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임명장 수여하며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 "정치검찰 행태 청산" 강조...지금 말장난하나?
文 "현 정부 출범 이후 아직까지 과거처럼 권력형 비리 없어"자화자찬하기도
'前정권 때려잡기 선봉장' 윤석열 취임사에서 "형사 법집행에서 우선해야할 가치는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
정규재 대표 "검찰총장이 해야할 일도 모르고 '정치-기업-경제권력놀음' 하겠다는 선언"
법무부, 윤 신임 총장 취임식 후 인사위원회 열고 이르면 주말 고위간부 인사 발표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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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59·사법연수원 23기)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권력형 비리에 대해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신임 검찰총장은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부터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까지 맡아오며 현 정권이 원하는 방향의 검찰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권 집권 후반부도 이른바 '적폐 청산'이란 이름의 '전(前) 정부 사람들 때려잡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란다"며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보여왔던 정치검찰의 행태를 청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민주적 통제를 받으면서 국민을 주인으로 받드는 그런 검찰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반칙·특권·갑질 없는 공정사회 만들기'도 주문했다. 이에 윤 총장은 "헌법 정신에 비춰서 깊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참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정부 출범 이후 아직까지는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과거처럼 지탄받는 큰 권력형 비리라고 할 만한 일들이 생겨나지 않았다"며 "정말 참 고마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고, 또 공직의 기강을 더욱 더 엄하게 잡아 나갈 텐데, 검찰에서도 그런 자세로 임해 주신다면 훨씬 더 우리 공직을 긴장하게 만들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국민들은 검찰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보여 왔던 정치 검찰의 행태를 청산하고, 어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를 받으면서 국민들을 오히려 주인으로 받드는 검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셀프 개혁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공수처 설치라든지 또는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서 검찰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아마 그런 변화 요구에 대해서 검찰 내부에 저는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검사들은 정말로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해서 사회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을 잘해 오셨기 때문"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그런 조직의 논리보다는 국민들의 눈높이, 이런 것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에 대해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많은 제게 이런 한 나라의 형사법 집행을 총괄하는 이런 큰 일과 또 개혁에 관한 업무를 맡겨 주셔서 어깨가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늘 어떤 원칙에 입각해서 마음을 비우고 한발 한발 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의 개혁 주문에 대해서는 "검찰에 맡겨진 일들이 시대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어왔지만 저희들은 본질에 더 충실하겠다"면서 "검찰권도 다른 모든 국가 권력과 마찬가지로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인 만큼 국민들을 잘 받들고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우리가 고쳐 나가고, 어떤 방식으로 이 권한 행사를 해야 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춰서 깊이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헌법 정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가기관의 독립적 권한 행사와 검사의 영장 신청과 법관의 발부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수사토록 한 절차 등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독립 수사 기관의 수장으로서 문 대통령의 당부에 우회적 답변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무일 전 총장보다 다섯기수나 아래인 윤 총장 시대가 막을 올리며 그의 연수원 동기들인 23기 전성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신임총장은 이날 오후 4시 취임식에서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라며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형사 법집행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헌법체제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형사 법집행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윤 신임총장의 '공정한 경쟁질서'발언을 두고 이날 펜앤 6시 뉴스 논평에서 "이 사람은 자기가 할 일을 완전히 잊어 먹고 정치, 기업, 경제 권력 다루는 권력놀음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검찰총장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은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폭력을 어떻게 하면 법절차에 따라 행사할지 연구하고, 국가의 다른 기관과 함께 감사원법, 증권거래법 등의 체계와 함께 국가조직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라며 “공정경쟁질서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형사법적 범죄가 아니다. 설사 범죄가 있다 하더라도 재판에서 다퉈야 할 문제이지 검찰이 직접 나서서 조정을 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가 검찰총장에게 헌법까지 마음대로 해석하라는 권한을 줬는가?”라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윤 신임 총장의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배성범 광주지검장(57·23기)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배 검사장은 윤 신임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이며 대학은 1년 후배다.

서울중앙지검은 서울남부지검과 더불어 검찰 주요 보직으로 꼽힌다. 특히 중앙지검장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사정작업을 지휘하는 사령탑이다. 배 검사장은 또 윤 신임 총장이 지휘한 이른바 사법행정 남용 사건 등의 공소 유지를 맡을 전망이다.

검찰 인사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 요직인 검찰국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57·23기)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검 차장에는 강남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50·23기)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강 검사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과 서울고검 차장 등을 지냈다.

법무부는 이르면 이번 주말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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