 전략...뒤늦게 외교적 물꼬 트기 위해 백방으로 분주한 움직임
거듭 미국에 중재 요청한 결과 일본과 마주 앉아 막판 타결 시도할 전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31일 북한 미사일 도발에도 규탄 대신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절제된 입장을 내놨다.

반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선 “모든 조치를 포함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거듭된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한껏 낮은 수위로 대응하는 청와대가 일본에는 맹공을 가하는 모습을 연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국민적 반일감정에 기대 일본과 정면대결도 불사하겠다며 기세를 올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청와대는 실제로는 내달 초 있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를 막기 위해 한일, 한미, 한미일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는 등 외교적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31일 오전 11시 소집된 청와대 NSC는 회의를 마친 오후 2시경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을 맡아 주재해야 할 NSC 전체회의는 이번에도 열리지 않았다. 대신 정의용 안보실장이 전체회의의 하위 회의인 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청와대는 이날 NSC 위원들이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이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도 경고성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는 “상임위원들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역사적인 남북미 3자 정상회동 이후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 재개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대조적으로 청와대는 이날 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뤄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선 “상임위원들은 우리의 노력에도 일본이 이런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나갈 경우, 우리 정부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포함해 단호히 대응하기로 했다”는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강온 양면’ 전략을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반일감정을 고조시키며 일본에 대해 정면대결도 불사한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만 대외적으론 일본과 외교적 물꼬를 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출처: 31일 태국 방콕에 도착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출처: 31일 태국 방콕에 도착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청와대는 최근 문 대통령의 측근을 일본에 특사로 보내 일본 아베 총리와 물밑협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내달 1일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河野 太郞)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갖기로 했다는 긴급소식이 31일 전해지기도 했다. 다음달 2일 일본 아베 내각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예정이어서 문재인 정부가 하루 전 막판 타협을 추진한 것이다.

이에 더해 한국 정부가 미국의 중재로 일본과 마주 앉아 일본의 지난 조치들을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도 주요 외신 등을 통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외신들은 방콕에서 내달 1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국제회의를 전후해 한일, 한미, 한미일외무장관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려 대타협의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반일정서가 극대화되도록 부추기면서도 일본의 단호한 조치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몰라 예민해하고 있다.  많은 외교안보 전문가, 통상 전문가들은 일본과 정면 대결을 벌이지 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 것을 권고해 왔다.문재인 정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 앞에선 '토착 왜구'의 주장이라는 식으로 일축했으나 뒤에선 외교적 해결을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대한민국의 주요 안보문제에서 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지 않은 일이다. 북한이 몇 일 새 두 차례나 한반도를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도 대통령은 NSC를 비롯한 대응의 최일선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라는 강도 높은 조처가 내달 2일 확정으로 육박해오고 있어 대한민국 외교안보라인이 총가동돼 이에 대처하고 상황임에도 대통령을 찾기 힘든 것이다. 

31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북한의 미시일 도발과 관련해 언제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이날 저녁 연합뉴스 취재에 응한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후 청와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회동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따른 대응 수위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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