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독립이라도 하겠다는 거냐?"...서울서 중국 본토인 8~9명이 '존레논벽'설치 홍콩시민들 한 때 위협
[단독] "독립이라도 하겠다는 거냐?"...서울서 중국 본토인 8~9명이 '존레논벽'설치 홍콩시민들 한 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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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DDP에 "홍콩 경찰과 삼합회의 연대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토의 벽' 설치
27일 홍콩 시위에 28만명 결집...경찰, 최루탄 쏘며 해산시켜
27일 동대문DDP에 설치된 '존레논벽'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27일 동대문DDP에 설치된 '존레논벽'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지난 21일 흰 옷 입은 중국 삼합회 조직원들이 홍콩 위안랑(元朗)역에서 일반 시민들과 ‘송환법 반대시위’ 귀가자들을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45명의 시민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에 대한 규탄을 위해 서울에 거주하는 홍콩 시민들이 동대문DDP 1번 출구 앞에 ‘존레논벽(이하 레논벽)’을 지난 27일 설치했다.

레논벽은 1980년대 체코가 공산국가였던 시절, 자유를 열망하던 프라하 젊은이들이 반전운동과 평화를 노래했던 비틀즈 존 레논의 노랫말과 반정부 구호 등을 벽에 적으며 생겨난 것이다. 홍콩 도심 곳곳에는 포스트잇으로 자신의 생각을 적은 짧은 글귀를 붙인 레논벽이 퍼져 나가고 있다.

이날 서울 레논벽 설치를 기획한 홍콩시민 임완산(林婉珊·27) 씨(성균관대학교 경영학)는 “방학이어서 많은 홍콩학생들이 귀국했지만 저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라며 “서울에서 홍콩 송환법 반대를 알리기 위해 계속 활동하겠다”고 전했다.

레논벽에는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 ‘경찰과 조폭의 연대를 강력히 반대한다(强烈反對警黑合作)’ ‘폭동은 없고 폭정만이 있다(没有暴動, 只有暴政)’ 등의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여졌다.

길을 지나가는 한국인들도 멈춰 서서 레논벽 설치 취지 설명을 듣고 ‘홍콩 파이팅!’ 등의 짧은 응원 문구를 적었다.

임 씨는 “사건이 일어난 위안랑역은 홍콩 토박이들이 사는 지역”이라며 “사건 이후 오후 2~3시에도 길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안 나오는 등 모두 공포에 질려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27일 동대문DDP에서 자신들의 신분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8~9명의 중국인들이 나타나 '존레논벽' 시위를 한 홍콩시민들을 위협하는 장면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27일 동대문DDP에서 자신들의 신분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8~9명의 중국인들이 나타나 '존레논벽' 시위를 한 홍콩시민들을 위협하는 장면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이날 레논벽 행사에는 임 씨를 비롯해 5~6명가량의 서울 거주 홍콩 시민들이 함께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6시께 레논벽 행사를 마무리하고 귀가하는 이들에게 동대문 인근을 배회하던 중국 본토인 8~9명이 “중국 망신을 시키고 있다”며 위협을 가해와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자신들을 중국 ‘공무원’이라고 밝힌 이들은 “홍콩 젊은이들이 입법원을 점거하고 어제는 공항을 점거해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 않았느냐”며 “왜 너희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은 탓하지 않고 흰 옷 입은 남성들이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을 때린 것만 지적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홍콩시민들은 “일단 진정하라”며 “홍콩 문제는 홍콩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존레논벽에 적힌 포스트잇 문구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광복홍콩이라고 써놓았는데 광복이 무슨 뜻이냐? 독립하겠다는 의미이냐?"라며 홍콩시민들에게 답변을 강요했다. 

위협감을 느낀 임 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자 이들 중국인들은 언쟁을 멈추고 물러났다.

27일 홍콩에서 경찰이 곤봉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장면 [연합뉴스 제공]
27일 홍콩에서 경찰이 곤봉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장면 [연합뉴스 제공]

한편 이날 홍콩에선 다시 대규모 집회가 열려 약 28만 8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집회는 앞서 발생한 ‘적색 테러’를 규탄하기 위한 행진도 벌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위대는 전날 오후 4시부터 신계지역 위안랑 전철역 인근 도로를 점거하고 폭력 규탄 행진을 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이 위안랑 전철역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을 규탄했다.

당초 경찰이 예상한 10만명을 훨씬 웃도는 29만명에 육박하는 인원들이 모여 당시 폭력 사건을 일으킨 남성들뿐 아니라 미온적으로 대처한 경찰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검은 옷을 입은 일부 시위대는 ‘폭력 조직’을 뜻하는 글자(흑, 黑)를 팻말에 적어 흔들며 홍콩 경찰을 조롱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시위 진압용 스펀지탄을 이용해 강제 해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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