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일본 여행 가지 않는 게 필요" "친일파 색출하여 총선에서 엄히 심판하자" 등 비논리적 내용 담겨
'도쿄 올림픽 보이콧' '구입해서 쓰고 있는 것 버리지 말자' 등 내용에 "앞뒤 안 맞는다" 비판
소위 日제품 불매운동, 최근엔 민노총・민중당 등 좌파 성향 단체 다수 개입...與도 발맞춰

인터넷 상에 떠도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기본원칙 10가지' 사진. (사진 = 페이스북 게시물 캡처)

일본 수출특혜 폐지 이후 인터넷에 떠도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기본원칙 10가지’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소위 ‘원칙’에서 거론하는 내용들이 현실성이 없을 뿐더러,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자초한 대일본 분쟁에 ‘남 탓’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맞춤법이 틀리는 대목도 있어 급조한 흔적이 역력하다.

29일 페이스북 등 SNS에는 ‘함께해요, 일본제품 불매운동 기본원칙 10가지’라는 제목의 사진이 떠돌고 있다. 자칭 ‘수원 오목천동 호빗부부’인 조정미・공병훈 부부가 제작한 것으로 돼 있는 사진엔, “자기 자리에서 알맞은 방식으로 불매운동 참여해요”라며 소위 ‘원칙’ 10가지 내용이 적혔다. 불매운동과 관련한 내용만을 요약하자면 ▲쓰고 있는 소위 일본 제품을 버릴 필요는 없고 새로 사지만 않으면 괜찮다 ▲국내 일본인이나 불매운동 불참자를 비난・공격하진 말자 등이다.

사진을 만들었다는 조정미・공병훈 부부는 출판물이나 SNS 게시물 등에서 강하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해온 강성 친문(親文) 지지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이 만들어 배포한 이 원칙과는 달리, 부부의 일상 SNS게시물 등에서는 일본 캐릭터인 아톰 피규어(인형)가 다수 전시된 사진도 있었다. 그들의 자택으로 보이는 곳에서다.

부부가 만든 불매운동 관련 소위 원칙으로 보이는 항목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지만, 인터넷 상에선 몇몇 원칙이 ‘정치편향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번 항목에서 “일본에 머리숙이라 정부 때리는 자한당 제일 문제”라며 “이 기회에 친일파 색출하여 총선에서 엄히 심판하자”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들은 SNS게시물 등에서 거론되며 비판받고 있다. 원칙들이 담긴 사진을 공유한 윤서인 윤튜브 대표는 28일 페이스북 글에서 “(소위 원칙들은) 뇌피셜, 정신승리, 미친 착각, 위선의 쉐도우복싱”이라며 “결론은 아니나 다를까 ‘자한당 찍지마’다. 그럴 줄 알았다. 총체적 난국”이라고 했다.

제작자 주장만을 담았을 뿐인 10개 항목 중, 특히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큰 항목들도 있다. 한 시민은 1번 항목을 두고 “이미 쓰고 있는 ‘일본 제품’도 쓰지 말아야지. 홍보효과도 있고 구매욕을 유발시키는 거 아니냐. 저쪽 논리에 따르면 기존에 산 걸 들고다니는 것 역시 일본에게 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했고, 이어 “지들이 싫어하는 물품만 불매하고 이쁘고 필요한 건 다 사재낌” “반일불매 할 거면 철저하게 할 것이지 죽도 밥도 아닌 어정쩡이” 등 비판도 이어졌다. 9번 항목에서 거론된 ‘전세계인의 도쿄 올림픽 보이콧’ 항목에는 “말조차 아깝다” “나중에 이불킥(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행위)찰텐데”는 등 조소의 반응까지 나왔다.

불매운동 전후로, 자유우파 진영에선 최근 행해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오히려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해왔다. ‘노노재팬’ 등 반일 사이트들에서 거론하는 ‘일본 제품’의 경우, 이미 세계화가 충분히 진전된 2019년에는 구분이 불가능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불매운동으로, ‘일본 제품’이라 일컬어지는 제품 생산에 관여하거나 유통하는 한국 기업들이나 근로자에게 더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민노총과 민중당(통합진보당 후신) 등 좌파 성향 단체들까지 불매운동과 반일감정 부추기기 행보에 나서,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여권의 총선용 프레임 만들기 아니냐’는 비판까지 한다.

김병헌 국사교과서 연구소장은 29일 펜앤드마이크에 “한일간 무역분쟁 원인인 ‘문재인의 신뢰 상실’은 뒷전에 두고 불매운동이라는 비이성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백해무익”이라며 “이런 운동을 애국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무리들은 바로 양이를 물리치겠다고 한 흰 옷자락 펄럭이며 굿판을 벌인 (이조시대) 무당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해당 사진이 공유된 페이스북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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