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울산 경찰관 2명 수사, 대검 수사심의위서 타당성 인정
가장 빈번하게 '피의사실 흘리기' 일어났던 곳은 검찰...검경 충돌 가능성 커져
이헌 변호사 "삼바 수사 등 '피의사실공표+여론플레이' 검찰은 '내로남불'"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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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 위원회가 피의사실 공표도 수사해야 한다고 결정함으로써 앞으로 검사나 경찰관이 수사 도중 피의사실을 누설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피의사실 공표가 향후 검경 간의 기싸움으로 번질 것이란 법조계의 전망이다. 

형법 제126조(피의사실 공표)는 “검찰·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當)하여 지득(知得)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그동안 관련 사안을 기소하지 않아 사실상 이 형법 조항은 사문화돼 있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피의사실공표 문제로 접수된 347건 가운데 기소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2일 울산지검이 수사 중인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 사건을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경찰관 2명은 조만간 조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죄로 수사해 기소하는 첫번째 사례가 된다.

해당 사건은 지난 1월 울산지방경찰청이 면허증을 위조해 약사 행세를 한 일반인 A씨를 구속하면서 낸 보도자료로 촉발됐다. 울산지검은 A씨가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경찰이 재판에 넘기기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관련 경찰관 2명을 지난 6월 입건했다.

그러자 경찰관 측 변호인은 “지금까지 피의사실을 가장 많이 흘린 곳은 검찰”이라고 반발하며 울산지검 산하 검찰시민위원회에 이 사건의 수사 여부를 검찰수사심의위에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수사심의위는 이날 대검에서 회의를 갖고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 측은 "내부 공보 규칙상 '공익을 위해 알려야 할 사건'이어서 보도 자료를 낸 것"이라며 "검찰이나 다른 사정 기관도 비슷한 공보 규칙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 공보 규칙보다 법이 우선"이라며 "기소 전에 피의자에 관한 정보를 보도 자료로 외부에 공표한 것은 불법"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것은 대검 차원의 결정이라기보다는 원칙론자로 알려진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의 뜻이 강했다고 전해진다.

수사심의위는 울산지검 손을 들어줬지만 그동안 ‘피의사실 흘리기’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 검찰이었기 때문에 검경 대결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현 정권 들어서 소위 ‘적폐 수사’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삼성바이오 수사’ 등을 하면서 마치 여론재판을 방불케 하는 ‘피의사실 흘리기’를 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의 이헌 변호사는 검찰과 일부 언론의 수사 및 보도 행태를 지적하며 “인민재판이나 다름없는 반인권적이고 반법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증거인멸 의혹 사건 관련 피의사실이 연일 중계되다시피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수사가 끝나기도 전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나 구체적인 증거인멸 정황 등 검찰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이는 내용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공개됐다.

이 변호사는 “(현 정부 들어) 일부 언론들은 공적인 관심사나 공적 인물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나 언론의 자유를 중시한다고 하여 적폐청산이 대상이 되는 인물들의 피의사실을 ‘특종, 단독보도’라고 하여 제대로 된 반론도 없이 일방적이고 단정적으로 기사화하는 보도행태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검찰의 삼바 수사행태는, 검찰이 특정기업의 분식회계를 단정하여 그 기업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의 경제질서 조항에 위반하여 사기업 경영의 자유와 재산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언론에 흘리기식 수사방식은 헌법이 정하는 형사사법제도의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수사, 불구속재판 원칙’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검찰의 이 잡듯이 뒤지거나 먼지털이식 일방적 과잉수사방식은, 수사대상에 대해 방어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수사의 적법 절차에 있어 적법한 것 이외에도 필요하고 최소한 제재로 적정할 것까지 요구하는 형사상 적법절차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자신들의 피의사실 공표와 그보다 더 악의적인 여론플레이가 지적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에서 생긴 문제를 걸고 넘어지다니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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